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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회사채 투자자, 뒤통수 맞았나 산은·수은, 회사채 조기상환 유예후 차입금 줄이고 담보 두배 이상 챙겨

이승우 기자공개 2017-04-12 14:34:58

이 기사는 2017년 04월 07일 09: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투자자들이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은행 채권단에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2년 전 투자자들은 회사채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이 상환 유예 요청을 해 와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 사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은행 채권단은 차입금을 줄이면서 담보 챙기기에 급급했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대우조선 채무 조정안의 대상에서 담보 채권은 제외된다. 게다가 2년전 조기상환 유예 요청을 받아들인 회사채 투자자들에 대한 배려 없이 구조조정안이 제시됐다며 투자자들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7일 더벨이 대우조선해양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작년말 산업은행(일부 다른 금융사 차입금 포함)과 수출입은행의 차입금 합계는 4조1213억 원으로 지난 2015년 6월말 4조4456억 원에 비해 3242억 원 가량 줄었다. 반면 담보설정금액(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외 일부 은행 담보설정 포함)은 같은 기간 약 2조5000억 원 원에서 5조8000억 원 정도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차입금은 줄었는데 담보를 대폭 늘려 유사시를 대비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우조선 차입금현황

지난 2015년 8월, 대우조선 회사채는 조기 상환 커버넌트(covenant)가 발동됐다. 대우조선의 분식회계로 인한 손실을 실현시키는 바람에 부채비율이 7000%로 급등, 기한이익 상실 요건인 '부채비율 50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담보제공현황

당시 국민연금을 비롯한 회사채 투자자들은 조기 상환 요구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 추진 관련 협조 요청'을 국민연금에 보냈고 국민연금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조기 상환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이 문건에는 '산은이 자본확충 방안을 추진해 재무구조 개선을 도모하겠다'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사채권자의 대표격인 국민연금이 조기 상환 요구를 하지 않자 다른 사채권자들도 이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사채권자들의 조기 상환 요청이 몰리면 대우조선 유동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던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회사채 투자자들에게 조기 상환 유예와 함께 재무구조 개선을 약정한 이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은행 채권단은 다른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중심으로 채권단은 차입금을 줄이고 담보를 급격하게 늘렸다. 담보 채권을 늘려서 무담보채권인 회사채 투자자에 비해 회수율을 극도로 높인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사채 투자자의 조기 상환을 유예시켜놓고 은행 채권단이 담보를 급격하게 늘렸다는 건 유사시를 대비한 것"이라며 "회사채 투자자들이 결과적으로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최근 제시한 구조조정안 역시 은행 채권단 중심으로 돌아가자 회사채 투자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구조조정 대상 채권에서 선수환급금보증(RG)를 제외시켰고 대주주 산업은행의 감자가 없을 뿐 아니라 높은 출자전환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회사채 투자자들은 '은행 채권단들이 담보를 많이 잡아 놓은 상태에서 RG를 줄이기 위한 채무 구조조정'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신규 자금 지원을 약속했지만 이는 RG 축소를 위한 형식적인 지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RG는 채무 재조정 대상이 되지 않아 향후 대우조선에 유입되는 현금은 결과적으로 RG를 끄는 데 사용되는 것"이라며 "신규 자금 지원을 하고 이로 배를 건조한 이후 RG를 줄이는 방식으로 은행 채권단은 손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RG 규모를 계속 줄이면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겉으로는 지원을 하는 것 같지만 신규자금 지원도 실제 자금 집행이 아닌 한도 개념이고 자금 지원을 통한 회생의 관점보다는 RG를 줄여 나가면서 은행들은 자금 회수를 하겠다는 의지로밖에 안 보인다"며 "회사채 투자자들에 대한 배려 없이 은행 채권단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산업은행 측은 이에 대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신규 자금 지원을 하면서 비슷한 비율로 담보를 설정한 것"이라면서 "늘어난 3조2000억 원 가량의 담보설정 대상 자산의 청산 가치는 1조 원 정도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은 오는 10일 국민연금을 포함한 대우조선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보유 기관투자가 32곳을 한 자리에서 만나 채무재조정 일괄 설득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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