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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 서정진의 '처음 가는 길' [thebell desk]

최명용 산업2부장공개 2017-04-26 08:44:16

이 기사는 2017년 04월 25일 08:3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정진은 보스다. 상대를 압도하는 큰 몸집에 목소리엔 자신감이 가득하다. 눈은 작지만 눈매는 매섭다. 임직원들에겐 하대를 하는 듯 하지만 애정이 가득 차 있다.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을 창업한 인물이다. 창업 이유에 대해선 '후배들이 짜장면을 먹는 게 보기 싫어서'라고 회고했다. 대우 사태 이후 퇴직한 임직원들이 사업을 하다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았던 때다. 최근 한 임원이 퇴사한 후 언론사를 차리자 '아직 안 망했나, 망하면 언제든지 돌아와라'고도 말했다.

서 회장의 말은 거침이 없다. 공식 석상에서도 반말을 서슴치 않는다. 셀트리온 창립15주년 행사에서 장기 근속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순서가 있었다. 서 회장은 한 직원에겐 '니가 애 낳으러 분만실에 들어 가면서 전화로 후배들에게 지시하던 일이 있었지? 그 덕에 셀트리온이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했다. 시가총액 10조 원 짜리 대기업 회장이 수백명의 내외빈들을 모아 놓은 공식 행사에서 마이크를 잡고 던진 말이다. 이게 서 회장의 매력이고 보스 기질이다.

서 회장은 핵심을 보는 통찰력이 있다. 그의 지론 중 하나는 '의학만큼 쉬운게 없다'는 것이다. 수 많은 의과 생도들이 들으면 펄쩍 뛸 일이다. 하지만 듣고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제조업이나 IT기술은 자고 나면 새로운 것들이 쏟아진다. 날마다 발전하고 새로운 것들이 나온다. 하지만 사람 몸은 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간에 붙어 있는 혈관의 모양이 다르고 장기 크기가 다를 순 있어도 예나 지금이나 사람 간은 그대로다. 한번만 배우고 외워두면 그만이다.

서정진 회장이 바이오시밀러를 시작한 것은 이런 아이디어였다. 역사상 발견된 오리지널 신약 물질이 얼마나 되겠는가. 신약물질이 나오면 그걸 카피하고 변형해 새로운 약제가 만들어진다. 진짜 오리지널 신약 물질은 얼마 되지 않는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카피해 만드는 바이오시밀러란 분야를 이렇게 만들었다.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를 파고 들어 15년 만에 전세계를 무대로 램시마를 팔고 있다. 그의 경쟁상대는 업력이 100년이 넘는 글로벌 제약 공룡들이다.

셀트리온을 바라보는 시각엔 여전히 불안감이 있다. 셀트리온의 성공 여부는 아직은 진행형이다. 램시마와 트룩시마가 시장에 나와 꽤 괜찮은 성적을 보이고 있으나 글로벌 공룡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자존심을 내려 놓고 바이오시밀러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이같은 불안감에 베팅하고 있다.

반면 기대감도 있다. 램시마에 이어 트룩시마까지 유럽과 미국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에 이어 오리지널 신약까지 개발하면 셀트리온의 기업 가치는 얼마가 될지 모른다.

아이러니하게 공매도에 투자한 곳은 국내 기관이나 헤지 펀드들이다. 기대감에 투자한 곳은 외국계 기관이다. 싱가포르 투자청, 테마섹은 2013년 셀트리온에 1500억 원을 투자했다. 4년만에 테마섹은 원금의 몇배를 평가이익으로 거뒀다.

당시 셀트리온은 국민연금을 비롯해 수 많은 국내 기관들에게 노크를 했으나 냉대를 받아야 했다. 당시 셀트리온 투자를 보류했던 국민연금은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3700억원 어치를 들고 손실 처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차세대 먹거리 중 하나는 바이오 제약 산업이다. 처음 가보는 길이다. 불안감에 돌팔매를 하기보다 우선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게 순서다. 잘 되면 그 과실을 함께 나누고 안되더라도 한국 경제를 위해 밀알을 심은 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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