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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업계, 불공정 '바터거래' 횡행 시중은행 자사 직원 적립금 바터 통해 실적 활용…"불공정하지만 적발 어려워"

최은진 기자공개 2017-06-01 10:18:40

이 기사는 2017년 05월 26일 15: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퇴직연금 사업자들 사이에서 실적 교환, 이른바 '바터(barter)거래'는 퇴직연금 시장이 조성된 이래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관행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근로자들의 노후자금인 퇴직연금을 사업자 이익에 따라 실적 채우기 용도로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퇴직연금을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 최적의 사업자를 선택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불공정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퇴직연금 사업자들 '바터거래'…DB형 활용

지난해 12월 퇴직연금 사업자 3위 KB국민은행과 6위 KEB하나은행은 자사 퇴직연금 약 3000억 원 가량을 맞교환했다. 국민은행 직원들의 퇴직연금은 하나은행에, 하나은행 직원들의 퇴직연금은 국민은행에 적립해 준 것으로, 실적 맞교환 거래를 한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 사업자끼리 자사 퇴직연금 적립금을 서로 맞교환하는 거래는 업계 관행처럼 이어져 오고 있는 사안"이라며 "같은 규모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서로 주고받아 실적을 채우는 방식인데 모든 회사가 다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자사 직원들의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할 수 없기 때문에 타 사업자에 적립해야 한다. 퇴직연금 바터거래는 보통 확정급여형(DB)제도로 이뤄진다. DB는 기업이 직원들의 몫으로 적립된 퇴직연금을 한데 모아 퇴직연금 사업자인 금융사를 통해 직접 운용한다.

반면 확정기여형(DC)은 직원 개개인이 직접 운용한다. 따라서 DC의 경우 퇴직연금 사업자 선정 및 교체에 개개인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DB는 기업이 자유롭게 할 수 있다. DB가 바터거래에 손쉽게 활용되는 이유다.

퇴직연금 사업자인 금융사들은 임금인상률이 비교적 다른 산업군에 비해 높고 명확하기 때문에 대부분 DB제도를 운영 중이다. DC를 가입한 근로자가 많다면 바터거래가 불리할 수 있지만 DB 선택율이 높아 바터거래가 자유롭다.

시중은행 퇴직연금 부서 관계자는 "금융사들 특히 은행의 경우 DB를 채택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바터 재원으로 활용해 서로 실적을 채워주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며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많이들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근로자 권리 침해·공정경쟁 방해 지적 제기

일각에서는 바터거래가 해당 기업 근로자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퇴직금은 근로자들의 노후재원을 목적으로 기업들이 적립해주는 자금이고, 이에 대한 수급권 보장, 운용 효율성 등을 위해 도입된 것이 퇴직연금 제도다. 기업은 퇴직연금 제도가 원활하게 운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퇴직연금 사업자를 감시·감독해야 하지만 바터거래를 할 경우 기업이 그와 같은 책임을 다 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또 바터거래는 퇴직연금 사업자끼리의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최적의 파트너사를 선정하는데 필요한 공정경쟁 등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좋은 상품을 제공하는 양질의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시장을 형성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도 물론이다. 계열사 퇴직연금 적립금을 맞교환하는 식의 불공정행위로 변질될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바터거래 관행에 대해 제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바터 거래를 잡아내기도 어려운데다 퇴직연금 제도 운영은 노사 합의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당국이 사업자 선정 등 운영에서 일어나는 일을 간섭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바람직하지 않은 거래 형태라는 점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 측은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정하는 등 절차의 문제가 바람직한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바터거래는 바람직한 형태의 거래는 아니지만 그 사례를 적발하기 매우 어렵고 법적으로 문제될 부분이 없기 때문에 제재를 가하는 것도 어렵다"며 "퇴직연금 계열사 몰아주기 관행과도 비슷한 이슈일 수 있는데 이 역시도 감독당국이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정하고 운영하는데 적법한 절차, 합리적인 경쟁 등이 있었는지 등이 불공거래인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관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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