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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로켓배송' 투자금 1조 2년만에 '소진' [치킨게임 E-커머스]물류센터 구축·직매입 등으로 2년 연속 5000억대 손실

이서윤 기자/ 김성미 기자공개 2017-06-27 08:29:12

[편집자주]

국내 전자상거래(E-커머스) 시장은 7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수년째 지속되는 치킨 게임 속에 주요 플레이어들은 손실 폭만 키우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선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등이 유통 공룡으로 성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E커머스 시장의 치킨게임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누구의 승리로 귀결될지, 한국 E-커머스 시장을 진단해 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6월 26일 14: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쿠팡은 소셜커머스 최초로 매출 1조원 고지를 넘길 만큼 외형 성장에 성공했다. '로켓배송'이라는 자체 물류시스템을 구축한 데 힘입은 결과다. 그러나 수익성도 함께 악화됐다. 인건비 등 판관비가 쌓이며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23일 쿠팡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는 1조915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상품매출액이 1조7047억원이었고 수수료 수익이 2112억원을 차지했다. 로켓배송 서비스를 본격화 하기 전인 2013년 매출액이 478억원에 불과했다.

쿠팡 경영실적

문제는 손실도 같이 늘었다는 점이다. 2013년 2억원 수준이었던 영업손실 규모는 이듬해 1134억원으로 커졌다. 2015년부터 영업적자 규모는 5000억원을 넘겼다. 현금성자산은 3632억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쿠팡의 적자 확대는 두가지 변화가 중요한 이유다. 로켓배송을 위한 물류비 증가와 직매입에 따른 재고자산 부담이다.

◇직매입 부담…재고자산 늘고 현금 흐름 악화

쿠팡은 최근 2년간의 비용 규모가 컸다. 지난해 쿠팡은 직매입 상품을 사들이는데 1조5332억원을 썼고 인건비와 운반 및 임차료 등에 9479원가량이 투입됐다.

쿠팡은 단순 판매 중개로는 매출을 늘리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직매입을 늘렸다. 직매입은 소셜커머스 업체가 제품을 낮은 가격에 직접 사들여 소비자에게 되파는 방식이다. 통신판매중개업보다 초기 물류·관리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지만 인프라가 구축되면 장기적으로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2015년에도 9900억여원을 들여 직매입 상품을 구매했고 인건비 등 각종 비용으로 7000억원에 육박하는 돈을 지출했다. 그 직전해인 2014년 수치에 비하면 비용이 급격히 늘어났다.

하지만 직매입 증가는 재고자산 증가로 현금흐름을 악화시켰다. 지난해 재고자산은 1478억 원으로, 전년보다 41% 증가했다. 2013년 49억 원이던 재고자산은 2014년 303억 원, 2015년 1046억 원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6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4863억 원으로, 전년보다 1560억 원 악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직매입 확대는 재고부담 증가로 이어지지만 재고보다 매출을 큰 폭으로 늘리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물류사업 특성상 초반 설비투자 증가는 수익성 감소로 직결됨에 따라 적자의 늪에서 어떻게 빠져나올지 고심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류혁신에 조 단위 투자했는데 효과는 언제쯤

지난 2015년 김범석 쿠팡 대표는 '물류혁신'을 내세우며 1조5000억원을 들여 물류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 해 6월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자금을 마련했다.

작년까지 인천과 이천 등 전국에 축구장 102개 규모(73만m²)의 물류인프라를 구축했고, 로켓배송 가능지역을 전국으로 확장했다. 자체 배송차량을 갖췄고 배송인력 '쿠팡맨'도 직접 고용했다. 현재 쿠팡맨 인력은 3500여명에 달한다. 쿠팡 전체 직원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목표로 물류센터 및 배송시스템을 갖추는 등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적자도 큰 폭으로 늘었다. 2015년 영업손실은 5470억 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350% 급증했다. 초대형 물류센터를 14개까지 늘린 점이 원인을 꼽힌다. 쿠팡은 2016년 물류센터를 16개로 늘린데 이어 올해 21개까지 확대하는 등 직매입 사업에 드라이브를 건다는 계획이다.

물류 투자가 언젠가 빛을 발할 순 있다. 하지만 단기간내에 수익성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속적으로 공격적 투자를 이어갈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2년 간 누적손실 규모는 1조1000억원 소프트뱅크의 투자금과 맞먹는다.

쿠팡 판관비

이미 쿠팡은 배송 지역 확대와 물량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엔 쿠팡맨의 이탈이 문제가 됐고 쿠팡맨 정규직 미전환 논란에도 휩싸였다.

쿠팡이 내세운 '2시간 배송' 서비스는 이용 고객이 적어 중단했고 지난해 9800원이었던 무료배송 기준을 1만9800원 상향 조정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위메프와 티켓몬스터뿐 아니라 이마트와 같은 유통사들까지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해 물류만으로는 차별화도 쉽지 않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물류 관련 투자로 직매입과 당일배송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CJ대한통운 등 물류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한 곳들과 비용 경쟁이 만만치 않다"면서 "쿠팡맨의 친절 서비스도 시행했지만 단기적으로 비용 부담만 키우게 됐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택배전문 기업 건당 배송비는 2000원으로 원가 차이가 크다"면서 "무료배송 기준 2만원 수준으로 올려도 건당 배송비가 획기적으로 하락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쿠팡 측은 "물류 투자가 2년 전부터 시작했는데 인프라 투자 특성상 투자회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면서 "현재는 고정비가 많아 손실이 나고 있지만 매출 규모를 더 키워 손실을 만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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