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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손실충당제의 늪 [thebell note]

박제언 기자공개 2017-07-13 07:00:00

이 기사는 2017년 07월 11일 08: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 K에는 최근 고민거리가 생겼다. 회사의 현금 흐름이 꼬였다는 점이다. 운용하고 있는 펀드가 6~7개나 되지만 청산은 내년 이후에나 가능하다. 펀드를 새롭게 만들고 싶은데 의무출자금(GP커밋)으로 낼 현금은 부족한 상황이다. 결국 펀드 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권 차입까지 고려하고 있다.

벤처캐피탈 K의 발목을 잡은 것은 우선손실충당제다. 우선손실충당제가 적용된 벤처펀드는 중간 회수를 할 때 운용사(GP)에는 분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GP 몫의 분배금은 자동적으로 펀드 설정 계좌로 입금된다. GP가 약속한 손실충당금을 모두 채우기 위해서다. 손실충당을 위해 예치(에스크로)하는 돈이다.

GP는 펀드를 만들면 만들수록 우선손실충당제의 늪에 빠지게 된다. 우선손실충당금 규모를 크게 설정하면 더욱 그렇다. 펀드를 청산할 때까지 손실충당금에 해당하는 돈이 묶여버리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의 현금 흐름을 악화시키는 대표적인 제도인 셈이다.

우선손실충당제는 벤처펀드의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GP인 벤처캐피탈이 유한책임출자자(LP)에 앞서 손실을 떠안는 것을 말한다. 우선손실충당제는 1986년에 도입됐다.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제정 당시 벤처투자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고 민간 출자를 유도하기 위해 법에 명기됐다.

이같은 조항은 14년만에 법에서 삭제됐다. 조합의 성과와 손실을 조합원간 균등하게 분배한다는 취지에서 2000년 창업지원법 개정 당시 우선손실충당제 조항을 없앴다. 이후 앵커 LP 중 하나인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 운용사)가 2009년에야 우선손실충당제와 관련한 기준규약을 개정했다. 모태펀드 출자분에 한해 우선손실충당금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법 삭제 9년만이었다.

문제는 가점제도다. 산업은행이나 연기금, 지방자치단체 등의 LP들은 우선손실충당을 적용하는 GP에 가점을 줘 출자사업의 위탁운용사로 선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벤처캐피탈들은 LP들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우선손실충당을 제안해 펀드를 만들고 있다.

하루아침에 우선손실충당제를 법으로 금지하긴 어려워 보인다. 관련법을 개정하는 절차나 시간을 고려하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다만 점진적이라도 에스크로로 묶인 자금을 활용할 수 있게끔 제도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실패한 시장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오히려 벤처캐피탈의 숨통을 조이는 결과를 초래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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