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이재용 리더십 재평가…'전자에 집중' ④최지성 중용, 점진적 세대교체 선택…'선택과 집중' 전략은 선대 유산

이경주 기자공개 2017-08-07 07:58:35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둘러싼 재판이 막바지에 치닫고 있다. 이번 재판 과정에선 이 부회장과 삼성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의 핵심 계열사들의 경영 상황에 대한 쟁점들은 각종 억측까지 낳고 있다. 더벨은 삼성 재판을 둘러싼 쟁점들을 다시 한번 짚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7년 08월 07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공여 혐의 재판 과정에선 이 부회장 리더십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그동안 '선택과 집중'의 전략가로 묘사돼 왔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삼성그룹이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고 대규모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과정을 이재용 리더십으로 일컬어 왔다.

이 부회장의 리더십은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삼성그룹 구조조정과 연결하는 것은 너무 앞서나간 평가다.

이 부회장은 다른 의미로 선택과 집중을 했다. 삼성전자 경영에 깊숙히 관여하며 집중한 반면 다른 계열사들의 구조조정과 사업에 대해선 전문 경영인에 맡겨왔다. 삼성그룹 구조조정은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사전에 조율해 놓은 과정이었다. 이건희 회장은 2008년 이후 구조조정을 고민해 왔고 공교롭게 와병 이후 이같은 작업이 현실화된 셈이다.

최근 진행된 이재용 부회장 뇌물혐의에 대한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그룹 내 역할과 리더십이 일부 드러났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과 미래전략실 주요 업무에 대해 콘트롤하고 지시하는 입장이라고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 이후 최순실과 정유라에 대한 지원, 각종 재단에 대한 지원 등에 이 부회장이 관여했고 청탁도 직접한 것이란 혐의를 묻고 있다.

삼성 주요 인사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같은 특검의 주장과 달리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은 삼성전자에 국한돼 있었다. 삼성그룹 주요 이슈 및 현안은 전문경영인인 최지성 미래전략실 전 실장이 주도로 결정했다.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구조조정 역시 최 전 실장이 주도로 진행했다고 진술했다. 최 전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은 전자업과 그룹이 너무 방대해지는 것이 생존을 방해한다고 두려움을 느꼈었다"며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업종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더 잘할 수 있는 기업에 넘겨주는 것이 경쟁사 견제를 최소화 시키는 방안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기적으로 삼성그룹의 구조조정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진행됐다. 이건희 회장은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아직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6개월 만인 2014년 11월 삼성그룹은 삼성테크윈·탈레스·토탈·종합화학 등 화학계열사 4곳을 한화그룹에 매각했다. 2015년엔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와 정밀화학, BP화학까지 롯데 그룹에 넘겼다.

세간에선 이같은 구조조정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같은 구조조정 작업은 미리 이건희 회장이 준비해 놓은 시나리오였다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은 2008년 이른바 비자금 사건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과정과 2010년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과정에서 삼성그룹의 쇄신안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공론화하기도 했다. 당시 이 회장은 5대 신수종 사업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밝혔고 지배구조 단순화도 공언했다. 당시 삼성은 순환출자 구조 문제도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실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정황 면에서도 이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2014년 당시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졌지만 단시일내에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 회장에 대한 치료 과정을 소상히 브리핑하면서 회복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삼성이 방산과 화학 부문을 매각한 규모는 1조8541억원에 달했다. 현실적으로 6개월만에 매각을 결정하고 원매자를 찾아 매각 합의까지 다 이룬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소한 삼성과 한화의 빅딜은 사전에 미리 준비된 작업이었고 이는 이건희 회장의 뜻을 미리 확인한 작업이다. 이를 주도한 인물은 최지성 미래전략실 실장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물론 이 부회장 역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롯데와 빅딜 과정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만나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딜이 원활히 추진되도록 오너로써 힘을 실어준 것일 뿐 그 이상은 확대 해석에 가깝다.

되레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부회장 역할에 집중했다. 실제 이 부회장은 그동안 경영 수업을 삼성전자에서만 집중해 받았다. 이 부회장은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2012년 삼성전자 부회장에 오르기까지 경영수업을 오로지 전자분야로만 했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삼성과 소니의 합작사 S-LCD 등기이사를 맡긴 했지만 역시 전자부품 회사였다.

물론 이 부회장이 오너의 아들인 만큼 최 전 실장으로부터 주요 현안을 보고 받고 관련 이슈를 공유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사사건건 타 계열사 경영에 관여하고 의사 결정을 한 것은 아니었다.

대신 이 부회장은 전문 분야인 전자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는데 주력했다. 이 부회장은 피고인신문 과정에서 전자산업의 미래 먹거리인 전장사업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드러냈다. 또 박상진 전 삼성SDI 사장을 질책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대해 설명하면서 전자 관련 조인트벤처의 이슈를 드는 등 내밀한 이슈까지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은연 중에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삼성SDI라는 계열사에서 박 사장 전임자가 유럽 전장업체와 조인트벤처를 만들었는데 박 사장이 취임하면서 그 업체랑 협력관계를 끝냈다"며 "제가 그 조인트벤처를 만들고 유지시키는데 나름대로 노력하고 열정을 갖고 일했기 때문에 박 사장 판단이 불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사장 본인의 경영판단을 했겠지만 그 후 그 사업 부실이 조금씩 늘어나 나중엔 1조 원 가까운 사업부실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이 부회장은 협력사들의 상황까지 체크할 정도로 전자사업 관심도가 높았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지난해 2월 세번 째로 독대한 자리에서 국내 중소협력업체들의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을 알리고 외국인 노동자 쿼터를 늘려줄 것을 건의 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