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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은 왜 ‘회장직' 취임을 거절했나 [삼성 재판 다시보기]⑥최지성·김종중 참모들 제안 고사, 바이오 등 경영능력 입증 주력

길진홍 기자공개 2017-08-09 08:20:57

이 기사는 2017년 08월 08일 1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이 의미 있는 몇 마디를 남겼다. 삼성 총수일가 지분 및 계열사 주식을 관리하고 지배구조 업무를 총괄했던 그의 입을 통해 그룹 소유구도 변화를 둘러싼 여러 퍼즐 조각이 맞춰진다.

특히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긴박했던 삼성 수뇌부 고뇌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주목할 대목은 이 부회장이 스스로 참모들이 제안한 회장직 승계를 뿌리쳤다는 점이다.

이재용 수요 사장단
<삼성전자 등기임원 선임 후 삼성 수요사장단 회의에 참석하는 이재용 부회장>
김 전 사장은 7월 24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건희 회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최지성 부회장을 비롯한 참모들이 이 부회장에게 '빨리 회장직에 취임하는 게 어떠냐'는 권유를 수차례 한 적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회장님이 와병 중인데 제가 지금 이렇게 나서기는 어렵다며 매번 사양을 했다. 그러다가 지금의 상황이 됐다"고 증언했다.

회장직 취임과 관련한 김 전 사장의 증언은 여기서 끝이 난다. 이 부회장이 끝까지 회장직을 고사한 구체적인 배경과 이후 수뇌부의 구체적인 움직임에 대한 추가 언급은 없었다. 다만 행간의 의미를 살필 때 당시 삼성과 이 부회장을 둘러싼 여러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이 회장 와병으로 총수 부재에 우려가 날로 커지면서 참모들은 '포스트 이건희' 체제 구축을 서둘렀던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지분 정리 등 소유 구도가 완비되지 않았으나 대내외적으로 하루빨리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삼성 승계구도를 공식화할 필요성이 있었다.

소유구도 정비에 앞서 이에 대한 정당성과 명분을 제공할 강력한 유인이 필요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이 회장 와병 후 삼성은 현대차와 격돌한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 입찰에서 고배를 마신데 이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좌초되고 헤지펀드인 엘리엇의 공격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일의 우선순위를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등 계열사 지분이나 소유권 강화가 아닌 회장직 승계에 뒀던 셈이다. 당시 참모들은 회장직 승계 후 '이재용 시대'의 여러 경영계획을 세워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의 상황이 됐다"는 김 전 사장의 증언에서 후속 계획이 실행되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이 묻어난다.

참모들의 뜻은 오늘까지 반영되지 않았고 황태자는 경계에서 정중동의 행보를 보였다. 이후 삼성 지배구조는 섹터별 순환출자를 간소화하고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하는 수순으로 흘러간다. 지분 소유변화를 수반하는 계열 재배치는 제일모직과 통합한 삼성물산이 주력 계열인 삼성전자 지분 약 4.25%를 갖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 부회장은 2016년 말 삼성전자 등기임원으로 선임돼 책임경영을 강화한다.

이 부회장이 끝까지 회장직을 고사한 배경에 관해서는 여러 관측이 제기된다. 내용면에서 후계구도가 안착된 상황에서 스스로 회장직 승계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이 부회장 스스로 경영자로서 대내외적으로 경영능력을 인정받는데 방점을 뒀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은 8월 2일 열린 피고인 신문에서 우회적인 심정을 드러낸다. 그는 "내 위치에서 한 단계 위치 변화가 있다면 회사 안이든 사회에서든 환영을 받으면서 하는 것이 좋지 않나"라며 "서두를 필요가 있나 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연장선에서 이 부회장 중심으로 속도를 낸 삼성바이오로직스과 삼성바이오에피스 외형성장은 일맥상통한다. 아버지 시대에 전자가 있었다면 이 부회장 시대에는 이를 대체할 '성장 스토리'가 필요했다. 이 부회장이 바이오부문에 남다른 애착을 보인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일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등기임원 선임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숙원은 '뇌물 재판'이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미완으로 남았다. 이 부회장은 지금 스스로 예상치 못한 또 다른 경영 시험대를 거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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