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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국적선사 맏형' 힘겨운 홀로서기 [격랑 헤치는 해운업계]①한진해운 파산 후 물동량 20% 흡수, 적자 해소·실탄 축적 과제

고설봉 기자공개 2017-08-24 08:25:35

[편집자주]

국내 최대의 국적선사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1년. 격랑 속에서 표류해 온 해운업계가 혹독한 구조조정 등을 거치며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국적 선사들을 중심으로 한국해운연합이 출범했다. 치킨게임을 중단하고 사라진 항로를 다시 개척하는 일이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격랑을 헤치고 있는 해운사들의 현주소와 앞으로 항로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8월 22일 15: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상선의 해운산업 재건을 위한 도전이 시작됐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한진해운이 담당하던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20%를 흡수했다. 수출 한국의 발이 묶일 수 있는 상황에서 현대상선 존재 자체가 버팀목 역할을 했다.

국내 원양선사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둘 뿐이었다. 글로벌 해운사 순위 7위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이제 국내 원양선사는 현대상선이 유일하다. 국내 해운업계의 맏형으로 우뚝 선 만큼 현대상선은 망망대해를 향해 선두에서 파고를 넘어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그러나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기에는 기초체력이 빈약하다. 선대 규모 세계 14위 해운사라고 하지만 해운 물동량 점유율 등에서는 글로벌 해운사에 한참 밀린다. 세계 해운 물동량의 60%를 차지하는 머스크, MSC, 코스코-OOCL, CMA CGM, 하팍로이드 등과 어깨를 견주기는 아직 부족하다.

현대상선은 주력 노선인 미주서안 항로에서도 이들에게 밀린다. 올 2분기 기준 미주서안 화물수송 점유율 7%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대비 2.9% 포인트 선복량을 늘렸다. 그러나 여전히 글로벌 선사들의 벽은 높다. 미주 전역으로 시장을 확대해 보면 같은 기간 현대상선의 점유율은 5.7% 수준으로 떨어진다.

현대상선 미주서안 물동량

현대상선은 물동량 점유율을 늘리고 경쟁력 제고를 위해 선복량 확대를 꾀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100만 TEU로 선대 규모를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컨설팅을 통해 그 비용으로 약 10조 원을 책정했다. 원양을 누빌 대형 선박을 발주하고 컨테이너 추가 구입과 항만 및 인력 등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한 비용이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한 신규 투자가 단행돼야 하지만 그럴만한 자체 여력은 전무한 상황이다. 당장 파산 직전에 처했다가 올 3월 한국선박해양을 통해 7043억 원의 자금을 수혈 받아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아직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에는 뒷심이 많이 모자란 상황이다.

결국 외부 투자에 의존해 덩치를 불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투자를 조달할 만한 창구가 마땅치 않다. 당장 최대주주이인 산업은행 외에는 기댈 곳이 없는 상태이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추가 지원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국책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정부의 의중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향후 100만TEU 규모로 선사를 키우기 위해 선박을 확보할 것"이라며 "그러나 자금조달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기회가 주어졌을 때 우리가 어떻게 성장할 지, 체력이 있는지 등을 점검하는 단계"라며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구체적인 이야기를 시작한 단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이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체질개선을 요구받고 있다. 현대상선의 수익성 악화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2015년 2분기부터 시작된 영업적자는 올 2분기까지 9개 분기 연속 이어졌다. 다만 꾸준히 불어나던 적자 폭은 올 1분기를 기준으로 소폭 감소하는 추세다.

언제 다시 적자가 불어날지 알 수 없다. 우선 수익성을 잠식하는 요인으로 지목된 고가 용선료 개선이 시급하다. 용선료가 비쌀 때 배를 집중적으로 빌려 선복량을 확대하면서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파산 직전에 몰리며 선주들과 용선료 협상을 벌여 일부 용선료를 낮췄지만 아직 충분히 원가 경쟁력을 회복하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최근 화물 운임이 소폭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현대상선의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이다. 컨테이너 시황 대표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1일 기준 878.3으로 지난해 평균(650.1)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상선의 주력 노선인 미주서안항로 역시 FEU당 1225달러에서 1641달러로 상승했다. 아시아 역내의 경우도 상해-한국(부산)항로는 TEU당 103달러에서 135달러로 높아졌다.

또 세계 최대 자산운용회사인 블랙록과 최대 1조 원 규모의 투자 유치 협상은 가뭄의 단비라고 할 수 있다. 블랙록이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형태의 투자가 논의 중이다. 현대상선이 그린 밑그림을 실현할 마중물이 들어온다면 장기화되고 있는 해운업 불황에서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 안전장치가 갖춰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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