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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학습효과, 롯데쇼핑 한국물 물꼬 텄다 아시아 투자자 성황…두산인프라 대비 금리 낮게 발행

이길용 기자공개 2017-09-06 09:49:26

이 기사는 2017년 08월 31일 17: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북한이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이번 주(8월 28일~9월 1일) 유로본드 발행을 준비했던 롯데쇼핑 홍콩법인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예상치 못한 도발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시장 분위기를 보고 프라이싱(pricing)에 도전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국제 금융시장은 발사 직후 놀란 모습이 역력했으나 북한에 계속되는 미사일 발사에 학습효과가 생긴 투자자들은 북한 이슈에 개의치 않았다. 반응이 예상보다 적은 시장을 확인한 롯데쇼핑은 곧바로 북빌딩(수요예측)에 돌입해 발행 규모에 6배 가까운 수요를 확보했다. 미사일 발사 직후 발행을 했지만 뉴이슈프리미엄(New Issue Premium·NIP) 없이 발행에 성공할 정도로 흥행했다.

롯데쇼핑 홍콩 지주사 롯데쇼핑홀딩스(Lotte Shopping Holdings)의 자회사 롯데쇼핑비즈니스매니지먼트(Lotte Shopping Business Management)는 30일 오전 아시아 시장에서 유로본드 발행을 선언(announce)하고 투자자 모집을 개시했다. 이 딜에서는 수출입은행이 전액 보증을 제공했다.

당초 롯데쇼핑은 지난 28일 런던 증시 휴장 이후 29일 곧바로 프라이싱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29일 오전 6시 경 북한이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계획을 잠정 중단시켰다. 북한이 일본 상공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적은 처음이라 지정학적 리스크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시장 분위기를 탐색한 롯데쇼핑과 수출입은행은 아시아와 유럽, 미국 증시가 장 초반에는 북한 리스크에 의해 하락했다가 상승세로 마감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북한에 던졌지만 시장에서는 이전보다 발언 수위가 약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시장 반응이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한 롯데쇼핑은 지난 30일 프라이싱을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롯데쇼핑은 3년 고정물로 트랜치(tranche)를 구성했고 이니셜 가이던스(Initial Pricing Guidance·IPG, 최초 제시 금리)는 미국 국채 3년물 금리(3T)에 130bp(area)를 가산한 수준으로 제시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라 더 높은 가산금리(스프레드)를 제시하는 방안도 고민했으나 지정학적 리스크의 영향이 크지 않다는 판단 하에 다른 발행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금리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빌딩 과정에서 최대 20억 달러에 육박하는 주문을 모은 롯데쇼핑은 가이던스를 5T + 105~110bp로 수정했다. 금리를 낮췄지만 이탈하는 자금 규모가 적어 최종 주문은 17억 달러로 집계됐고 스프레드는 105bp로 결정됐다. 발행 규모는 예정대로 3억 달러로 확정했다.

이번 딜에서 아시아 투자자들에게 배정된 물량이 91%에 달한다. 북한 이슈에 노출이 심한 이들은 북한 도발에 대한 학습효과가 완전히 형성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번 딜은 유로본드 형태로 진행돼 미국 투자자들이 참여하지 않아 지정학적 리스크에 민감한 이들의 반응은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롯데쇼핑 홍콩법인 딜에서 보증을 제공한 수출입은행 덕분에 신용이 보강되면서 투자 수요를 수월하게 모집했다. 수출입은행 5년물 유통금리(G-Spread) 대비 15bp 정도 높은 수준에서 금리가 결정됐는데 이는 보증채권의 특성상 지불하는 프리미엄(Premium) 성격이 강하다. 국책은행의 보증 딜에서 책정되는 프리미엄과 유사한 수준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새로운 채권을 발행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뉴이슈프리미엄은 사실상 없는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말 실시한 두산인프라코어 유로본드도 산업은행이 보증을 제공했다. 당시 3년물 고정으로 트랜치를 구성했던 두산인프라코어는 102.5bp로 금리를 책정했는데 지난 30일 기준 유통금리는 108bp로 소폭 벌어졌다. 7월 말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 롯데쇼핑이 결정한 스프레드 105bp는 시장 상황이 좋았을 때 했던 딜 보다도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시장 상황외에도 두산인프라코어와 대비해 롯데쇼핑의 우수한 신용도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쇼핑이 성공적으로 딜을 마무리하면서 향후 한국물 딜을 추진하는 발행사들의 부담을 덜어줬다. 북한의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을 깨달은 KEB하나은행은 31일 곧바로 포모사본드 프라이싱(pricing)에 착수했다. 기아자동차, 한진인터내셔널 등 향후 한국물 발행을 앞둔 곳들도 예정대로 발행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사일 발사 직후에는 한국물 시장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우리나라를 제외한 아시아·유럽·미국 시장에서는 특별한 반응이 없었다"며 "롯데쇼핑이 성공적으로 딜을 마무리하면서 한국물의 우량한 크레딧이 다시 부각돼 3분기 한국물 딜들도 수월하게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딜은 BNP파리바, HSBC, 스탠다드차타드(SC)가 주관사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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