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 프레임' 벗은 천호식품, 득보다 실? '남자한테...' 광고 멘트로 성장 가도, 새 동력 확보 과제
양정우 기자공개 2017-09-07 08:23:25
이 기사는 2017년 09월 01일 17: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영식 전 회장 등 오너 일가가 모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천호식품 다음 행보에 우려가 제기된다. '촛불집회 폄하', '가짜 홍삼 논란' 등 돌발 이슈로 퇴진을 결정했지만 그동안 '김영식 모멘텀'으로 성장 가도를 달렸기 때문이다.'남자한테 참 좋은데,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 천호식품은 이 광고 멘트 하나를 기점으로 건강기능식품업계에서 자리를 잡았다. 김 전 회장이 직접 출연한 광고로 입소문을 타며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각인시켰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천호식품은 지난 2010년 김 전 회장의 광고 방영을 기점으로 실적이 가파르게 성장했다. 지난 2009년(제1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1억 원, 5억 원이다. 2010년에는 각각 530억 원, 94억 원으로 급증했다. 제1기 실적이 연간 기준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1년 기준으로 환산해도 폭발적으로 수익 규모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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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강기능식품은 사실 회사마다 효능 측면에서 격차가 크지 않다"며 "결국 브랜드 이미지와 마케팅에서 승부가 갈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천호식품의 경우 절묘한 광고가 실적으로 직결된 대표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0년 이후에도 천호식품은 700억 원 안팎의 매출 규모를 유지해 왔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매년 70억 원 안팎을 기록했다. 대표 제품인 '마시는 산수유', '우먼솔루션', '홍삼진액', '숙취헛개', '동결건조청국환' 등이 꾸준한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5년 들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가짜 백수오 사태가 터지며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단숨에 주저앉았다. 천호식품 역시 그 해 영업이익이 20억 원으로 감소했고 지난해엔 적자(17억 원)로 전환했다. 당기순이익도 적자(15억 원) 실적을 기록한 건 마찬가지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올 초 김 전 회장의 촛불시위 폄하 발언과 가짜 홍삼 파문이라는 악재가 불거졌다. 이 때문에 김 전 회장이 전격 퇴진한 데 이어 장남 김지안 전 대표도 경영에서 물러났다. 오너 일가가 천호식품에서 완전히 손을 뗀 대신 최대주주인 카무르파트너스에 경영을 맡겼다.
카무르파트너스는 일단 아워홈 출신의 전문경영인 이승우 대표를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했다. 단체 급식 사업과 식자재 유통 사업을 업계 1위로 정착시킨 이 대표에 기대를 걸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준 오너의 퇴진은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천호식품의 다음 행보에도 비상등이 켜졌다는 평가다. 그동안 가장 큰 성장 동력이 김 전 회장이었기 때문이다. 과거 '김영식 광고'가 보여준 마케팅 효과가 없으면 이미지를 되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진단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퇴진은 사실 양날의 검"이라며 "여론의 뭇매를 맞자 퇴진할 수밖에 없었지만 당장 '넥스트 김영식'이 없다는 점이 숙제로 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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