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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거래소 인가제 왜 무산됐나 잘못된 시그널에 따른 부작용·진입규제 장벽 우려

안경주 기자공개 2017-09-06 09:45:00

이 기사는 2017년 09월 05일 18: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처음으로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규제의 칼'을 빼들었지만 가상화폐 거래소 인가제를 도입하지 않았다. 가상화폐(또는 가상통화)를 화폐·통화나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한 만큼 거래소 인가제를 도입해 공식력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상화폐 거래소 인가제를 도입하면 빗썸·코인원 등 일부 사업자를 제외한 다른 사업자들이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는 '진입규제 장벽'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감도 영향을 끼쳤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일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개최하고 지난해부터 검토해 온 가상화폐 거래소 인가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주홍민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과장은 "현 단계에서 가상화폐 거래소 인가제 도입은 성급하다고 결론을 냈다"며 "향후 (가상화폐 거래소와 관련해) 추가적인 논의가 있을 때 다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보여온 정치권의 행보와 반대되는 결정이다. 정부가 수개월간 손 놓고 있는 사이 정치권이 가상화폐 거래소 인가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일 가상화폐 거래소가 5억 원 이상의 자기자본과 인력, 전산설비 등을 갖추고 금융위 인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박 의원 측의 개정안을 거부한 것이다. 오히려 가상화폐 거래를 유산수신·다단계와 같은 사기범죄와 동일시 하면서 가상화폐 사업자를 유사수신업체로 몰고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TF를 주도하고 있는 금융위 내부에서도 무리한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며 의아해 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왜 정치권의 의견과 반대되는 결정을 내린 것일까. 정부가 내세운 가장 큰 이유는 공신력 문제다. 금융위가 가상화폐 거래소 인가를 내주면 '정부가 검증을 통해 가상화폐를 공식 인정했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이 아닌 것으로 본 만큼 정부가 나서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감독할 수 없다"며 "가상화폐 거래소 인가제를 도입할 경우 공신력을 부여해 부작용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인가제를 도입하면 일부 가상화폐 거래소가 시장을 독점하고 '진입규제 장벽'을 만드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30여 개 가상화폐 거래소가 영업 중이다.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를 설립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10여 개 안팎의 사업자가 추가로 생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시장은 빗썸, 코인원, 코빗 등 3개 업체가 과점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상화폐 거래대금이 코스닥시장을 넘어설 정도로 많지만 대부분 후발주자다. 이 때문에 인가제를 도입해 가상화폐 거래소 요건을 강화하면 후발주자 대부분은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 인가제를 도입하면 요건이 강화된다는 점에서 현재 과점체제를 구축한 3개 업체만 시장에 남을 수 있고 나머지 규모가 작은 업체는 남을 수 없게 된다"며 "오히려 '진입규제 장벽'을 만들어 시장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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