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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이어 롯데' 일감규제 해소 묘수된 '징검다리 놓기' 수혜기업-총수家 연결고리 역할, 직접 소유관계 단절 '규제 해소'

박창현 기자공개 2017-09-29 08:57:04

이 기사는 2017년 09월 27일 14: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감 수혜 계열사에 대한 우회적인 지배구조 재편 방안들이 대기업들의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규제 리스크 탈피를 위한 묘수로 떠오르고 있다. 오너 일가와 일감 수혜 계열사 간 직접적인 지분 관계만 정리하면 규제 대상 자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 거래에 따른 수혜는 그대로 누리면서 규제 법망에서 벗어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는 분석이다. 정부 당국은 악용 여지가 있을 수 있다며 대안 마련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총수 일가 소유 대기업 계열사들에 대한 사익 편취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실제 감독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초부터 총수가 있는 45개 기업집단(225개사)을 대상으로 내부 거래 실태를 점검하고 있으며 현재 대대적인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모든 대기업 계열사가 규제 대상은 아니다. 그룹사 중에서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가 넘고, 내부거래 규모가 200억 원이 넘으면 관리 감독을 받게 된다. 규제 대상이 된다고 해서 무조건 제재를 받는 것도 아니다. 명백하게 유리한 사업 기회를 총수 일가 측에 일방적으로 제공한 혐의가 입증돼야만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대기업 입장에서는 규제 대상에 포함된 것 자체가 리스크다. 지배구조와 직결된 사안인데다 수직 계열화 구축에 적지 않은 부담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법 규제가 강화된 2014년을 기점으로 대기업들은 오너 일가 지분을 정리하거나 내부 거래를 줄이는 방향으로 규제 당국의 움직임에 대응해왔다.

롯데, CJ

최근에는 우회적인 소유 구조를 구축해 규제 리스크를 해소하는 모양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오너 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대기업 계열사들만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따라서 오너일가와 일감 수혜 계열사 간 직접적인 지분 관계만 끊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이를 위해 둘 사이에 징검다리를 넣는 방식이 널리 쓰이고 있다.

물적분할도 매력적인 카드다. 일감 규제 대상인 계열사 A가 일감 수혜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B라는 자회사를 만들면 '오너일가→A→B' 지배구조가 새롭게 구축된다. B는 A의 100% 자회사다. 따라서 회계상 둘은 한 회사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총수기업 사익 편취 규정은 B의 소유 구조만 문제 삼는다. B 소유자는 오너 일가가 아니라 A라는 법인이다. 따라서 규제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롯데정보통신이 대표적인 예다. 롯데정보통신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 지분율이 24.77%에 달한다. 전체 매출 6229억 원에서 내부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도 91%가 넘는다. 대부분의 내부 거래도 수의 계약으로 따냈다.

롯데정보통신은 내부 일감이 많은 시스템통합(SI)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할 계획이다. 분할 완료시 '오너 일가→존속회사(롯데IT테크)→SI 사업 신설회사(롯데정보통신)' 형태로 지배구조가 재편된다. 오너일가와 일감수혜 계열사간 직접적인 지분 관계가 끊어지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오너 일가와 일감 수혜 자회사 사이에 롯데IT테크라는 중간다리가 생기면서 일감 규제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는 평가다.

CJ그룹처럼 오너일가 계열사를 중간 지주사로 만들어 활용한 사례도 있다.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과장 등 오너 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C&I레저산업이 그 주인공이다. C&I레저산업은 2015년까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았다. 그룹사들의 부동산 관리와 투자 컨설팅 일감을 도맡으면서 전체 매출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99%에 달했다. 결국 규제 탈피를 위해 건물 관리 사업부를 과감히 처분했다. 대신 매각 대금을 밑천 삼아 생활안전제품 제조업체 'SG생활안전'을 인수했다.

C&I레저산업은 규제에서 자유로워졌지만 이번에는 SG생활안전에 그룹 일감이 집중됐다. SG생활안전은 그룹 편입 직후 보안 사업을 시작했고, 곧 그룹사와 내부 거래가 생겼다. 이렇게 제공받은 내부 일감이 작년 한 해 117억 원이 넘었다. 전체 매출 576억 원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SG생활안전이 새로운 일감 수혜 계열사로 떠올랐지만 오너 일가는 일감 규제에서 자유로워진 상태다. 오너 일가가 C&I레저산업을 통해 간접적으로 SG생활안전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결 실적만 놓고 보면 C&I레저산업은 거래 성격만 바뀌었을 뿐 과거와 마찬가지로 매년 120억 원 안팎의 내부 일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소유구조가 바뀌면서 오너일가와 C&I레저산업은 더 이상 규제를 받지 않는다. 적법 절차를 따르고도 규제 칼날을 완벽하게 피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두 사례 모두 오너 일가 입장에는 묘수임에 틀림없다. 규제는 벗어나면서 일감 수혜는 그대로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익 공유도 용이하다. 일감 수혜 계열사에서 창출된 이익은 배당을 통해 끌어올리면 된다.

공정위도 총수일가 사익편취 대상 계열사가 100% 자회사를 이용해 그룹 일감을 제공받는 방식이 우회 지원으로 이어질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행 규정상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만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우회 지원 빈틈이 있을 수 있어서 국회에서도 보완된 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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