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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무브' 시작될까 [한국은행 금리인상] 인상속도 확인 필요, 주식시장 자금유입 지속될듯

이승우 기자공개 2017-12-04 13:32:36

이 기사는 2017년 12월 01일 15: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은행이 6년 5개월만에 정책금리를 올리면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물가는 안정되고 있지만 증시와 부동산 시장 강세 등 향후 인플레이션 요인들을 선제적으로 제어하겠다는 게 한국은행의 의도로 보인다. 물론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이 3%를 넘을 것이라는 자신감으로부터 비롯된 금리 인상이다. 경제 성장에 대한 자신감은 향후 추가 금리 인상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뜻과 같다.

저금리 기조의 종언과 동시에 금리 인상 추세로의 전환은 자산관리 시장에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금리하락 추세를 등에 업고 괜찮은 성과를 냈던 채권 자금들이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채권형 자금의 추가 이탈은 불가피하게 됐고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만 금리인상은 선반영된 부분이 많아 급격한 자금이동은 제한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부동자금으로 대표되는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은 여전히 이리저리 부유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자금 이탈 가속화, 증시 유입 지속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2014년말 국내 채권형 펀드의 설정액이 63조 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잠깐 채권형펀드 설정액이 늘어나는 듯 했지만 최근 1년 사이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기조로 선회하면서 채권형 펀드 자금 유출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펀드 설정액
유형별(공사모 포함) 펀드 설정액 추이(출처: 한국펀드평가, 단위: 억원)

증권사 관계자는 "11월 들어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채권형펀드로부터 자금이 빠르게 유출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향후에도 채권형 펀드 자금 유출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채권 자금의 주식 자금으로의 대이동, 흔히 말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직 금리 인상 정도가 미미하고 향후 금리 인상 속도를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순현 SC은행 차장은 "위험자산에 대한 관심은 점진적으로 높아지겠지만 'great rotation'을 기대하기에는 금리인상 속도와 경기 모멘텀, 그리고 자산시장 구조 또한 과거와 상당히 다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오히려 금리 메리트가 생겨 다양한 금리 연계 상품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개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은 주식형 펀드 (위험자산) 아니면 예금 (안전자산) 정도였는데 금리를 이용해 구조화하는 상품이 활기를 띌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품의 경우 대부분 채권을 기본 자산으로 깔고 주식 자산으로 구조화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롱숏 전략을 구사하는 ARS(Absolute Return Swap)다. 더불어 최근 주식혼합형, 채권혼합형 등 하이브리드 상품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고 주식시장에 투자하면서 일부 하락을 방어하는 커버드콜 전략을 수반한 펀드가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박순현 차장은 "완만한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과거보다 다양해진 투자상품의 스펙트럼 등을 감안할 때 채권과 브릿지 상품을 활용한 점진적인 자금순환 가능성이 더 높다"고 예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으로 자금 유입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금리를 올렸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고 경제 성장이 더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내년에도 3% 이상 경제 성장을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전에는 미국 경제만 완만히 회복되었다면 올해, 정확히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여타 선진국 및 신흥국도 회복에 동참하고 있다"며 "경기 회복 사이클의 진폭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인상 속도가 관건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에 나섰던 30일 채권금리는 오히려 하락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3.7bp(1bp=0.01%p) 내린 연 2.075%, 5년물은 4.1bp 하락한 2.262%에 거래를 끝냈다. 10년물은 0.3bp 떨어진 2.471%를 기록했다.

이는 선반영된 부분에 대한 해소와 더불어 추가 금리인상은 상당히 신중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자 간담회에서 "불확실성이 높아 신중하게 갈 수 밖에 없다. 완화정도 축소로 방향을 잡았지만 고려요인이 많다"며 경기 불확실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가계소득 회복세가 상당히 더딘 상황으로, 민간소비와 수요 견인 인플레를 상당히 제약할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 인상 속도는 완만하게 유지될 것이고,이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위험자산으로의 쏠림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장의 예상과 달리 금리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 경우 채권 자금 이탈은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번 금리인상이 긴축의 개념이 아닌 완화정도 축소와 정책금리 정상화에 방점이 있음을 감안하면 두번째 인상까지 6개월 이상 쉬어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이어 "내년 4~5월 추가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1분기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순현 차장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자금의 이동이 한 축으로 너무 쏠리기 전 글로벌 경기 싸이클이 침체기로 들어가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가 좀 더 균형을 잡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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