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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P-Plan설 흘린 산은, 뭘 노렸나 채권은행·노조 주도권 휘어잡기 효과

김장환 기자공개 2017-12-12 13:42:07

이 기사는 2017년 12월 11일 13: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이 시중에 금호타이어 프리패키지드플랜(P-Plan)설을 흘린 이유는 뭘까. P-Plan이 실현될 경우 금호타이어에 대규모 채무를 제공하고 있는 산업은행의 타격도 불가피한 만큼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이번 P-Plan 설이 터진 덕분에 금호타이어 채권단 협의회 내에서 '패권'을 쥘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산업은행이 원하는 방향대로 나머지 채권단이 움직이지 않으면 '자폭'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 일이 됐기 때문이다. 동시에 금호타이어 노조를 확실히 옭아매는 수단도 됐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 처리 방안 중 하나로 P-Plan을 올려뒀던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이는 과거 더블스타로 매각에 어려움을 겪을 때부터 이미 검토해왔던 처분 방안 중 하나이기도 했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과거 취재 과정에 "매각에 실패하면 P-Plan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P-Plan은 돌입 가능성이 상당히 낮은 처리 방편 중 하나로 지적된다. 금호타이어에 제공한 여신 충당금을 대거 늘려 반영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P-Plan은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이 혼재된 기업 회생 절차다. 법원 하에서 구조조정을 거치는 동시에 채권단 추가자금 지원이 가능하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시절 금융위가 구상해 도입한 제도로, 아직까지 국내 대기업 중 실현된 사례는 없다. 법정관리에 준하는 형식의 제도이기 때문에 돌입시 채무 처분 방안도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

올 9월 말 기준 금호타이어 재무지표상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채무 내역을 보면 산업은행, 우리은행, SC은행, KEB하나은행,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제공받은 차입금은 2조 2110억 원에 달한다. 이들 은행 대다수는 금호타이어 여신을 '요주의'로 분류해둔 상태다.

P-Plan에 돌입하면 금호타이어 여신을 '회수의문' 단계 이하까지 낮춰야 한다. 채권은행들은 이 경우 최대 20%대로 쌓아뒀던 금호타이어 여신 충당금을 50% 넘게 늘려야 한다. 대규모 손실이 이들 은행에 유입될 수밖에 없다.

P-Plan 설 진원지인 산업은행은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은 금호타이어 여신을 쥐고 있다. 여타 채권은행과 달리 대출 담보물을 대거 쥐고 있어 부담이 적을 수는 있다. 하지만 담보물을 다수 쥐고 있더라도 충당금 설정에 대한 부담은 다를 게 없다. 올 한해 농사를 금호타이어 탓에 완전히 망쳐버릴 수도 있다. 산업은행은 올 3분기 누적 연결기준 1조 2628억 원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P-Plan 설이 나오자 어떤 채권은행보다도 당황했던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산업은행 다음으로 많은 금호타이어 채무를 쥐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P-Plan 설이 시중에 터진 지난 6일 "산업은행 실무진들 연락이 전혀 닿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했다. 금감원 측 관계자도 "산업은행 담당자가 전화를 받지 않아 정확한 내용을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 처분 방안을 두고 채권단 협의회를 비롯해 금융당국과도 제대로 된 논의를 벌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산업은행은 이를 통해 크게 두 가지 효과를 얻었다. 일단 채권단 협의회 내 여타 은행들을 압박하는 수단이 됐다. 그동안 산업은행과 불협화음을 가장 많이 냈던 건 최대주주인 우리은행이었다. 우리은행은 금호타이어 지분 14.15%를 보유해 산업은행(13.51%)보다 많은 지분을 들고 있지만, 금호타이어 주도권은 산업은행이 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과거 더블스타로 금호타이어 매각을 시도할 때 채무 연장을 해주지 않겠다는 의중을 보이는 등 산업은행과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였다"며 "금호산업 매각 당시 쌓였던 앙금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작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을 산업은행이 보여주면서 우리은행이 이전처럼 심기를 거스르는 행동을 취하기는 향후에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노조의 반발을 단번에 잠재울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회사가 최악의 상황에 치달은 상태에서도 총파업을 단행할 수 있다는 뜻을 지속해서 밝혀왔다. 산업은행이 인력 감축 등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벌일 경우 파업으로 맞서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P-Plan에 돌입할 수 있다는 설이 시중에 퍼지면서 금호타이어 노조도 극단적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게 됐다. P-Plan으로 가면 강제적인 구조조정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주 금호타이어 실사를 마친 산업은행은 이번 주 내로 채권단 협의회를 결정하고 금호타이어 처리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영업이익 등 수익성 지표가 최악의 상태는 아니란 점에서 P-Plan보다는 워크아웃 등 형식을 선택해 정상화 절차를 밟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채권은행간 이견이 큰 상태여서 금호타이어 처분 방안이 최종적으로 어떤 방식이 될지는 아직까지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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