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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와 AJ는 무슨 고민을 했던걸까

배장호 M&A부장공개 2018-01-18 09:23:02

이 기사는 2017년 12월 14일 08:5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AJ가 렌터카를 매각할 지 모른다는 소문이 돈 건 2015년 무렵이다. 매물로 나온 렌터카 업계 1등 KT렌탈을 롯데가 화끈하게 질러 인수한 직후였다.

당시 KT렌탈을 가지려고 덤볐던 국내 대기업 면면은 쟁쟁했다. SK네트웍스를 전면에 내세운 SK그룹은 물론 한국타이어의 인수 의지 또한 롯데 못지 않았다. 본입찰 직후 시장은 승자로 롯데가 아닌 이 중 한 곳을 지목할 정도였다. 질릴만큼 집요했던 매각자 쪽 프로그레시브 비딩 협상 요구에 끝까지 따라붙었던 두 곳이지만, 결국 롯데의 통 큰 한방에 분루를 삼켜야 했다.

딜은 많은 후일담을 남겼다. 한국타이어는 끝까지 판을 뒤집을 방도를 찾았다고 한다. SK 역시 KT렌탈 인수 실패를 내내 아쉬워했단다. 롯데가 지른 1조200억원을 두고 투자 자문가들조차 '미친 가격'이라 불렀다. 대체 차 렌탈사업이 얼마나 좋은 비즈니스길래 그리 적극적이었을까 싶다.

KT렌탈 딜이 마무리되고 뒷이야기 마저 잦아들 때 즈음, 이번엔 업계 2위 AJ렌터카 매각 관련한 소문이 돌았다. SK와 한국타이어가 AJ에 렌터가 매각을 제안했고, AJ가 고심한다는 내용이다.

물론 제안 가격이 AJ가 흔들릴만큼 유혹적이었겠지만, AJ로서도 "롯데까지 뛰어들 정도로 경쟁이 심화되는 국내 오토렌탈 시장에서 과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던 모양이다. 당시 AJ로부터 매각 자문을 따내기 위해 열나게 뛰었던 한 외국계 IB하우스 내에서는 AJ가 렌터카를 팔기로 결정할 확률이 80% 이상이라 판단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장기렌탈 중심인 국내 렌터카 시장에서 롯데나 SK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위인 AJ의 기업 신용등급상 조달 경쟁력이 떨어진다 판단할 만 하다. 금융리스 성격의 장기렌탈은 사실상 금융업이나 마찬가지여서 조달비용이 싸야 그만큼 마진을 더 낼수 있다.

당시 친분 관계에 있던 AJ지주 최고위 관계자는 "대기업들로부터 여러 제안을 받고 있는 건 사실이다. 갈수록 경쟁이 심해지니 장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략적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실토했다. 그렇다고 팔 생각이 있다고 하지도 않았다.

"렌터카가 AJ그룹에서 차지하는 사업 비중이 절대적이다. 또 많은 사업들이 렌터카의 부대사업들이다. 이런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진 AJ로선 렌터카 사업 매각이 곧 그룹을 정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겠나. 전략적 제휴나 파트너십이면 모를까. 또 조달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장기간 쌓아온 업력에 기한 오퍼레이션 능력은 더 중요하다. 렌트카 사업 진출한 대기업들과 AJ렌터카 수익성이 비교해보라. 어디가 더 높은가."

트집 잡을 데 하나 없이 다 말이 된다. 특히 선단식 경영을 하는 대기업 집단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에서 주로 법인 대상 장기렌트카로 돈을 벌어 온 국내 렌트카 사업이 과연 대기업이 영위하기에 적합할까 하는 생각을 평소에 해오던 터였다. 가령, KT렌탈을 인수해 이 시장에 뛰어든 롯데가 유통 라이벌인 신세계나 현대백화점 그룹 계열사들에게 렌트카를 파는 게 가능할까. 그럴 바에야 사실상 전업 렌탈업자나 다름없는 AJ가 법인대상 렌터카 사업자로선 더 어울리지 않나 여겼다.

그렇게 AJ렌터카 매각 이슈는 사그러지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슈가 다시 살아나는데 채 몇달이 걸리지 않았다. '특이하게도' 이번엔 현대차가 소문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특이하다 여겼던 건 현대차가 이미 렌터카 사업을 꽤나 크게 해오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장기 렌트카 부문만 놓고보면 현대캐피탈이 AJ보다 더 사업 규모가 크다. 현대캐피탈의 조달 경쟁력이야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런 현대차가 AJ렌터카를 왜 사려할까. 미래의 자동차 소비 패러다임이 크게 바뀔 것이란 관측들이 현대차로 하여금 전략적 고민을 하게 만들지 않았겠나 추정하는 이도 있다.

그런 고민이라면, 요즘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많은 자동차 관련 스타트업들이 있는데 굳이 거액을 들여 M&A를 하려 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미 여러번의 프로포즈를 받아 본 AJ를 흔들려면 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놔야 했을텐데 말이다. 그룹 내부적으로도 "무슨 그림인지 모르겠다"는 반응들이 많았다 한다.

결국 마지막엔 없던 일이 됐다. 실제 협상이 벌어졌는지, 아님 서로 고민만 주고받았던 정도인지 확인조차 잘 안된다. '어느 IB가 자문한다더라' '어느 회계법인이 실사했다더라' 하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희망사항'이라거나 그런 적이 없단다.

돌이켜 보면 처음부터 성사되기 어려운 일이었을지 모르겠다. 확신을 가지고 테이블에 앉아도 합의점을 찾는데까지 넘을 산이 많은 게 M&A 협상 아닌가. '팔지 말지' '살지 말지', 뭐 하나 명쾌한 게 없는 두 당사자가 앉아서 무슨 결론을 낼 수 있었겠나 싶은거다.

그런 와중에 상장사인 AJ렌터카 주가는 M&A를 안주 삼아 화끈한 널뛰기를 했다. 공시가 나오기도 전에 주가가 미리 움직였다니 내부자 거래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당 기업들이 M&A란 전략적 고민을 하는 사이, 그 곳 언저리 있던 개인들은 '재산 증식'이란 다른 차원의 고민을 했던 것일까.

정말 어떤 고민들을 했었는지,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지 누구든 나서 파헤쳐야 할 상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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