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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오아시스' 이란, UAE 군사협정 여파는 영항 제한적…쟁점은 달러화 금융거래·트럼프 리스크

이상균 기자/ 김경태 기자공개 2018-01-16 08:24:25

이 기사는 2018년 01월 15일 13: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 정부가 아랍에미레이트(UAE)와 비밀군사협정을 맺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동에 진출한 건설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수니파인 UAE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시아파의 맹주 이란에 관심이 집중된다. 자칫 수니파와 시아파 국가 간 갈등이 표면화될 경우 이란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의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아직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보다는 미국의 금융거래 제재 완화와 이란의 불안한 정국, 핵 협상 등을 더 시급한 과제로 꼽는다.

◇국내 6개 대형 건설사, 활발한 이란 비즈니스

이란 건설시장은 최근 수주 부진으로 고민하는 국내 건설사들에게 '단비'가 되고 있다. 2017년 국내 건설사들은 이란에서 52억 달러(5건)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다. 인도(29억 불)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이란은 2014~2016년 국가별 수주규모에서 단 한번도 20위 이내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이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를 선언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2016년 1월부터 각종 제재가 해제되면서 해외기업들에게 빗장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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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국가별 수주순위에서 1위를 하기 위해선 보통 수주 규모가 80억~100억 달러가 돼야 하지만 2017년은 저유가로 중동국가의 해외 발주가 부진했다"며 "이란은 정부 주도의 에너지, 화학분야 발주가 많기 때문에 대형 건설사 위주로 수주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 이란에서 수주한 주요 프로젝트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이란 KTRC 2단계 사업(32억 8000만 달러)과 대림산업의 익스파한 정유공장개선 공사(19억 4000만 달러) 등이다. 이들 사업이 전체 수주액의 99%를 차지한다. 현재 이란에 지사를 설립한 건설사도 대림산업과 GS건설, 현대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대형사 일색이다.

이란이 국내 건설사들의 '오아시스'로 부각되면서 UAE와의 비밀군사협정 체결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수니파인 UAE가 이란과 분쟁을 일으킬 경우 우리나라가 자동개입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이란과의 관계 악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란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이 피해를 입지 않겠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우려보단 남아있는 과제 푸는 게 우선…대림산업, 이미지 개선에 한몫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UAE와 체결한 비밀군사협정이 잠재적 리스크가 되겠지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일은 아니라는 것.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부와 UAE가 향후 협상을 통해 개선해나갈 여지가 많다"며 "리스크를 대비할 필요는 있지만 시급한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건설시장에는 이것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다른 문제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가장 큰 쟁점은 이란과 금융거래를 할 때 달러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인과 미국 기업들은 이란과 직접 거래를 할 수 없다'는 제재안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사들은 이란 정부와 원화를 통해 결제를 하고 있다. 원화는 달러에 비해 유동성이 떨어진다. 수출입은행이 이란 중앙은행과 90억 달러 규모의 유로화 협정을 체결했지만 이란에 진출한 건설사들의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이란 핵협상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미국은 더 강력한 제재안을 준비하고 있다.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란 정국이 불안정하다는 점도 변수다. 높은 실업률과 물가상승에 불만을 품은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면서 정부는 강경진압에 나서고 있다.

이란을 둘러싼 대외환경이 녹록치 않지만 대림산업 등 국내 건설사들 이미지가 양호하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먼저 이란에 진출한 대림산업은 1975년 5월 이란 이스파한의 군용시설 토목공사를 시작으로 지난 40여 년간 총 26건(45억5000만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행했다.

1984년부터 1990년까지 수행한 캉간 가스정제공장 건설공사는 이란과의 신뢰 관계를 돈독히 다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란 국영석유회사에서 발주한 이 공사는 해발 734m의 고원지대에 천연가스 정제 공장을 건설하는 고난이도 사업이었다. 공사 진행 중인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발발하면서 이라크군의 공습으로 작업이 일시 중단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1988년 7월 1일에는 한국인 근로자 13명이 숨지고 40여명이 중경상을 입기도 했다. 인력을 조기에 철수시키지 않은 것에 대해 비난이 쏟아졌지만 대림산업은 이란 정부에 약속 이행 의지를 전달하고 그해 10월 공사를 재개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림산업 덕분에 이란 정부는 한국 건설사들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다"며 "쟁쟁한 해외건설사들과 수주 경쟁을 펼쳐야 하지만 향후 수주 전망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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