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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의지와 호반건설의 전략 [thebell desk]

이승호 산업3부장공개 2018-01-23 11:18:51

이 기사는 2018년 01월 22일 11: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7년 1월23일. 대우건설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임기(3월27일) 만료를 앞두고 있는 임경택 부사장(CFO)에서 송문선 전 산업은행 부행장으로 교체됐다.

앞서 대우건설 감사를 맡은 안진회계법인은 2016년 3분기보고서 감사의견에 '의견거절'을 달았다. 총체적 부실 논란의 발단이 됐다. 당연하게 여겨졌던 '산업은행 출신 CFO'라는 카드는 힘을 잃었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건설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대우건설 내부 인사가 중용돼야 한다는 의견이 급부상했다.

'KDB밸류 제6호 사모펀드'를 통해 대우건설 지분 50.76%를 들고 있던 산업은행은 고민에 빠졌다. 펀드 만기가 10월로 다가오며 남은 시간이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산업은행은 결단을 내렸다. 당장 불거진 감사 문제 등 내부 논란을 봉합하는 것보다, 향후 매각 절차를 보다 수월하게 진행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선택한 카드가 송문선 전 부행장이다. 그는 1987년 입행한 이후 인사부, 자본시장실, 비서실, 컨설팅사업실, 투자금융실 등을 두루 거쳤고, 마지막에는 경영관리부문장을 맡았다.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베테랑인 셈이다.

#2017년 8월16일. 대우건설은 이사회를 개최하고 사임한 박창민 전 사장의 후임으로 송문선 수석부사장을 '직무대행'이 아닌 '정식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박 사장의 사퇴로 인해 회사 안팎에서는 매각 작업 연기에 무게가 실렸다. 노조는 박 사장의 최순실 낙하산 정황, 낮은 주가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 등을 내세워 '매각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M&A 업계에서도 회계와 관련한 불신과 부실경영을 어떻게 씻어내느냐와 새로운 경영진을 통한 기업가치 회복이 우선이라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었다.

대우건설 매각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한 산업은행은 맥킨지 경영진단 보고서를 토대로 인력 구조조정과 사업부 슬림화를 추진해야 했다. 산적한 현안들을 일관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직무대행보다 정식 대표이사가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2017년 12월28일. 산업은행은 그해 마지막 이사회에서 의미있는 결정을 내렸다. 전영삼 부행장의 임기 1년 연장을 결정했다. 그는 자본시장부문 부행장으로, PE실과 발행시장실, M&A실을 책임지고 있다. 2016년 1월 중순 부행장으로 올라선 전 부행장의 임기 2년은 공교롭게 대우건설 입찰(1월19일)과 일정이 겹쳤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 일관 처리를 위해 전 부행장의 연임을 조기에 결정한 셈이다. 전쟁중엔 장수를 가꾸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전 부행은 과거 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 매각을 성공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매각에 대한 의지는 CFO 교체 때부터 확고했다. 매각작업을 주도한 전영삼 부행장의 연임은 그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지금 매각하지 못하면 더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위기감마저 감돌았다.

호반건설은 이런 상황논리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보유지분(50.76%) 통매각을 원했던 산업은행에 지분 쪼개팔기를 제안하며 승부수를 던진 것은 신의 한수였다. 지분 40%를 우선 인수하고, 나머지(10.76%)에 대해 산업은행에 풋옵션을 제공하고 일정기간(2~3년)후 추가 매입하는 방안이다.

산업은행 입장에선 건설경기가 냉각돼 가는 상황이라 펀드 만기를 연장한다고 해도 대우건설 기업가치가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란 자신이 없었다. 대우건설 현 주가를 감안한 매각작업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천문학적인 금액의 확정손실이 불가피하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 됐다.

호반건설 입장에선 산업은행 우산에서 벗어나는 대우건설을 그대로 인수하기가 부담이다. 보유하고 있는 현금 대부분을 소진하게 되면 자칫 '승자의 저주'가 재현될 수도 있다. 산업은행과의 공동경영을 통해 기존 신용등급을 유지하면서, 차입금 5300억원 역시 일정기간 유예를 받을 수도 있다. 대우건설 인수에 따른 노조와 인수금융, 신용등급, 차입금 등 대부분의 문제를 일시에 해결하는 히든카드가 된 셈이다.

전후사정을 모두 검토한 산업은행은 지난 1월17일 매각추진위원회를 열고 전격적으로 호반건설이 제안한 분할매각 방안을 수용했다. 이에 화답하듯 호반건설은 지난 19일 단독 입찰에 나섰다. 호반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여부는 오는 26일 매각추진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산업은행의 눈물겨운 대우건설 매각 여정이 어디로 향할 지 주사위는 던저졌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호반건설의 집중력이 산업은행과의 윈윈 관계로 귀결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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