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트렌드 세터' 이재현, 글로벌 문화기업 꿈꾸다 [CJ를 움직이는 사람들⑪]시대 앞서 읽는 감각·글로벌 DNA로 무장…'월드베스트 CJ' 비전 제시

박상희 기자공개 2018-02-26 08:38:18

[편집자주]

CJ에는 '2인자'로 불리거나 이재현 회장의 '오른팔'로 일컬어지는 특정 인물이 없다. 2007년 일찍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비선 라인' 없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회장 경영 복귀 이후 '그레이트 CJ'와 '월드 베스트 CJ' 달성을 위해 사업구조 개편, 대형 M&A 등이 속도를 내고 있다. CJ의 비전을 실현 가능한 목표로 구체화하고 전략을 실행하는 컨트롤타워 조직과 인물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2월 22일 11: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3년 4월 23일 열린 CJ그룹 사원교육행사인 '온리원 캠프(2~3년차 신입사원 교육)'에 참석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 주니어 직원들의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 요즘 어떤 음악을 즐겨 듣냐는 질문에 '젠틀맨, 봄봄봄'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회장이 발매된 지 몇일 밖에 안 된 노래 제목까지 줄줄이 꿰는 것을 보고 참석자들이 적잖이 놀랐다는 후문이다.

식품기업을 물려 받아 글로벌 문화 기업을 일궈낸 이 회장이 최신 트렌드에 얼마나 기민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가 3세 가운데 유일하게 유학 경험이 없는 이 회장의 시선과 관심은 항상 해외를 향해 있다. 내수기업 1위 자리에 만족하던 CJ그룹에 '글로벌 마인드'를 심어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2020년 '그레이트 CJ', 2030년 '월드 베스트 CJ'는 이 회장이 직접 제시한 비전이다. CJ그룹은 '그레이트 CJ(2020년 매출 100조 원 달성)'까지 3년의 시간을 남겨두고 있다. 비전이 허무맹랑한 구호에 그칠지, 실현 가능한 꿈이 될지는 그가 앞으로 보여줄 리더십에 달려 있다.

◇ '젊은 문화·최신 트렌드 감각 ..글로벌 문화기업 일궈

지난해 5월 경영복귀를 공식화 한 이재현 회장은 9월 열린 온리원 캠프에도 여지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2013년 4월 온리원 캠프를 마지막으로 조세포탈 혐의로 수감됐던 4년을 제외하면 신입사원 행사에 매년 참석해 왔다.

이재현 온리원 캠프
왼쪽부터 박근태 CJ대한통운 사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김홍기 CJ(주) 공동대표

당시 그레이 후드짚업에 찢어진 청바지를 매치한 이 회장의 패션은 상당한 이목을 끌었다. CJ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이 평소에 영화, 음악, 패션, 음식 등 최신 트렌드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행사장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나타난 모습은 파격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CJ의 미래사업군은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분야다. 그들의 생각을 읽을 필요를 많이 느낀다. 친척이나 자녀 친구들을 만나면 그들의 생각을 자주 물어본다. 밥을 먹어도 20~30대가 먹고 많이 찾아가는 곳을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젊은 문화에 익숙한데, 선천적인 것은 아니고 노력을 한 것이다."

지난해 온리원 캠프에서 이 회장이 한 말이다. 그룹 관계자는 "국내 식품기업을 넘어 글로벌 생활문화그룹을 일궈낸 이 회장이 최신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회장의 그런 노력이 CJ그룹이 글로벌 문화기업으로 성장하는데 본보기 리더십이 됐다"고 말했다.

◇ 식품기업→글로벌 문화기업 도약…CJ '창업자'

이재현 회장은 경복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기업을 물려받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뭔가를 성취하고 싶었던 그는 졸업 후 씨티은행에 입사했다. 얼마 안 돼 조부인 호암 이병철 회장의 배려로 제일제당에 입사한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대리·과장·차장·부장 등의 직급을 차례대로 거쳤다.

제일제당이 1990년대 중반 삼성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 되면서 이 회장은 제일제당의 '오너'가 됐다. 호암의 손주지만, 아버지인 이맹희 명예회장을 건너뛰고 기업을 물려받았기 때문에 경영 측면에서는 2세대다.

CJ그룹 내부적에서는 이재현 회장을 '회사를 물려받은 오너'가 아니라 '새로운 기업을 만든 창업자'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회장이 설탕 제조 회사를 물려받아 이와는 상관없는 미디어·엔터, 유통, 물류 등으로 보폭을 넓혀 글로벌 문화기업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삼성가의 일원으로 출발했지만 삼성이 개척하지 않은 미지의 영역에 진출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것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이 물려받은 건 식품기업인 제일제당 하나였지만 CJ E&M, CJ CGV 등을 설립해 키우고 CJ오쇼핑, CJ대한통운 등을 인수하면서 지금의 CJ그룹을 만들었다"며 "국내 재계 오너 2·3세 가운데 창업자 의미가 가장 강한 기업인 중 한명일 것"이라고 말했다.

◇ 타고난 '글로벌 DNA', '월드 베스트 CJ' 비전 제시로 이어져

이 회장은 삼성가 2~3세 가운데 유일하게 외국 유학 경험이 없다. 그럼에도 '글로벌 DNA'만큼은 타고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는 좁다는 생각으로 항상 넓은 세계를 보고 사업 무대를 계속해서 해외로 확장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룹 내부에서는 외국에서 살거나 공부한 경험이 없는데도 시대를 앞서 읽고 글로벌 무대에서 기민하게 대처하는 이 회장에 대해 조부인 호암에게서 사업 DNA를 물려받은 것 같다고 평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계열분리 이후 곧바로 미국 신생 영화제작사 드림웍스에 3000억 원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상품과 제품은 시간이 흘러 후발주자에 따라잡힐 수 있지만 고유의 캐릭터와 스토리가 있는 브랜드는 시간이 갈수록 부가가치가 상승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CJ그룹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이 회장이 '스토리 산업'이 향후 우리 먹거리를 책임질거라고 이야기했을 당시 엔터와 미디어산업의 미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았다"며 "시간이 흘러 한식과 한류가 글로벌 무대에서 통하는 것을 보면서 이 회장이 이야기한 의미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2010년 이재현 회장은 2020년 매출 10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그레이트 CJ' 비전을 발표했다. 매출의 50%를 해외에서 올리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당시 그룹 내부에서조차 그 비전이 화려한 수사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다. 현실 가능성을 낮게 본 것이다.

평소 조용한 성격으로 알려진 이 회장은 경영진 담금질에 나섰다. 이듬해 7월 영위하고 있는 사업 분야에서 국내 1위를 하고 있다고 현 상태에 안주하면 안된다고 경영진을 질타했다. 이어 9월 중국에서 열린 글로벌 컨퍼런스에서는 글로벌 사업 부진을 질책했다.

그룹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CJ는 내수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해 이 회장이 제시한 글로벌 비전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이 많았다"며 "이 회장의 비전 제시와 잇따른 강한 질책이 CJ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했고, 임직원들에게 글로벌 마인드를 심어주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