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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VAN산업]'밴사 패싱' 가시화…대형사도 불안②카드사, 전표매입 직거래 도입 등 업무 축소…가맹점 '자체 밴사' 설립도 확산

안경주 기자공개 2018-03-07 11:04:51

[편집자주]

신용카드 결제 대행업무를 맡고 있는 부가통신사업자(VAN) 업계가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 그동안 카드이용 증가에 따라 VAN(밴)사들도 큰 어려움 없이 성장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최근 비용절감을 위해 수수료 정률제 등을 추진하면서 밴사의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간편결제 서비스 확산 등으로 영업 기반마저 흔들리면서 대규모 지각 변동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2018년 국내 밴산업의 현 주소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3월 05일 11: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나이스정보통신, 한국정보통신 등 대형 부가통신사업자(VAN, 이하 밴)는 제이티넷, 스마트로 등 중소형 밴사와 달리 당장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다. 리베이트 금지로 인해 발생한 잉여재원이 고스란히 영업이익 증가 등 실적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형 밴사도 안심 할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비용절감 압박을 받고 있는 신용카드사들이 밴사에 위탁했던 전표매입 업무를 직접하거나 간소화하는 방식으로 밴수수료를 줄이고 있다. 일부 대형 가맹점은 리베이트 금지 이후 보상금을 받지 못하자 직접 밴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그동안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던 대형 밴사들도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밴 결제 프로세스

◇매출전표 직매입, 밴수수료 낮추는 카드사

카드사는 통산 결제정보 중개, 매출전표 매입(수거), 가맹점 관리 업무를 밴사에 위탁한다. 밴사의 '매출전표 매입' 위탁업무는 매일 가맹점의 거래 내역을 모아 한도 초과와 도난카드 등 이상거래를 걸러낸 뒤 최종 결제 목록을 카드사에 전달하는 업무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밴수수료를 산정할 때 이 업무에 카드결제 1건당 평균 20원 수준의 대가를 인정해 포함했다. 하지만 최근 카드사들은 밴사에 위탁해온 매출전표 매입 업무를 전자문서 등을 통해 직접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간 2000억원 가량의 밴수수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곳은 신한카드다. 신한카드는 지난해부터 일부 가맹점을 대상으로 밴사를 거치지 않고 매출전표를 직접 매입하고 있다.

최근엔 일부 가맹점만을 대상으로 하던 매출전표 직매입 업무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ICT업체인 케이알시스에 위탁했다. 케이알시스는 카드 전표를 전자문서로 처리하면서 비용을 대폭 줄였다. 이에 따라 밴사에 지급하던 매출전표 매입 위탁 관련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신한카드의 계획대로 진행되면 내년 하반기께 밴사에 지급하던 매출전표 매입 수수료는 0원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의 이 같은 움직임이 다른 카드사로 확산될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롯데카드는 최근 일부 가맹점을 대상으로 매출전표 직매입에 나서고 있고, 삼성카드 역시 검토 중이다.

대형 밴사를 중심으로 "그동안 밴사가 투자한 금액과 시간, 관리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요구"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사실상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데 카드사가 이를 무시하고 밴업계의 요구를 받아주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대형 가맹점, 밴사업 추진…시장 경쟁 심화 우려

대형 가맹점은 밴사들로부터 매년 수십억~수백억원에 달하는 리베이트를 받았다. 2013년 검찰에 적발된 대형 가맹점의 리베이트 수수현황 자료에 따르면, D편의점 본사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687억원을 받았고, B편의점 본사도 같은 기간 130억원을 받았다. 이들 대형 가맹점 입장에선 매년 수십억~수백억원에 달했던 과외 수입이 2015년 7월 여신금융전문업법(여전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리베이트 금지 이후 사라진 셈이다.

크기변환_밴사 등록 현황
이에 따라 대형 가맹점들이 직접 밴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밴사를 직접 운영, 결제대행업무에 나설 경우 카드사로부터 밴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만큼 과거 리베이트로 받았던 과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움직임은 유통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대형 가맹점에서 두드러진다. 신세계, SPC 등이 대표적이다. SPC는 밴사업자인 SPC네트웍스를 설립하고 파리바케트 등 그룹내 가맹점과 계약을 맺도록 했다. 이 때문에 SPC그룹 내 가맹점과 관련해선 밴사 간 경쟁 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신세계그룹 계열의 IT서비스회사인 신세계아이앤씨(I&C)는 지난 2015년 7월 밴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이마트·신세계백화점 등 그룹내 유통사업을 토대로 사업을 확장하면 '캡티브 (Captive)' 시장이 형성돼 큰 어려움 없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결제가 일어나는 대형 가맹점에서 자체적으로 밴사업에 뛰어들면 기존의 밴사가 설 자리를 잃게 된다"며 "특히 대형 가맹점과 많은 계약을 맺고 있는 대형 밴사는 고스란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자인 KG이니시스도 지난해 밴사업에 뛰어들었다. KG이니스는 약 2만5000여곳에 달하는 온라인 가맹점을 갖고 있는 대표가맹점이다. 현대카드 자회사인 블루월넛 역시 지난해 10월 밴사업자로 등록했다. 이외에 농협중앙회 유통회사인 하나로마트도 밴사를 설립해 자체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대형 가맹점들이 자체적으로 밴사업을 시작하면 기존 밴사와 거래하는 가맹점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대형 가맹점이 설립한 밴사들이 당장은 자신들의 가맹점 거래만 소화한다고 하지만 향후 기존 밴사의 사업영역까지 넓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밴사의 사업영역 축소는 나이스정보통신, 한국정보통신 등 대형 밴사들이 우위를 점했던 시장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리베이트 금지로 대형 밴사의 수익은 당장 늘었지만 결국 '경쟁 심화'란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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