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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VAN산업]금융당국 팔짱에…중소형사 '신수익모델' 스톱③금감원, 현장검사 불구 수개월째 결론 미뤄…사업 추진도 철수 결정도 못해

안경주 기자공개 2018-03-08 16:32:57

[편집자주]

신용카드 결제 대행업무를 맡고 있는 부가통신사업자(VAN) 업계가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 그동안 카드이용 증가에 따라 VAN(밴)사들도 큰 어려움 없이 성장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최근 비용절감을 위해 수수료 정률제 등을 추진하면서 밴사의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간편결제 서비스 확산 등으로 영업 기반마저 흔들리면서 대규모 지각 변동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2018년 국내 밴산업의 현 주소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3월 06일 15: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사 위기에 직면한 중소형 밴(VAN, 부가통신사업자)사들이 생존을 위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개발했지만 1년째 개점휴업 상태다. 새로운 카드결제 승인중개시스템을 꺼내들었지만 금융당국이 여신전문금융업법상 리베이트 금지행위 저촉 여부 등에 대한 뚜렷한 유권해석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현장검사를 진행했지만 수개월째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중소형 밴사들은 자칫 생존의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니냔 우려가 적잖다.

◇신수익모델 '다운사이징 밴' 개발

중소형 밴사인 한국신용카드결제(코세스)는 지난해 1월 새로운 카드결제 승인중개시스템을 도입했다. 가맹점들이 카드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줄이기 원한다는 점에 착안해 다운사이징 밴(전용승인 대행업무)을 개발했다.

다운사이징 밴은 기존 밴사 중심의 카드결제 프로세스와 다르다. 동종 유사거래 IT 프로세스를 규격화하고, 고비용 부수업무를 배제해 원가구조를 개선했다. 또 저투자 고효율 전용시스템을 통한 대행거래 처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그 결과, 원가절감에 따른 밴수수료 인하가 가능해졌다. 카드사가 받는 가맹점수수료 중 밴수수료 비중이 7~8% 가량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맹점수수료 인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은 다운사이징 밴의 출현을 환영했다. 기존의 밴수수료와 비교해 다운사이징 밴을 이용하면 10분의 1 이하로 비용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한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 등 카드사는 물론 홈플러스, GS홈쇼핑 등 대형 가맹점도 다운사이징 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제이티넷, 스마트로 등 다른 중소형 밴사들도 다운사이징 밴 개발에 나섰다.

밴업계 관계자는 "다운사이징 밴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면 카드사는 밴수수료를 절감해 원가하락분을 활용한 가맹점수수료 인하가 가능하다"며 "중소형 밴사는 대형 밴사가 선점한 대형 가맹점 시장의 진입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돼 수익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운사이징 밴이 새로운 수익모델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중소형 밴사들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우회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할 소지가 있다며 대형 밴사들이 금융당국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이다.

앞선 관계자는 "대형 밴사들은 '다운사이징 밴' 사업모델이 사실상 대형 가맹점 지원을 위한 우회 리베이트로 간주하고 있다"며 "(대형 밴사들이) 금융당국에 유권해석을 요청하면서 중소형 밴사의 다운사이징 밴 사업은 개점휴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크기변환_금융위 법령해석 회신문

◇금융당국에 막힌 성장 기회

문제는 금융당국이 뚜렷한 유권해석을 내리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현장검사를 통해 밴수수료의 원가 산정 적정성 여부까지 살폈지만 수개월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장검사 자료를 토대로 금융위와 '다운사이징 밴' 사업모델의 적정성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언제 협의가 마무리돼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다운사이징 밴을 개발한 중소형 밴사들은 사업 추진도 철수 결정도 못한 채 금융당국의 최종 결론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왜 금융당국은 다운사이징 밴의 우회 리베이트 금지 저촉 여부를 결론내지 못하는 것일까. 업계 안팎에선 금융위와 금감원 간 다운사이징 밴 사업모델을 바라보는 시각 차가 존재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9월 기존 밴 중심의 카드결제 프로세스를 간소화한 결제방식을 유권해석으로 허용해 줬다. 이는 사실상 다운사이징 밴 사업모델을 허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 금융위 해석에 따르면 다운사이징 밴 사업모델과 관련해 여전법상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 밴사 업무를 필수적으로 요구하지 않고 있는 만큼 정보 보안을 충실히 하고 우회적으로 부당한 보상금 등(리베이트)을 제공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여기서 리베이트란 카드사가 대형 가맹점에 대해 적격비용 원칙에 반해 실제 비용 절감액을 초과해 과도하게 가맹점수수료를 인하하는 행위 등을 말한다.

이는 리베이트 금지행위 저촉 여부의 핵심을 '적격비용'으로 본 것이다. 결국 적격비용이 비용 절감액만큼 반영돼 밴수료가 낮아졌는지 여부다. 금감원도 지난해 현장검사에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장검사를 마친지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금감원은 이 부분에 대한 결론을 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 중소형 밴사 관계자는 "다운사이징 밴의 거래 적격비용이 원가절감이라는 절감요인에 따라 산정됐다는 점에서 리베이트 여지는 없다"며 "합리적인 원가 판단을 거쳐 공급자 자율로 도입하려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우회적인 리베이트로 판단해 규제한다면 밴시장의 건전한 경쟁 환경은 조성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소형 밴사들이 사업 추진도 철수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성장 기회만 놓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밴업계 일각에선 수익 감소를 우려한 대형 밴사의 로비력이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운사이징 밴 도입이 사실상 대형 밴사의 주 수익원인 홈플러스 등과 같은 법인가맹점을 타깃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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