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한화운용, '전무급 대표이사' 한화생명 전속운용사 운명 [지배구조분석] ①운용자산 74% 한화생명 자금, 금융지주사격인 한화생명과 운명 공동체

이승우 기자/ 이효범 기자공개 2018-03-12 10:14:01

[편집자주]

자산운용사는 고객의 돈을 굴려주고 그 대가로 수익을 내는 금융회사다. 하지만 실제 자금을 집행하기까지 어떻게 의사결정이 이뤄지는지, 그 과정과 체계에 대한 정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자산운용사 업무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이사회 구성과 주요 주주 등 지배구조에 대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3월 07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용현 한화자산운용 대표의 직급은 전무다. 한화생명에서 줄곧 자금운용 업무를 담당해 왔던 그가 한화자산운용 대표로 자리를 옮겼지만 직급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는 한화생명과 한화자산운용의 관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화자산운용의 지분 구조 역시 한화생명과의 관계를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2009년 한화증권이 보유하고 있던 한화자산운용 지분을 한화생명이 모두 사들인 것. 이로 인해 한화자산운용은 확실하고 든든한 주인의 우산 속으로 숨어들 수 있게 됐다. 한화생명은 운용자산은 물론 인력까지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면서 한화자산운용이 업계 3위로 우뚝 올라서게 만들어줬다.

하지만 자산운용업계에서 한화자산운용의 존재감은 점차 미약해져 가고 있다. 이렇다 할 대표 상품 없이 한화생명 '전속 운용사'의 길을 걸아가고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사실 그룹이 의도하는 바이기도 하다.

◇고래를 삼킨 한화운용, 한화생명 우산속으로

지난 2010년 6월 한화그룹은 국민투자신탁으로 시작한 푸르덴셜자산운용을 인수했다. 푸르덴셜자산운용은 1982년 국민투자신탁으로 시작했고 이후 현대투자신탁운용을 거쳐 미국의 푸르덴셜그룹의 자회사로 있었다. 푸르덴셜자산운용을 인수한 한화그룹은 2011년 두개의 운용사를 합병, 한화자산운용을 출범시켰다.

'3대 투신'으로 명성을 날렸던 국민투자신탁(피인수 당시 푸르덴셜자산운용)이 결국 자문회사(제일투자자문)가 전신인 한화투자신탁운용에 인수된 것이다. 세간에서는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고 했다.

한화자산운용 연혁

그 이전인 2009년 한화투자신탁운용에는 더 큰 변화가 있었다. 주인이 한화증권에서 한화생명으로 바뀐 것. 2009년 4월 한화투자신탁운용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던 한화증권은 이를 한화생명에게 모두 넘겼다. 이는 운용업을 키우기 위한 그룹 차원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한화자산운용이 한화증권 아래에 있었던 것은 IMF이후 2000년대 초반 정부에서 증권이 보유하고 있었던 제일투자자문에게 운용업무를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이라며 "이후 한화투자신탁운용으로 변경했고 이후 계속 증권이 지분을 보유해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큰틀에서 보자면 한화운용이 증권 아래에서 크기 어렵기 때문에 생명 자회사로 지분을 매각했던 것"이라며 "생명의 자금을 위탁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제 3자 외부 영업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봤다"고 덧붙였다.

한화생명 자회사로 편입이 되고 푸르덴셜자산운용과 합병하면서 운용업에 대한 그룹의 기대는 컸다. 이에 한화생명은 대규모 자산과 인력을 한화자산운용에 넘겨주며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작년말 기준 한화자산운용의 운용자산은 89조원 수준으로 이중 한화생명의 자산이 66조원(74%)에 달할 정도다. 나머지가 일반 공모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일임 자금 등이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한화생명의 유가증권본부와 대체투자본부로 2016년과 2017년에 걸쳐 이관됐다"며 "한화생명의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룹의 기대와 달리 한화자산운용의 자체 경쟁력은 떨어지고 한화생명 전속 운용사라는 씁쓸한 타이틀만 달게 됐다. 자발적 생존능력보다는 모회사에 기대는 구도로 점차 차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김용현 대표 이전 강신우 현 한국투자공사(KIC) 본부장이 대표 이사로 재직하던 시절 한화생명과의 갈등은 두 회사간 관계가 확실히 정리된 계기가 됐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당시 강 사장은 여러 운용사의 커리어를 기반으로 자기만의 운용 스타일을 추구했지만 그때마다 한화생명과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한화생명의 전무 타이틀을 단 김용현 대표가 취임하면서 한화생명과의 갈등은 사실상 종결됐다. 한화생명에 확실한 로열티를 가진, 그리고 직급이 낮은 인물을 대표로 앉히면서 상하관계를 명확히 한 셈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강 전 사장의 경우 운용철학이 확고해 항상 한화생명과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결국 상명하복식의 관계가 그때부터 확실히 맺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후 한화자산운용은 한화생명의 자금을 전담해서 운용하는 곳으로 변화됐다"며 "공모펀드와 ETF 등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하다"고 말했다.

◇변화 모색하는 그룹, 한화운용 입지 변화 가능성은

모회사인 한화생명과의 연결고리, 혹은 한화생명 자체의 그룹내 위상 변화는 한화자산운용의 입지나 존재감을 변화시킬 요인이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향후 승계 문제와 연결될 경우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화생명은 한화그룹 금융업의 핵심 축이다. ㈜한화와 한화건설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화생명은 그 아래 한화손해보험과 한화라이프에셋, 한화손해사정, 한화금융에셋 그리고 한화자산운용의 지분을 거의 대부분 보유하면서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만이 한화생명과동떨어져 있지만 이 역시 한화생명이 거둬들이기에 충분한 정도의 지분이다.

한화자산운용 지배구조

금융권 관계자는 "한화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생명 지분,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보유하고 있는 한화투자증권 지분은 ㈜한화와 한화생명을 통해 그룹 차원에서 충분히 정리가 가능하다"며 "한화그룹 금융쪽은 이미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지주회사 체제를 사실상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시나리오는 두가지다. 우선 현 정부의 방침과는 거리가 있으나 중간지주사법이 도입될 경우 현 지배체제에는 거의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 밑으로 한화생명이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고 한화생명이 한화투자증권 지분을 사들여 자회사로 두는 방식이다. 이 경우 한화자산운용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두번째는 중간 지주사 도입이 아닌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이다. 금산분리 문제를 제쳐두고라도 정부가 금융그룹에 대해 통합감독을 하기로 하면서 금융계열사의 자본 및 자산 건전성에 대한 규제 수위가 높아질 예정이다. 금융쪽만 떼어내 버리고 싶은 유인이 많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정부 출범 이후 그룹별로 지배구조를 명료하게 하는 것과 더불어 금융과 일반 제조업체간 계열 분리를 종용하는 것 같다"며 "만약 변화를 준다면 한화그룹은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지주회사를 만드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먼 이야기지만 승계 이슈와 연결될 경우 한화자산운용의 입지는 달라질 수 있다. 한화그룹은 이미 경영수업을 시작한 삼형제가 각자 영역을 구축하고 있기도 하다.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군수 화학과 태양광,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금융, 삼남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건설과 유통이다.

여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차남인 김 상무는 전통적인 보험금융이 아닌 새로운 금융사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금융 계열사들의 체제가 변화하거나 혹은 무게 중심이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김 상무는 한화생명 임직원들에게 "전통적인 영역은 전문이신 분들이 맡고 저는 새로운 금융사업을 해보려고 한다"는 말을 종종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상무는 자체 팀을 꾸려 핀테크 등 차세대 금융을 시작으로 해외 벤처와 사모펀드 등에 집중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화생명과 한화자산운용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운용 비즈니스보다는 독창적이고 공격적인 사업을 펼칠 수 있는 한화증권 혹은 제3의 회사가 조명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보험회사라는 든든하고 안정적인 계열사에 대한 기대는 완전히 저버릴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효성 그룹과 같은 계열 분리를 하기 위해서는 자녀들의 자금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재는 무리인 것으로 안다"며 "게다가 금융회사의 경우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엄격히 따지기 때문에 오너가 될 자녀의 사회적인 물의나 무분별한 행동 등이 장애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