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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준비된 3세 승계…키는 '한국도서보급' [오너십의 탄생]④10代 때 '지배 기반' 지분 투자, 승계재원+지배력 확보

박창현 기자공개 2018-03-23 08:16:05

[편집자주]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기업과 오너십도 마찬가지다. 지배구조 최정점에 서 있는 오너들도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배구조 재편의 풍파와 무게를 견디고 나서야 비로소 왕관을 쓸 수 있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오너십의 형성 스토리와 핵심 변곡점들을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3월 14일 14: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갑작스럽게 대권을 물려 받아서일까.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신속하고 꼼꼼하게 후계 승계를 준비했다. 오너 3세 적통 후계자인 이현준 씨가 일찍부터 지배구조 재편 전면에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현준 씨는 1994년 이 전 회장의 첫째 아들로 태어났다. 13살이 되던 2005년부터 현준 씨는 후계구도 중심에 서게 됐다. 시스템통합(SI) IT 계열사 '티시스'와 부동산 유지 보수 계열사 '티알엠', 상품권 서비스 업체인 '한국도서보급'이 핵심 지렛대가 됐다.

현준 씨는 2005년과 2006년을 기점으로 동시에 3사의 주주가 됐다. 먼저 2005년 아버지인 이 전 회장과 함께 한국도서보급 지분을 사들였다. 당시 이 전 회장이 50%, 현준 씨가 45% 지분을 확보했다. 이듬해 추가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51%, 49%까지 지분이 늘어났다. 완전 가족회사가 된 셈이다.

원래 한국도서보급은 두산그룹 계열사였다. 그러다 2003년 그룹 계열사인 한빛기남방송과 한빛전주방송이 경영권을 인수했고, 다시 이 전 회장 부자가 해당 지분을 매입하면서 오너 일가 소유가 됐다.

2006년에는 티시스와 티알엠 지분을 매입했다. 공교롭게 지분 취득 방식도 동일하다. 티시스는 2005년까지 이 전 회장 100% 개인회사였다. 이듬해 1월 티시스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단일 주주였던 이 전 회장은 이 유증에 불참했다. 이에 티시스는 실권주를 현준 씨에게 배정해 유증을 성사시켰다. 그 결과 현준 씨가 티시스 지분 49%를 확보, 2대주주가 됐다.

티알엠도 마찬가지다. 100% 주주였던 이 전 회장이 유증 청약을 포기하고, 해당 실권주를 현준 씨가 가져가는 방식으로 출자가 이뤄졌다. 현준 씨는 티알엠 지분도 49% 확보했다.

티시스와 티알엠은 현준 씨의 주주 참여 이후 수직계열화 핵심 계열사로 부상했고, 고공 성장을 이어나갔다. 티시스는 그룹 IT 일감을, 티알엠은 건물 유지 관리 일감을 도맡았기 때문이다. 탄탄한 수익구조가 갖춰지면서 배당 재원이 되는 이잉잉여금도 매년 수십억원씩 쌓였다.

현준 씨가 지분을 확보한 계열사들은 이후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도맡았다. 티시스와 티알엠의 경우, 그룹 지주사 격인 태광산업 지분을 늘리면 지배력 안전판이 됐다. 양 사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매입한 태광산업 지분만 11.2%에 달한다. 특히 2013년 두 기업이 합병되면서 이 전 회장(15.8%)에 이어 태광산업 2대주주 자리를 꿰찼다.

현준 씨는 합병 티시스 지분 44%를 확보했다. '현준 씨→합병 티시스→태광산업→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구축되면서 그룹 지배력 강화 효과를 거두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아울러 2014년과 2015년에는 배당을 통해 약 60억원의 현금도 챙겼다. 자연스럽게 승계 재원까지 확보한 모양새다.

한국도서보급은 태광산업 외 계열사 지분 투자 창구가 됐다. 대한화섬(24.69%)과 티캐스트(47.67%), 흥국생명(2.91%), 흥국증권(31.25%) 등 사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인 지분 확보가 이뤄졌다. 작년 말 기준으로 해당 계열사 지분 장부가액만 2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도서보급

태광그룹은 올 초 티시스와 한국도서보급을 하나로 합치기로 결정했다. 합병이 완료되면 현준 씨는 통합 한국도서보급의 2대주주(39.4%)가 된다. 현준 씨 입장에서는 통합 지배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현준 씨→합병 한국도서보급→태광산업/대한화섬/티캐스트/흥국증권' 형태의 단순화된 지배구조가 구축되기 때문이다.

아직 쓰지 않은 승계 재원 마련 카드가 많아 후속 절차 또한 용이하게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현준 씨는 티시스와 한국도서보급 외에도 이채널(6.1%)과 티브로드(7.1%), 티시스 사업회사(49%) 등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해당 지분 모두 경영권과 무관한 만큼 언제든 자산 처분을 통해 현금화가 가능하다. 해당 지분 가치는 수 백억원에 달한다. 당장 작년 3분기 말 기준 티브로드의 순자산은 8601억원으로 보유 지분 몫을 따지면 600억원이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태광그룹은 빠르게 승계 준비에 나서면서 3세들이 30살도 되기 전에 후계 기틀이 마련됐다"며 "승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 많다는 점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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