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3월 23일 08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파생결합사채(ELB)를 포함한 ELS 발행잔액은 지난해 하락 흐름을 이어가 11월 말 기준 55조 1508억원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발행잔액은 올 1분기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지난 21일 기준 58조 8022억원으로 반등했다. 조기상환 대비 재투자 규모가 작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ELS 시장으로 유입되는 금액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ELS 얘기를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시중은행이다. 시중은행은 신탁에 ELS를 편입한 주가연계신탁(ELT)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판매 채널인 KB국민은행이 작년 한 해 동안 판매한 ELT 금액은 18조 2647억원이다. 같은 기간 ELB 포함 ELS 발행 총액이 81조 1157억원임을 감안하면 22.5%가 KB국민은행을 통해 소화된 셈이다. 이밖에 KEB하나은행(9조 1720억원), 우리은행(8조 5691억원), 신한은행(5조 9212억원) 역시 남부럽지 않은 판매고를 올렸다.
이처럼 큰 손으로 자리매김한 시중은행들의 ELT 판매 경쟁이 발행잔액 증가에 한 몫 하고 있다. ELT를 좀처럼 판매하지 않던 A 은행은 지난해 초 10조원을 판매 목표로 내세우더니 올해 초에는 목표 금액을 14조원으로 올려 잡았다. 지난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쏠쏠한 신탁 수수료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달성이 어려운 것을 알면서도 실적 극대화를 위해 높은 수치를 내세운 것이다.
공격적인 ELT 영업은 다른 금융상품 판매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B 은행은 ELT 판매량이 최근 몇년 동안 급증한 반면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는 급감했다. 이 은행은 영업점 성과를 금융상품별로 측정하지 않고 전체 비이자수익으로 평가하고 있다. 비과세 혜택이 있지만 장기간 돈이 묶이는 보험 상품보다 6개월마다 조기상환 후 재판매 할 수 있는 ELT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창구 영업력이 ELT로 쏠렸다는 설명이다.
증권사가 리스크 판단에 따라 헤지 운용북 규모를 조절하는 것과 달리 시중은행 ELT 판매량은 매년 높아지고 있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몇몇 시중은행은 증권사 파생상품 담당자를 영입해 판매 전략을 세우고 있지만 판매에 드라이브를 거는 건 결국 비전문가인 신탁 부문 임원이다. 높은 판매 실적을 기반으로 임원이 승진하면 바통을 이어받은 또 다른 비전문가 임원이 더 높은 실적을 목표로 삼는 게 반복되는 실정이다.
물론 ELS 투자 매력도가 높아진 것도 발행잔액 증가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최근 미국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시중 지수형 ELS 쿠폰 금리는 8% 안팎까지 올라갔다. 4~5% 수준을 맴돌던 지난해를 떠올리면 투자할 마음이 생길 법도 하다. 꺾일 줄 모르고 오르던 증시가 급락하면서 추가 하락이 없을 것이라 판단한 투자자들이 ELS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시중은행의 ELT 판매 경쟁이 과열된 것은 아닌지 돌아볼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시중은행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산관리 역량 강화를 다짐하고 있지만 고객 수익률보다 금융상품 판매 실적을 끌어 올리는 데 혈안이 돼 있는 모양새다. 행여 과열된 경쟁에 피해를 입는 애꿎은 투자자들이 없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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