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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 해소 숙제…물산 지분 1.6조 팔아야 [삼성 지배구조 딜레마]①커지는 정부 압박에 묘수 찾기 '골몰'

김일문 기자공개 2018-04-06 07:53:40

이 기사는 2018년 04월 04일 11: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이 순환출자 해소 묘수 찾기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을 선언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삼성으로 쏠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비롯해 당국은 삼성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에 나설 것을 종용하고 있다.

삼성은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야 하는 숙제를 떠 안았다. 문제는 '묘수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순환출자해소 작업은 일부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처리가 핵심이다. 1조6000억원 어치를 외부에, 혹은 오너 일가가 인수하면 된다. 다른 계열사들이 인수하는 것은 또 다른 순환출자 이슈가 생기고, 삼성물산이 자사주로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삼성그룹은 당장 해결해야 할 사안은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순환출자 이슈는 언젠가는 풀어야 할 숙제다. 삼성도 시기와 방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만 했다.

◇일곱개 순환출자고리…공정위 압박에 해소 '고심'

공정거래위원회가 판단한 삼성그룹 순환출자 고리는 총 일곱 개다. 삼성물산의 지배를 받고 있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전자의 계열사들이 최상단에 위치한 삼성물산의 지분을 보유하는 고리가 형성돼 있다. 원래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열 개에 달했으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면서 일곱 개로 줄어들었다.

남아 있는 순환출자고리는 모두 삼성물산으로 시작해 삼성물산으로 끝난다.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으로 순환출자가 이뤄져 있다.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의 고리나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의 고리가 이어져 있다. 다른 4개의 순환출자 고리도 중간에 삼성생명이나 삼성화재가 들어갈 뿐 마지막엔 삼성화재, 삼성전기, 삼성SDI의 순환출자 고리가 풀리면 같이 해소된다.

삼성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한다면 삼성화재, 삼성전기,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을 처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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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순환출자를 해소할 계획이지만 현재로서는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 매각 이외에 다른 계열사들의 처분 계획은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발등에 불떨어진 삼성SDI…8월까지 매각해야

발등의 불은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는 이유로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일부를 팔라고 지시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지분을 모두 보유하고 있던 삼성SDI는 두 회사의 합병으로 삼성물산 지분 900만주를 보유하게 됐다. 종전 삼성물산 지분만 따지면 500만주 가량이다.

당시엔 새로 늘어난 400만주가 신규순환출자에 해당하니 매각하라는 명령이었다. 하지만 지난 2월엔 종전에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지분 500만주도 매각해야 한다고 예규를 바꿨다. 삼성SDI는 5000억 원에 달하는 삼성물산 잔여지분 2.11%를 8월말까지 처분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삼성SDI가 연관된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 3개가 사라진다.

삼성SDI가 매각할 삼성물산 지분은 약 5604억원 규모로 약 2.11% 수준이다. 지분 자체만으론 큰 규모는 아니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되는 것은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불안한 일이다. 삼성물산은 이재용 부회장이 단일 최대주주로 17.08%를 보유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2.84%)와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각 5.47%) 외에 특수관계인 지분을 더해 39%의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SDI 2.11%외에 삼성화재 1.38%(260만주), 삼성전기 2.61%(500만주)를 더하면 약 6% 규모다. 6%의 지분이 사라지면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이 그만큼 약해질 수 있다.

◇지주사 지분 함부로 팔수없어…처리방식 장고 거듭할듯

삼성SDI의 삼성물산 잔여지분(404만주)를 포함해 삼성화재(260만주), 삼성전기(500만주)의 삼성물산 지분을 모두 더하면 주식 시장 시세로 약 1조6000억원 규모다. 지난 2015년 삼성SDI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생명공익재단에게 우선 매각하고, 나머지 지분을 블록딜로 시장에 팔았다.

올해 삼성SDI가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도 블록딜이 유력한 대안이다. 이외에 다른 매각 방식은 찾기 힘들다.

과거와 같이 재단을 활용하는 방법은 사실상 어렵다. 공익재단이 재벌의 지배구조 구축에 활용되고 있어 예의주시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물산이 자사주로 매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자사주는 주식시장을 통해 매입해야지 블록딜 형태로 매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삼성SDI와 삼성물산이 주식시장에서 미리 약속한 특정 시점에 지분을 매매하는 '편법'을 떠올릴 수도 있으나 이 역시 통정매매로 간주된다. 통정매매란 매도자와 매수자가 사전에 약속하고 유가증권을 사고파는 거래를 일컫는 말로 시세조종 행위에 해당되며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삼성 계열사들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오너 일가,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사재를 털어 매입하는 것이 지배력을 유지하며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그만한 현금 동원력을 확보하긴 힘들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오너들의 대부분 재산은 지분으로 있을 뿐이다.

당장 8월말까지 처분해야 하는 삼성SDI 보유분의 경우 절반 이상이 블록딜로 나올 공산이 크다. 삼성전기나 삼성화재의 지분도 오너 일가가 인수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 외부 매각 밖에 답이 없다.

외부 펀드에 매각할 경우 논란에선 자유로워지지만 지배력 약화를 우려해야 한다. 시장에 지분이 풀리면 주주들의 원성이 높아질수도 있다. 백기사와 같은 우호적인 기관투자자들을 섭외하는 방안이 또 다른 대안이지만 이 역시 쉽지만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삼성물산 순환출자 해소 방안은 이재용 부회장과 외부 매각 외에는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태"라며 "우호주주를 찾아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한 뒤 시간을 갖고 조금씩 시장에서 사들이는 방법을 택할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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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특수관계인 주식보유 현황(오너 일가 보유분 제외, 금액은 4월3일 종가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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