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지분거래 '정공법', 삼성과 다른 길?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정몽구 회장 부자 직접 사고 팔아…삼성은 단계적 접근법
김현동 기자공개 2018-04-02 08:16:35
이 기사는 2018년 03월 30일 11: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간 사업분할과 합병 방안이 발표되면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방안과의 차이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은 최대주주의 지분 확대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렇지만 진행 방식에서 차이점이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최대주주가 지분거래를 주도하는 모습이다. 반면 삼성그룹은 흡수합병 후 순차적인 딜이 이어지는 간접 방식을 택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분할과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 방안은 정의선 부회장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보유한 정 부회장은 자연스럽게 '통합 글로비스' 지분을 갖게 되고, 이를 처분해 지배회사인 현대모비스의 주식을 새롭게 보유하게 된다. 정몽구 회장과 함께 최대주주 반열에 올라선다.
특히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첫번째 딜이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분할합병을 통해 취득한 통합 글로비스 지분을 처분해 계열사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취득한다. 만약 분할합병이 주주총회에서 의결되지 않거나, 통합 글로비스 매각가액 예상을 빗나간다면 지배구조 개편 자체가 시작되지 않을 수도 있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 입장에서 분할합병은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딜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절박한 과제다. 최대주주가 거래를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배구조 개편 순서에도 차이가 있다. 삼성그룹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라는 메가 딜을 처리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보유 계열사 지분은 2015년 초 '제일모직(23.2%) 삼성SDS(11.35) 삼성전자(0.5%) 삼성화재(0.09%) 삼성생명(0.06%)'에서 2016년 초 '삼성물산(17.1%) 삼성SDS(9.2%) 삼성엔지니어링(1.5%) 삼성전자(0.5%) 삼성화재(0.09%) 삼성생명(0.06%)'로 변경된다.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하는 순환출자 고리도 최근 해소했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함으로써 삼성물산을 통해 이 부회장이 그룹 총수로서의 역할을 하는데 문제가 없다. 다만 삼성전자라는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분율이 약하다는 점에서 지배구조의 핵심을 직접 건드리기 보다는 서서히 지분을 높이는 방식이다.
합병방식에서도 차이점 있다. 삼성그룹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흡수합병 방식을 택한 반면 현대차그룹은 분할 후 합병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택했다. 단순합병에 비해 분할합병은 분할비율과 합병비율 산정이라는 두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번잡하고 복잡하다. 그렇지만 대주주가 지분을 직접 취득한다는 점에서 정공법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사업 시너지 논란이 있었던 것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수직계열화를 유지해 논란을 피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완성차 업체(현대자, 기아차)- 현대글로비스'라는 완벽한 수직 계열 관계를 맺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모듈 및 AS부품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에 양도할 경우의 사업 시너지는 명확하다. 부품 사업과 부품 유통 및 차량 운송 등을 도맡아 할 수 있다. 존속 현대모비스는 자회사 지분 관리와 함께 첨단부품 제조 등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은 그 과정에서 시장에서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렸다. 반면 현대차그룹의 분할합병은 시장에서의 평가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분할부문의 1주당 합병가액은 각각 15만4911원, 45만2523원이다. 주가 간극도 크게 벌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모비스 소액주주나 현대글로비스 주주 입장에서 이번 분할합병이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 주주 입장에서 보면 분할합병으로 통합 글로비스 신주를 0.6주 받을 수 있고, 향후 지배회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점에서 미래 가치도 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주가 흐름을 점치기는 어렵지만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 합병 방안은 현대모비스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거나 현대글로비스에만 유리한 거래는 아닌 것 같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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