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김재섭의 좌절과 용기, 새로운 시작 [thebell desk]

이승호 산업3부장공개 2018-04-23 08:06:58

이 기사는 2018년 04월 19일 08: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에 대한 시장의 시각은 곱지 않다.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 상장폐지된 회사의 오너라는 수식어도 있다. 하지만 본업은 학자다. 지금은 바이오 제약회사의 최고경영자이고 한국을 대표하는 성공한 기업가의 길로 가고 있다. 그의 이름은 김재섭이다.

그는 학부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했다. 같은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이후 미국으로 넘어가 박사후 연구원(post-doc.)을 했다. 미국 유수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한데 이어 국내로 돌아와 강단에 섰다. 그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 젊은 과학자상에 이어 과학기술진흥유공 훈장도 받았다. 승승장구하며 성공의 길로 가던 그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이용해 '바이오 신약'을 만들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KAIST 생명과학기술대학 생명과학부 교수로 재직하던 2000년 제넥셀이라는 바이오 회사를 설립하며 꿈을 현실화 해 나갔다. 제넥셀은 이후 제넥셀세인이라는 회사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데 성공했다. 슈넬생명과학도 그가 인수한 코스닥상장사다.

여기서 부터 해석이 분분해진다. 바이오 신약 개발은 중소벤처기업이 진행하기 어려운 분야다. 천문학적인 개발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안정적인 개발비용이 필요했다. 그가 선택한 카드는 코스닥 상장사였다.

제넥셀세인과 슈넬생명과학, 그외에 다수의 중소제약사를 인수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과정이었다. 여러 회사를 M&A하면서 M&A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이유다.

그는 슈넬생명과학을 인수한 이후 자신의 첫번째 인수회사였던 제넥셀세인을 과감하게 팔았다. 불운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얼마지나지 않아 위기가 찾아왔다. 회계법인은 제넥셀세인에 대한 감사의견을 거절했고, 결국 상장폐지됐다. 회사를 매각했지만 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회사를 상장폐지시킨 사람이라는 불명예와 함께 당국으로부터 엄청난 세금을 부과받았다. 잔금을 못받았지만 세무당국은 천문학적인 양도세를 부과했다. 세금납부를 위해 마지막 카드인 슈넬생명과학 매각을 결정할 정도로 힘들었다. 다수의 투자자를 찾아가 바이오신약에 대한 의지와 향후 시장전망 등을 설명하고 자금지원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그는 좌절하지 않았고, 눈을 해외로 돌렸다. 그러던 중 일본시장에서 낭보가 도착했다. 일본 제네릭(복제약) 분야 1위 업체인 니찌이꼬제약이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품) 기술의 진가를 알아보고 투자를 결정했다. 슈넬생명과학, 에이프로젠, 니찌이코제약이 공동임상을 진행하며 활로찾는데 성공했다.

난관은 또 왔다. 성공적인 임상시험이 진행됐지만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수천억원 규모의 생산라인을 구축해야 했다. 그가 다시 상장사를 찾았다. 안정적인 자금조달 창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충북 청주 오송에서는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국내 바이오벤처에서 시작된 김 대표의 바이오신약에 대한 꿈이 현실화됐다. 약 2400억원이 투입됐고, 연간 2.5톤 상당의 바이오시밀러 생산이 가능한 오성공장 준공식이 열렸다.

김 대표는 수백명의 축하객들과 투자자들에게 "2010년 이후 자산총계 및 기업가치를 30배 이상 성장시켰다. 10년 후에는 다시 한번 30배 성장을 이뤄 시장의 기대에 보답하고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송공장 준공식 하루 전까지도 그는 행사장에 갈 수 있을지를 걱정했다. 최근 심각한 스트레스로 안면마비까지 왔다. 20여년간 지켜왔던 그의 꿈이 현실화 되고 있는 순간이지만 건강상태는 최악이다. 그를 둘러싼 수많은 오해와 질시, 비아냥들의 결과물인지도 모르겠다.

김 대표는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인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를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먼저 개발했다. 지난해 9월에는 일본 후생성으로부터 판매 허가도 받았다. 미국에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임상 1상 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준공식을 마친 오송공장은 상용화를 위해 아직도 험난한 과정들이 남아있다. 김 대표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대전에 위치한 아주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된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는 그날. 30배, 300배, 3000배 3만배로 기업가치가 올라가는 그날, 김재섭 대표를 다시 만나고 싶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