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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없는' GS건설 매수리포트 [thebell note]

김경태 기자공개 2018-04-30 08:17:41

이 기사는 2018년 04월 27일 0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4월 첫째 주 주말 휴일을 눈앞에 뒀던 금요일(6일) 오후 3시 38분. GS건설은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갑작스럽게 공시했다. 사우디 라빅 프로젝트 등에서 약 1800억원의 환입이 발생해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도는 이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GS건설은 긴급 공시 후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컨퍼런스콜을 열었다. 컨퍼런스콜이 끝난 후 오후 7시가 가까워졌을 때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애널리스트들은 주말에 리포트를 작성했고, 일요일에 볼 수 있었다. GS건설이 공시와 보도자료에서 밝힌 것을 넘어서는 내용은 없었다.

아주 제한적인 정보가 제공됐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그들이 작성한 리포트는 대부분 긍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으며, '매수'를 추천했다.

긴급 공시에서 밝힌 것 외에 다른 정보가 있을까 싶어 다음 주 월요일(10일) GS건설을 담당하는 다수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얘기를 나눠보니 컨퍼런스콜에서 별다른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GS건설은 올해 좋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 설명했고, 애널리스트들도 특별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화를 끊고 난 후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애널리스트들이 깊이 있는 분석없이 단순히 GS건설의 입장만 전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GS건설이 대규모 이익을 거둔 것은 분명 축하할 일이지만, '일회성'으로 이뤄진 일이다. 앞으로도 환입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지만, 단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당시 나온 일부 리포트의 제목에는 '해외 손실 종료' 등의 단어가 들어갔다. 건설·부동산업계에서 영향력이 큰 한 애널리스트는 국내 건설사 중 해외 부실이 많았던 GS건설이 '결자해지'했다며 극찬하기도 했다. '단발성' 사건인데, 마치 GS건설이 갑작스럽게 엄청난 우량기업이 된 것처럼 비약이 들어가 있었다.

GS건설이 앞으로 좋아질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건축·주택사업에서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수주에서도 주택사업이 다른 사업부문을 압도하고 있다.

다만 해외사업의 정상화는 더 지켜봐야 한다. GS건설은 사우디 라빅 외에도 다수의 해외 현장이 있다. 작년 말 기준 이집트 'ERC Refinery' 프로젝트에는 미청구공사 2382억원이 있다.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 프로젝트(Karbala Refinery Project)와 아랍에미리트 루와이스 프로젝트(RRW Units Restoration)에는 각각 2000억원이 넘는 공사미수금이 있다.

해외 시장 상황이 회복될지도 장담할 수 없다. GS건설의 경쟁사인 대림산업은 올해 2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플랜트사업부 직원 1500여명이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플랜트 시장이 회복되고 있다고 전망했다면 무급휴직을 실시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GS건설도 플랜트사업부 직원을 점차 줄이고 있다. 2015년까지만 해도 3000명을 넘었지만, 지난해 12월말 기준 2500명이다.

GS건설은 25일 비교적 상세한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실적 발표에 나온 매출총이익을 고려해도, 플랜트 부문과 전력 부문의 완전자본잠식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애널리스트 대부분은 또다시 '매수'를 추천하는 리포트를 쏟아냈는데, 긴급 공시 때와 마찬가지로 '기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애널리스트들에게 리포트 작성은 업무 중 하나일 뿐이지만,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다르다. 본업에 집중하고 있는 자신보다 전문적으로 일하는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정보력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보다 진실에 가까운 리포트가 절실하다.

물론 애널리스트들은 GS건설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업체를 봐야 한다. 또 '바른 소리' 하기 힘든 환경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증권사와 업체 간의 관계가 있을 수 있고, 다른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이 가진 투자자에 대한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누군가 자신의 리포트를 신뢰해 소중한 목돈을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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