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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C동양, 연대보증 상흔 '1600억 손실' [격변기 중견 철강사]①'벤드코리아' 법정관리, 투자금+충당부채 손실 현실화

박창현 기자공개 2018-05-08 08:16:35

[편집자주]

'산업의 쌀'이라 불린다. 대한민국 산업 근대화 중심에 이 쌀을 만드는 중견 철강사들이 있었다. 반세기 가깝게 산업의 텃밭을 지키며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녹록치 않다. 글로벌 무역 마찰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고, 중국의 무차별 가격 공세로 수익성 확보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격변기 중견 철강사들을 둘러싼 각종 변수들을 살펴보고,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등 자체 경쟁력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5월 02일 15: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부분의 중견 철강사가 그러하듯 TCC동양 또한 오랜 역사를 지녔다. 1959년 '동양석판'이라는 사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15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 그룹사로 성장했다. 낯선 이름과 달리 TCC동양만큼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있는 철강 기업도 없다.

TCC동양의 주력 제품은 전기주석도금강판과 전해크롬산처리강판, 전기동도금강판 등 표면처리강판이다. 포스코에서 석도원판(BP)과 냉연코인(CR Coil)을 구매한 후 이를 도금 처리해서 판매하고 있다. 표면처리강판들은 통조림과 음료캔, 병마개의 원자재로 활용되고 있다. 무심코 먹고 마시는 통조림과 음료캔들이 TCC동양의 밥벌이인 셈이다.

표면처리강판 시장이 워낙 안정적인 탓에 TCC동양 또한 굴곡없는 60년을 보내왔다. 손열호 창업주의 리더십 아래 탄탄한 사업구조를 구축하면서 설립 후 2012년까지 무적자 행진을 이어나갔다. 현재는 장남인 손봉락 회장이 가업을 잇고 있다.

꾸준함의 대명사로 각인돼있지만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최근 3년이 그 위기의 절정이었다. 근간이 휘들린 정도의 돌발 악재가 터졌기 때문이다 . 그 진원지는 'TCC벤드코리아'였다.

TCC동양은 표면처리강판에 집중된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2012년 5월 카나도일(Canadoil)로부터 관이음쇠 제조업체 'TCC벤드코리아(옛 벤칸코리아)'를 인수했다. 이후 5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연간 200만 톤의 제품 생산이 가능한 사천공장을 완공했다.

하지만 대대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TCC벤드코리아의 실적은 갈수록 악화됐다. 계열 편입 첫 해인 2012년 65억원 순손실을 시작으로 2013년 152억 원, 2014년 168억 원, 2015년 321억원의 적자가 났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빚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실제 2012년 말 기준 786억 원이었던 부채총액은 3년만에1413억원까지 불었다.

tcc동양

결국 2015년 들어 TCC벤드코리아는 자본잠식에 빠졌고, 극적인 경영 개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자회사가 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TCC동양도 직격탄을 맞았다. 투자금 손실은 물론 대규모 연대 보증으로 부채 상환 짐까지 짊어졌다.

TCC동양은 그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부실 털어내기에 나섰다.

먼저 TCC벤드코리아 투자금을 전액 손실 처리했다. TCC동양이 TCC벤드코리아에 직접 출자한 자금만 500억원에 달했다. 법정관리로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사라지자 전액 손실로 잡혔다. 여기에 전환사채(CB)와 사채 투자금 453억원 역시 가치를 '0(제로)'로 평가한 후 그 금액만큼 손실로 인식했다. 직접 투입한 자금 950억원이 허공으로 날아간 셈이다.

여기에 채무 보증 부담도 떠안았다. TCC동양은 2015년 말 기준으로 TCC벤드코리아가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빌린 차입금 약 800억원에 대해 연대 보증을 섰다. TCC벤드코리아가 갑작스럽게 회생절차를 신청하자 TCC동양은 고스란히 차입금 상환 부담을 떠안았다.

2016년 12월 채권단 결정에 따라 TCC동양은 TCC벤드코리아 보증 채무 556억원을 인수했다. TCC동양은 해당 금액만큼을 선제적으로 충당부채로 쌓았다. 충당부채는 금융비용으로 인식돼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를 포함해 TCC동양이 연대보증 이슈로 손실 처리한 금액만 650억원이 넘는다.

결과적으로 TCC동양은 TCC벤드코리아 투자 실패와 연대 보증에 따른 금융 비용 등을 포함해 총 16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TCC동양 영업이익의 약 19배에 달하는 규모다. TCC동양 관계자는 "보유 자산을 팔아 채무 변제에 나서면서 자산 규모가 많이 줄었다"며 "TCC벤드코리아 이슈는 다 마무리됐고 이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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