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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제자리걸음 자회사 설립 간접고용 해법 제시, 504명 당사자들 반대로 난항

김장환 기자공개 2018-05-04 10:46:28

이 기사는 2018년 05월 03일 15: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이 자회사를 만들어 경비 및 청소 용역 등 인력을 간접 고용 형태로 전환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당사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이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인력들이 직접 고용이 아니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비정규직과 십수차례에 걸쳐 대화를 나눴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자회사를 설립해 경비 및 청소 용역 등 비정규직 인력을 간접 고용키로 하고 당사자들과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그동안 산업은행에 용역을 제공해온 두레비즈 등 소속 비정규직 직원 약 504명이 대상이다. 이들 비정규직 인력들은 전환협의기구를 만들어 산업은행 측과 대화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의에 착수한 건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선언한 상태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뿐 아니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공공금융기관을 비롯한 민간 은행, 대기업 등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잇따라 실시하고 있다.

다만 산업은행은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할 경우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자회사를 설립하고 간접 고용하는 형태로 돌파구를 마련키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한국은행 같은 경우 경비 등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서 연봉이 7000~8000만원에 육박해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 등에 직면한 적이 있다"며 "만약 비정규직을 전부 직접 고용하게 되면 산업은행도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자회사 활용 방안을 구상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용역을 제공하고 있는 두레비즈가 과거 다양한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도 산업은행이 신규 자회사를 설립해 비정규직을 고용하겠다는 구상안을 꺼내 들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국정감사(국감)에서 산업은행 임직원 모임인 산은행우회가 설립한 두레비즈에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는 지탄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국감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016년 1월~2017년 6월까지 두레비즈에 약 132억원대 일감을 몰아줬다. 근 10년간 계약액은 910억원에 달했다. 국회에서 무엇보다 문제를 삼은 건 총 103건의 계약 중 22건이 수의계약이었다는 점이었다. 특혜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결국 산업은행은 정부의 기류에 더해 두레비즈 특혜 의혹까지 나오자 자회사를 설립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작 당사자인 비정규직 인력들은 산업은행의 직접 고용이 아니면 현실이 달라질 것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두레비즈에 소속돼 일을 하는 것과 자회사에 소속돼 일을 하는 게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실제 자회사로 몸을 옮기더라도 산업은행과는 별도의 임금체계와 복지 처우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들 입장에서는 굳이 옮길 이유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자회사에 고용돼 근무하게 될 경우 직접 고용보다 임금 등을 더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란 입장이다. 간접 고용시에는 잔업(OT) 근무가 가능하지만 직접 고용시 법정근로시간 등 이유로 추가 근무를 할 수가 없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직접 고용 전환 시 근로시간을 늘릴 수 없고 잔업 수당 등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자회사로 고용돼서 근무를 하는 게 오히려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레비즈를 통해서 불안정하게 일자리를 이어가는 것보다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으로 고용되는 게 훨씬 나은 결과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산업은행은 늦어도 내달까지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리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어 이처럼 단기간 내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실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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