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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강, 광케이블 투자 손실 '46억 허공으로' [격변기 중견 철강사]③'유나이브' 투자금 45% 손상차손, 유증 등 추가 자금 수혈

박창현 기자공개 2018-05-31 08: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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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은 '산업의 쌀'이라 불린다. 대한민국 산업 근대화 중심에 이 쌀을 만드는 중견 철강사들이 있었다. 반세기 가깝게 산업의 텃밭을 지키며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녹록치 않다. 글로벌 무역 마찰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고, 중국의 무차별 가격 공세로 수익성 확보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격변기 중견 철강사들을 둘러싼 각종 변수들을 살펴보고,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등 자체 경쟁력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5월 28일 15: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3대 철근 제조사인 대한제강이 사업 다각화를 위해 야심차게 추진했던 광케이블 신사업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장 연착륙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투자 1년만에 전체 투자금의 절반 가량이 손실처리됐다.

턴어라운드가 쉽지 않아 향후 손실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대한제강은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실적 반등 기회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대한제강은 지난해 초 광케이블 전문 기업인 유나이브(Unive)를 인수했다. 당시 직접 유나이브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 지분 66%를 확보했다. 투입 자금은 110억원에 달했다.

유나이브는 1998년 설립된 광케이블 제조사로 TV와 노트북, 태블릿PC 등에 들어가는 액티브 광케이블(AOC·Active Optical Cable)을 생산하고 있다. 2012년 업계 최초로 광케이블 양산성을 개선시킨 '수동정렬 조립기법'을 개발해 대량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

오너 3세인 오치훈 대한제강 사장은 사업 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유나이브 인수를 결정했다. 국내 철근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지만 성장성은 담보할 수 없는 상태다. 전방 산업인 건설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중국 경쟁사들의 저가 공세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 사장은 2014년 대한제강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철근 제조 외에 중장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해 줄 사업을 모색했다. 원활한 투자 자금 마련과 신사업 진출을 위해 2년 뒤 대한투자파트너스라는 벤처캐피탈도 설립했다. 유나이브 인수는 오 사장의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의 첫 결과물인 셈이다. 오 사장은 유나이브 인수 후 기타비상무이사에 오르며 이사회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대한제강

하지만 인수 첫 해부터 상황이 녹록치 않다. 신규 자금을 투입하면서 매출 확대 등 외형 성장을 기대했지만 거래처 확보 등 연착륙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오히려 역성장을 기록했다.

유나이브는 지난해 2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32억원과 비교해 35.4%나 줄어든 수치다. 2015년(76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토막 났다. 매출 축소로 인해 고정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수익성도 악화됐다. 유나이브는 지난해에만 총 25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유나이브가 대규모 손실을 입자 대한제강은 결단을 내렸다. 대한제강은 유나이브의 장부 가격과 실제 회수 가능 금액을 비교하는 '손상검사'를 실시했다. 전체적인 수익구조를 감안할 때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 투자금 110억원 가운데 45%에 해당하는 46억원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손상차손은 투자 지분의 장부가보다 회수 가능 금액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됐을 때, 차액만큼 비용으로 처리하는 회계 방식이다. 결국 유나이브 기업 가치가 떨어진 만큼 투자금을 손실 처리했다는 의미다. 신사업 투자에 나선지 1년도 안돼 투자금의 절반 가량을 까먹은 모양새다.

그럼에도 대한제강은 올해 다시 한 번 유나이브에 신규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유나이브는 지난 달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22억 5000만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최대주주인 대한제강이 신규 자금 대부분을 책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나이브는 적극적인 마케팅과 신제품 출시 등을 통해 실적 반등을 꾀할 방침이다. 특히 초고해상 디스플레이 기기와 콘텐츠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관련 광케이블 제품 판매 수요 또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제강 관계자는 "유나이브가 최근 신제품을 내놓으며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추가 유상증자도 계획대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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