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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롯데 이어 한화까지'…규제 회피 꼼수 자진 파기 물적분할 등 간접지배 후 일감 수혜..정부 지적에 재계 전방위 재편

박창현 기자공개 2018-06-04 08:28:28

이 기사는 2018년 06월 01일 14: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 묘수로 써왔던 '징검다리 놓기'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정부가 규제 강화 강도를 높이자 기업들 스스로 변화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CJ그룹과 롯데그룹에 이어 한화그룹까지 그 행렬에 동참했다. 지배구조 재편을 준비하는 기업들 역시 보여주기식 규제 회피를 넘어 정공법 찾기에 고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정부 당국이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기조를 이어가자 대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해 왔다. 대표적인 규제 회피 수단이 바로 '징검다리 놓기'였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오너 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대기업 계열사들만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따라서 오너 일가와 일감 수혜 계열사 간 직접적인 지분 관계만 끊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이를 위해 중간 지주사 설립이나 물적분할을 통해 둘 사이에 징검다리를 놓는 방식이 유행처럼 번졌다.

한화그룹의 일감 수혜 계열사 '한화S&C'와 롯데그룹 IT 계열사 '롯데정보통신'은 물적분할 카드를 썼다. 거래 구조는 간단하다. 일감 규제 대상인 계열사 A가 일감 수혜 부문을 물적분할해 B라는 자회사를 만들면 '오너일가→A→B' 지배구조가 새롭게 구축된다. B는 A의 100% 자회사다. 따라서 회계상 둘은 한 회사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총수기업 사익 편취 규정은 B의 소유 구조만 문제 삼는다. B 소유자는 오너 일가가 아니라 A라는 법인이다. 따라서 규제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롯데정보통신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 지분율이 24.77%에 달한다. 전체 매출 6229억 원에서 내부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도 91%가 넘는다. 대부분의 내부 거래도 수의 계약으로 따냈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 9월 내부 일감이 많은 시스템통합(SI)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했다. 그 결과 '오너 일가→존속회사(롯데IT테크)→SI 사업 신설회사(롯데정보통신)' 형태로 지배구조가 재편됐다. 오너 일가와 일감 수혜 계열사간 직접적인 지분 관계가 끊어지는 셈이다.

한화그룹 역시 한화S&C에 대해 똑같은 방법을 썼다. 한화S&C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자녀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씨가 지분을 나눠갖고 있었다. 그룹 컴퓨터시스템 통합 자문과 구축 관리 업무를 전담하면서 연간 2000억원이 넘는 일감을 받았다.

일감 규제 해소를 위해 한화그룹은 작년 10월 한화S&C를 존속법인(H솔루션)과 사업부문(한화S&C)으로 물적분할했다. 결과적으로 롯데그룹과 한화그룹 모두 오너 일가와 일감 수혜 자회사 사이에 각각 롯데IT테크와 H솔루션이라는 중간다리가 생기면서 일감 규제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CJ그룹의 경우, 오너일가 소유 계열사를 중간 지주사로 만들어 활용했다.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부장 등 오너 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C&I레저산업이 그 주인공이다.

C&I레저산업은 2015년 생활안전제품 제조업체 'SG생활안전'을 인수했다. 이후 SG생활안전에 그룹 일감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SG생활안전은 그룹 편입 직후 본업과 무관한 보안 사업을 시작했고, 곧 그룹사와 내부 거래가 생겼다. 이렇게 제공받은 내부 일감이 2016년 한 해 117억 원에 다했다. 전체 매출(576억원)의 20%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SG생활안전이 새로운 일감 수혜 계열사로 떠올랐지만 오너 일가는 일감 규제에서 자유로웠다. 오너 일가가 C&I레저산업을 통해 간접적으로 SG생활안전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위가 대기업의 징검다리 놓기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 사례에서 제외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자 해당 기업들도 정공법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먼저 롯데그룹이 올해 초 롯데IT테크와 롯데지주의 합병을 결정했다. 합병 결정으로 일감 수혜 계열사인 '롯제정보통신' 경영권이 롯데지주 측에 넘어갔고 자연스럽게 오너일가 사익편취 리스크도 사라졌다.

CJ그룹은 아예 일감 수혜 사업 부문을 매각해버렸다. SG생활안전은 올 4월 무인경비 사업을 KT텔레캅에 매각했다. 또 내부 거래 비중이 높은 인력경비 사업도 또 다른 계열사인 CJ텔레닉스에 팔았다. 일감 수혜 사업과 오너 일가 간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어버리는 결정이었다.

마지막 종지부는 한화S&C가 찍었다. 한화그룹은 한화S&C와 한화시스템간 합병을 선택했다. 합병 완료시 오너 일가의 한화S&C 지분율은 26.1%까지 낮아진다. 또 추가적으로 11.6%를 외부에 매각해 지분율을 14.5%까지 낮출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 잔여 지분까지 모두 팔아 일감 몰아주기 리스크를 완벽하게 해소할 방침이다.

업계는 공정위의 일감 해소 요구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대기업들이 다시 징검다리 놓기 방안을 쓰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칫 지배구조 재편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도 편법이나 꼼수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징검다리 놓기가 현행 법률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아니"라며 "대기업들이 오해의 소지가 없는 방식으로 일감 몰아주기 리스크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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