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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영구채 조기상환 단행하나 금감원 지적에 부담, 산은 8000억 지원 고심

김장환 기자공개 2018-06-05 14:18:40

이 기사는 2018년 06월 04일 15: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현대상선에 8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결론적으로 영구채 조기상환 필요성에 따른 지원 검토로 풀이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현대상선에 추가적인 자금 지원을 고심하고 있다. 회계법인 실사를 거쳐 80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 수혈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해운업 지원 역할을 도맡기로 한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설립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도 현대상선의 위기감을 확산시킨 주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우선 현대상선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속해 대규모 순손실을 이어왔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2016년 4842억원대에 달했던 순손실이 지난해에는 1조2182억원까지 불었다. 올해도 시작부터 부진한 양상이다. 현대상선은 올 1분기 1757억원대 순손실을 기록했다. 분기로 따지면 12분기 연속 적자를 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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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손실이 지속된 탓에 재무건전성 개선을 이루지 못했다. 산업은행 지원으로 지난해 들어 소폭 개선됐던 주요 재무지표들이 올 들어 불과 3개월만에 빠르게 약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상선은 2016년 말 연결기준 2조5553억원에 달했던 총차입금을 지난해 말 2조529억원대까지 줄였다. 이 기간 유상증자를 실시해 6000억원대 자금을 지원받아 차입금 상환에 활용한 덕분이다. 2조216억원 달했던 순차입금을 1조3581억원까지 줄인 게 가장 눈에 띈다. 2016년 말 349.3%대였던 부채비율을 지난해 말 301.6%까지 줄였다. 58.1%였던 차입금 의존도도 57%대로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현대상선의 재무건전성은 올해 시작과 동시에 자금을 지원을 받기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총차입금(2조442억원)은 2017년 말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정작 현금성자산(5439억원)이 줄면서 순차입금(1조5003억원)이 1500억원 가깝게 늘었다. 차입금의존도는 60.1%까지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353.9%대로 올랐다.

이런 가운데 현대상선의 조속한 회생은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에 달려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5조원 규모의 자본금으로 설립돼 국내 해운업 지원을 전담할 예정인 곳이다. 애초 올해 초 출범을 목표로 계획안이 짜여졌지만 국회에서 한국해양진흥공사법안이 지속해 계류돼 그 시기도 늦춰졌다. 천신만고 끝에 법안은 통과됐지만 빨라도 올 7월에야 법인을 설립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만약 설립시기가 더 늦어진다면 현대상선의 부담도 그만큼 확대될 수 있다.

문제는 현대상선이 영구 전환사채(CB) 조기상환에 나서야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상선은 2012년 6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고, 해당 영구채는 올해 3월 1일부터 조기상환 가능 시점에 돌입했다. 영구 CB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발행 회사 측에 이점이 있지만, 조기상환 시기를 놓칠 경우 이율이 올라 고액 이자를 지속해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현대상선은 올해 당장 영구 CB 조기상환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CB를 발행했던 것인 만큼 이를 상환할 경우 재무적 '후폭풍'이 상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이를 조기상환할 경우 지난해 말 연결기준 302%대였던 부채비율이 709%대까지 오를 수 있다. 정작 금감원은 "영구채 조기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30년 이상 장기 보유하거나 중도매각이 곤란해 유동성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8000억원대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도 영구 CB 조기 상환 필요성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 아울러 산업은행은 운영비 절감을 통한 수익성 확대 차원에서 현대상선이 전용 터미널을 인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8000억원대 자금 지원이 이뤄지면 일부 자금은 터미널 인수를 위한 용도로 활용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다만 현대상선 측은 "영구채 이자 부담은 크지 않고, 경영 정상화를 위한 선박 발주와 터미널 인수, 컨테이너 구입 등을 위해 8000억원대 자금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산업은행 측은 "현대상선의 투자계획에 대한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지원 방안과 규모 등은 확정된 사안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최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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