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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오너의 갑질, 눈 감은 신평사 [Market Watch]대한항공 등급상향, 시의성 논란…아시아나 조기상환 트리거 부담

민경문 기자공개 2018-07-06 08:46:06

이 기사는 2018년 07월 04일 17: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양대 국적 항공사의 수난시대다. 주 52시간 근무제 실시와 휴가철 등으로 최대 호황을 기대해볼 만한 시기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양사 모두 오너 일가의 '갑질' 가능성과 연관된 리스크로 비춰지며 고객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항공업이라는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실적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주목할 점은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평정 스탠스다. 신용도 악재라는 점을 인지하는 것과 별도로 실제 등급을 매기는 과정에서 이 부분을 거의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이와중에 한기평은 대한항공 신용등급을 BBB+로 올리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조기상환 트리거에 대한 우려가 등급 하향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기평, 갑질 논란에도 대한항공 등급 상향..."차별화 기회 놓쳐"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27일 대한항공 회사채 신용등급을 BBB+로 한 노치(notch) 올렸다. 영업실적 개선과 차입금 감축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등이 반영됐다. 국내 신평 3사의 대한항공 신용등급은 모두 같아졌다. 그 동안 대한항공에 가장 보수적이었던 한기평의 변화된 행보라는 점에서 시장의 이목이 쏠렸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등급까지 올릴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대로라면 한기평이 차별화된 평정 스탠스를 가져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한기평 측은 "오너 일가와 관련 사회적 이슈가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평판 훼손 우려가 있지만 중기적인 실적 전망을 약화시킬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내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현재로선 오너리스크를 수치화해서 적용할 만한 평가방법론이 없는 만큼 드러내놓고 등급 평정에 반영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며 "굳이 지금 시점에 등급을 올려야 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 노선으로 사업 경쟁력을 갖췄지만 지금의 수익성과 매출 볼륨이 유지될 지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아시아나 기내식 사태, 또 하나의 갑질..."조기상환 트리거는 신평사 부담"

아시아나항공도 얼마 전까지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연내 만기 도래하는 2조원의 차입금 상환에 대응하기 위한 재무개선 플랜이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금호사옥 매각, CJ대한통운 지분 매각, 전환사채 및 ABS 발행 등으로 7500억원 가량의 장기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후 아시아나IDT·에어부산 IPO 등 추가적인 딜도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납품업체 사장의 자살까지 이어진 기내식 사태로 상황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하반기 매출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그룹 재건 과정과 이번 사건의 연관성이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어서 '갑질'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고 이 점에서 대한항공 사태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갑질을 폭로하는 직원들의 대규모 집회도 예정돼 있다.

이슈가 터진 지 며칠이 지났지만 신평사들은 아직까지 조용하다. 3사 모두 지난달 말까지 진행된 정기평가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을 BBB-(안정적)로 유지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재무 부담의 실질적인 완화 여부, 장거리노선 경쟁력 강화 등을 모니터링해 나가겠다는 내용이 주된 골자였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기내식 파동으로 눈에 띄는 실적 감소가 확인되지 않는 이상 섣불리 아시아나항공 등급을 떨어뜨리긴 어려울 것"이라며 "한 노치만 더 떨어지면 투기등급(BB+)이라는 점이 신평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기발행된 1조 4000억원이 넘는 ABS를 포함해 아시아나항공의 대다수 채권은 투기등급 하락 시 조기상환되는 약정이 걸려있다.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1506억원)을 고려할 때 자칫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시장 관계자는 "신평사로선 굳이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을 먼저 떨어뜨려 위기를 초래했다는 부담을 안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신평사들의 이 같은 보신주의가 또 다른 뒷북 평정의 사례로 남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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