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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가 블루오션? 국내 IB는 '그림의 떡' [베트남 자본시장 리포트]현지 네트워크·자본력 한계...더치옥션 등 제도적 걸림돌도 한몫

호찌민(베트남)=민경문 기자공개 2018-07-27 12:53:40

이 기사는 2018년 07월 26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베트남 자본시장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는 공기업 민영화다. 경영 효율성 개선과 재정 확충을 위해 베트남 정부가 민간 자본 참여를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신규 먹거리를 둘러싸고 국내 전략적·재무적 투자가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초대형 IB를 중심으로 현지에서 비즈니스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다만 예상보다 민영화 속도가 더딘데다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에서 국내 IB들이 단기간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더치옥션(dutch auction) 등 제도적 한계도 현지 영업력 확대에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공기업 민영화 속도 '주춤'...회계 불투명성·주식시장 변수 등에 발목

베트남 산업 전체에서 국영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0%가 넘을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전력, 석유, 통신, 금융 등 인프라산업 상당부분을 독점하고 있다. 정부 지분 50% 이상인 국영기업 수만 2000개를 넘는다.

하지만 2011년 대규모 부실이 드러난 비나신(Vinashin) 사태를 계기로 국영기업 개혁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베트남 정부가 2016년 정부 재정적자 해소 등을 이유로 민영화 청사진을 대대적으로 밝힌 이유이기도 하다.

2020년까지 105개 이상의 공기업 민영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2011~2016년 550개 넘는 국영기업이 주식회사가 됐지만 실제 지분 매각이 이뤄진 비율은 8%에 그친다. 지분 매각 규모도 21조 동(약 1조 원)으로 2016년 베트남 GDP 대비 0.5%에 불과하다. 올들어 상반기까지 고작 8개 기업이 민영화 승인을 받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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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국영기업 민영화 승인 건수(2008~2018 1H)
* 베트남 VNDIRECT증권 자료 참조

이 같은 민영화 속도 조절은 베트남 주식 시장이 조정 장세인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지난해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베트남 주가 지수는 올해 4월 고점을 찍은 후 25% 이상 하락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글로벌 금리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국내 증권사의 베트남 법인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가치 산정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지분 매각 시점을 늦추는 형국"이라며 "민영화 관련 절차가 복잡하고 매각 과정이 불투명하게 진행되는 부분도 원활한 민영화를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베트남 재무부(MOF), 기획투자부(MPI), 베트남 투자공사(SCIC) 등 민영화를 진행하는 소관부서가 각기 다른 만큼 일괄적인 의사결정이 어렵다"며 "우량 기업일수록 경영권 대신 소수 지분만 매각하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민영화 참여자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전회사 GENCO3나 베트남 국영고무공사(VRG) 등의 지분 입찰이 실패한 점도 후속 민영화 작업에 악영향을 미쳤다.
주요 민영화 완료 및 예정 기업
* 베트남 주요 민영화 완료 및 예정 기업(NICE신용평가 자료)
◇국내 IB의 민영화 참여 성과 '제로'...네트워크·자본 등 한계

국내 증권사들도 아직까지 베트남 민영화 딜에서 눈에 띌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 증권사 현지 법인장은 "초대형 IB를 중심으로 법인 설립 등에 공을 들여 왔지만 외국 증권사 입장에선 이곳 정부 기관과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가 쉽지 않다"며 "로컬 증권사 대비 협상력 및 정보 접근성 측면에서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로컬 증권사인 VCSC 관계자는 "증권사를 포함한 외국계 자문사가 공기업 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베트남 재무부가 부여하는 자기자본이나 각종 트랙레코드 규정 등을 맞춰야 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장기적 접근을 위해 로컬 금융기관과의 제휴 등을 꾸준히 검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도적 한계도 국내 증권사들의 민영화 참여에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다. 권혁준 신한금융투자 베트남 법인장은 "베트남 민영기업 IPO는 북빌딩과 더치옥션(dutch auction) 방식을 혼용하지만 국영기업 IPO는 규정상 더치옥션만 가능하다"며 "대규모 북(book)을 가진 글로벌 IB가 아니면 민영화 참여가 쉽지 않은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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