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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진의 '실리콘', 백조로 거듭날까 가격하락에 설비가동 중단, '모멘티브 인수'로 제품 다각화 기대

심희진 기자공개 2018-09-14 10:39:13

이 기사는 2018년 09월 13일 1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KCC의 실리콘 사업이 미국 업체인 모멘티브(Momentive) 인수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3위인 모멘티브가 미주, 유럽 등에 확실한 거래선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년 수조원의 매출이 KCC 연결실적에 반영될 것이란 분석이다. 정몽진 회장(사진)이 오랜기간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실리콘 사업이 여러차례 부침 끝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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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는 2000년 유기실리콘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부친의 뒤를 이어 2000년 4월 KCC 경영권을 넘겨받은 정 회장이 사세 확장을 위한 신사업으로 실리콘 제조를 꼽은 것이 계기가 됐다. 정 회장은 1990년대 초 KCC 전신인 고려화학에서 경영수업을 받을 때부터 유럽, 러시아, 중국 등에 있는 현지공장을 찾아다니며 제조기술을 익힐 정도로 실리콘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만반의 준비를 마친 정 회장은 2001년 전라북도에 위치한 생산단지에 전주3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실리콘 기초원료인 모노머의 제조기술을 국산화하기 위해서였다. 당시만 해도 모노머는 다우코닝(Dow Corning), 제네럴일렉트릭(GE) 등 소수 업체들이 독점 공급하고 있었다. 건설 사업에 투입된 자금은 2001년 61억원, 2002년 505억원, 2003년 540억원 등 총 1280억원이다.

대대적 투자를 마무리 지은 KCC는 2004년 국내 최초로 모노머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당시 전주3공장은 연산 2만5000톤 규모로 지어졌다. KCC는 내부매출을 포함해 연 700억~80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리콘 국산화에 성공한 정 회장은 곧바로 생산능력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이를 위해 2005년 충청남도 서산시 대죽산업단지에 연산 5만톤 규모의 모노머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2007년까지 총 28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잇단 증설로 KCC는 연 7만5000톤 규모의 모노머 제조기업으로 거듭나게 됐다.

정 회장은 생산거점 구축뿐 아니라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앞서 2001년 실리콘의 또 다른 기초원료인 메틸클로로실란의 합성·분리법을 개발하는 데 약 1000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2010년대 들어서도 정 회장의 실리콘 사랑은 계속됐다.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려면 유기실리콘 분야에 국한되지 않아야 한다는 일념 하에 태양광 발전의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무기실리콘) 시장에 진출했다. 그 일환으로 충남 대죽단지에 3200억원을 들여 2010년 연산 3000톤의 제조공장을 완공했다. 비슷한 시기 현대중공업과 함께 2400억원을 투입해 연 3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제조능력을 갖춘 'KAM'도 설립했다.

정 회장은 해외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이었다.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시스템'으로 구성된 태양광발전 밸류체인을 공고히 하기 위해 잉곳 제조업체인 아르케솔라에 출자를 단행했다. 2011년에는 영국의 유기실리콘 제조회사인 바실돈(Basildon)을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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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 회장의 야심작이었던 실리콘 사업은 2011년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 해 12월 KCC는 충남 대죽단지에 위치한 폴리실리콘 공장 가동을 돌연 중단했다. 상업생산에 돌입한 지 1년 6개월만이었다. 2008~2010년 1㎏당 100달러가 넘었던 폴리실리콘 가격이 공급과잉 여파로 10~20달러까지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2012년에는 전년 매출의 약 12.4% 규모인 3740억원가량의 폴리실리콘 공급계약이 해지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과의 합작사업도 망가졌다. 수요처 발굴에 어려움을 겪은 KAM은 2012년 2300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냈다. 수천억원의 자금 지원을 받아 출범했지만 설립 2년만에 자본총액이 4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설상가상 현대중공업이 KAM 보유지분 49%를 전량 무상소각하면서 KCC의 실리콘 사업은 더욱 어려워졌다. KCC는 울며 겨자먹기로 현대중공업 보유분을 포함한 KAM 지분 100%와 향후 손실요인 등을 떠안아야 했다.

해외사업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KCC는 2010년 사우디아라비아 신재생업체인 'MEC'과 손잡고 50대 50으로 폴리실리콘 제조법인을 설립했다. 사우디법인에 투입된 자금은 약 1000억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우디법인은 시험가동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기실리콘 부문이 처한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2008~2009년만 해도 KCC는 연 8만톤 이상의 모노머를 생산·판매했다. 하지만 거래처가 화장품, 의약품 제조업체 등에 한정된 탓에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2010~2011년 7만톤을 기록한 모노머 판매량은 2012년 5만톤대로 진입한 후 줄곧 감소해 2015년 4만9000톤까지 떨어졌다. 2000년대 후반 100%가 넘었던 전주·대죽공장 가동률은 2015년 43%까지 하락했다.

유·무기실리콘 사업을 포함한 기타부문의 실적이 악화된 업황을 반영했다. KCC의 기타부문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줄곧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7년간 누적된 적자는 4350억에 달한다. 연 매출은 7000억원 안팎에 머물러있다.

오랜 부침에도 정 회장의 실리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정 회장은 지난 4일 미국 실리콘 업체인 모멘티브를 인수하겠다고 직접 밝히며 다시 한 번 승부수를 띄웠다. 불확실한 무기실리콘 사업비중을 줄이는 한편 유기실리콘 시장에서 대대적인 영업활동을 벌여 반등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세계 시장점유율 3위인 모멘티브는 반도체, 차량 등 유기실리콘 관련 제품을 전방위로 제조하는 업체다. 긴 협의 끝에 잭 보스(Jack Boss) 모멘티브 대표와 정 회장은 13일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KCC는 이번 거래로 헬스케어, 케미칼 등에 국한돼있던 유기실리콘 사업을 전기·전자, 운송, 건설 등으로 확대해 실적 개선을 이뤄낼 방침이다. 모멘티브의 브랜드 가치를 앞세워 아시아뿐 아니라 미주, 유럽으로 거래선을 넓히는 것도 주요 전략 중 하나다. KCC는 모멘티브 편입으로 연 매출이 3조원대에서 6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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