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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회계법인 관계 '지각변동', 감사품질 저하 우려도 [新 외감법 리스크]③'지정감사제' 시행, 삼성전자-삼일·현대차-안진 등 장기계약 변화 불가피

방글아 기자공개 2018-11-07 13:22:00

[편집자주]

11월부터 전면 개정된 외부감사법이 단계적 시행에 돌입한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을 계기로 도입된 외감법은 당초 외부감사인 선임 방식을 자유수임에서 지정감사제로 바꾸자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개정 과정에서 범위가 커지면서 기업 내·외부 감사 전반에 큰 폭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2024년까지 전 상장사로 확대되는 新 외감법이 기업에 미칠 파장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11월 02일 14:4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정감사제 도입은 개정 외감법의 핵심이다. 자유수임제 하에서 기업이 입맛대로 외부감사인을 선임하는 관행이 굳어지며 감사인 독립성이 훼손되자 지정 권한을 금융당국에 일임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 이번 외감법 전면 개정의 계기다.

독립성은 전문성과 함께 감사인이 갖춰야 할 양대 요건이다. 개선되면 부실감사 가능성이 대폭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정감사제 도입은 감사인 선임권의 감사위원회 이관과 함께 그간 사측 중심으로 이뤄지던 자유수임 방식을 사실상 무너뜨릴 것으로 평가된다. 그간 공고히 유지돼 온 기업과 특정 회계법인 간 장기 감사 관계도 깨질 전망이다.

도입된 지정감사제는 6+3 직권 지정제다. 법 개정 과정에선 강제성이 낮은 선택지정부터 가장 큰 전면 지정감사까지 다양한 안이 제기됐지만,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이 방식이 채택됐다. 6+3 직권 지정제는 감사인 변경 2회차(6년)마다 1번(3년) 꼴로 금융당국(증권선물위원회)으로부터 외부감사인을 직권 지정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동법 타조항 개정으로 자유수임 기간 선임 권한 또한 종전 회사에서 감사위원회로 넘어갔다. 지정 주기 외에 감사인 지정 사유가 대폭 늘었다. 사내 감사위가 제출한 선임 근거가 불충분할 때는 물론 기관투자자 주주가 지정을 요청할 때 등도 지정 대상이다.

다만 지정감사인을 받아들이지 않을 사유도 확대됐다. 지정감사인이 회사에 과도한 감사보수를 요구하는 경우, 보다 상위 회계법인이 필요할 경우 등 2가지가 신설됐다.

3번 표

이는 수십년 간 공고히 유지돼 온 기업과 특정 회계법인 간 관계에 균열을 만들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들은 빅4 회계법인 중 한곳과 오랜 기간 거래해 왔다. 삼성전자의 경우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현재까지 삼일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고수해 오고 있다. 현대차도 같은 기간 안진회계법인과만 감사 계약을 맺어 왔다.

업계 1위 삼일회계법인은 특히 장기 감사 계약 관계를 유지 중인 기업이 많다. 삼성생명과 LG화학이 2001년부터 현재까지, 아모레퍼시픽(2006), 한화생명(2010), 이마트(2011) 등과 장기 계약을 맺고 있으며 아모레퍼시픽과는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용산에 신사옥을 건설하며 이주하자 기존 건물에 입주해 있던 삼일회계법인도 31년만에 함께 본사를 이전했다.

회계업계는 이번 지정감사제 도입으로 이 같은 유착 관계가 해소돼 감사의 품질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회계업계에서는 모 기업 재무 담당 부장은 연차가 낮은 회계사가 감사를 나오면 자사 시험지를 먼저 풀게 한다더란 식의 자조섞인 경험담도 전해져 왔다. 자료 하나를 추가 요구하기에도 해당 기업을 오래 도맡아 온 윗선의 눈치로 쉽지 않았는데, 독립성이 개선돼 감사의 질도 높아질 것이란 시각이다.

재계는 상반된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규모가 클 수록 감사 과정이 복잡하고 그만큼 투입시간도 길어지는데, 시즌에 업무량이 집중되는 외부감사 특성상 회계법인의 잦은 교체가 감사 품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감사인이 갑작스레 바뀔 경우 국내외에 두루 분포한 현장 실사를 충실히 이행하기에 한계가 많다는 고충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총수 있는 기업일 수록, 감사 외 컨설팅 등 회계법인과 거래 규모가 큰 기업일 수록 외부감사인에 대한 압박이 크다"며 "지정감사제 확대로 이러한 곳 위주로 감사의 품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에 재계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전체 감사, 계열사별 감사 등 감사에 대해선 사내 자체 노력이 확대되고 있다"며 "잦은 외부감사인 교체가 되려 감사의 품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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