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지질, 취직못한 석사가 일군 '흙과 땅의 제국' [전문건설 리포트]①이정우 회장, 71년 20만원으로 창업…제자 최재우 사장과 '환상 콤비'
김경태 기자공개 2018-11-19 08:25:10
[편집자주]
전문건설은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산업이다. 기반시설과 관련한 중요한 공사를 하지만 정작 일반건설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 최근 주요 수익원이었던 사회간접자본(SOC) 발주가 줄어들고, 남북경협 기대감이 커지는 등 전환기를 맞고 있다. 더벨이 베일에 가려졌던 전문건설 업체들의 현주소와 향후 행보 등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18년 11월 13일 10시0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문건설회사가 전무했던 1970년대 초반 탄생한 동아지질은 반세기 가까이 업계 수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온 나라가 흔들린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뛰어난 기술력과 임직원들의 희생으로 업계 강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창업주인 이정우 회장(사진) 역시 동아지질을 여전히 이끌고 있다. 그의 제자였던 최재우 사장도 16년간 대표이사 자리에서 이 회장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땅 다지고 구멍 뚫기 '전념', IMF 위기 딛고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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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원래 교수가 되려는 꿈을 가졌다. 그러나 학과 조교로 첫 출근을 하던 날 조교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통보를 받고, 졸지에 백수가 됐다. 전공이 일반인에게 생소한 지질학인 탓에 취직도 쉽지 않았다. 결국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20만원으로 창업의 결단을 내렸다. 1971년 동아지질의 전신인 동아지질콘설탄트를 만들 당시 26세였다.
동아지질은 설립 초기 지반 조사를 주력으로 했다. 1970년 서울 마포구의 와우아파트 붕괴사고가 발생하면서 지반 조사의 중요성이 커졌던 덕에 일감이 몰리기 시작했다. 이 시기 연구개발에 힘쓰며 미래를 위한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흙에 약품을 넣어 지반을 강화하는 기술, 흙속에 벌집 모양의 공간을 만들어 시멘트를 넣는 공법 등으로 일감을 따냈다. 뛰어난 기술력은 동아지질이 전문건설업체로 두각을 나타내는데 큰 도움이 됐다.
1990년에는 필리핀에 첫 해외사무소를 내는 등 거침없이 달렸지만 우여곡절도 있었다. 1997년 IMF외환위기 때 원도급사 2곳이 동시에 문을 닫으면서 60억원 규모의 부도를 맞았다. 하지만 당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월급의 20%를 반납한 덕분에 다시 정상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그 후 동아지질은 올해까지 단 한 번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다. 부침이 있기는 했지만 매년 꾸준히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거두는 흑자기업이다. 이를 기반으로 2009년 전문건설업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현재 동아지질은 지반과 터널분야에서 12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하공간을 뚫고 개발하는 '복합 Pipe-Jacking(Semi-Shield)공법'은 기존 공법보다 우수한 동아지질만의 특화 기술이다.
◇제자이자 환상의 사업 파트너 최재우 사장 '장기 집권'
이 회장은 현재의 동아지질을 만든 1등 공신이다. 그는 70세가 넘은 지금도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지분 3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경영권을 쥐고 있다.
그와 더불어 중요한 인물이 바로 최재우 사장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대학에서 시작했다. 이 회장은 창업한 후에도 시간강사로 강단에 섰는데 당시 최 사장은 강의를 듣던 제자였다.
최 사장은 1980년대 초 동아지질에 사원으로 입사했다. 이 회장의 신임을 얻어 고속 승진하며 43세이던 2002년에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그 후 수차례 중임을 거쳐 16년간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최 사장은 지분 3.82%를 보유한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이 회장과 그의 부인 김영애 씨에 이어 3대 주주다. 최 사장의 대표이사 임기는 2020년 3월까지로 업계에서는 계속해서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동아지질 관계자는 "경영에 있어 오너 2세의 참여는 없다고 보면 된다"며 "최 사장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내부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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