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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익·재무 부실 확대에…북미법인 판매라인 '통합' [LG전자 해외법인 점검]①세이프가드 여파, '슬림화' 통한 수익 방어…현지 생산량 늘리기 관건

김장환 기자공개 2018-12-14 08:30:51

이 기사는 2018년 12월 04일 15: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정부는 올해 2월 7일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했다. 미국 가전업체 월풀의 청원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받아들인 결과였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자국 기업에 심각한 피해 발생 우려가 있을 때 정부에서 발동할 수 있는 권한이다.

미국은 세이프가드를 통해 수입 세탁기 중 120만대 미만까지는 20%, 이를 넘어서는 물량은 5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LG전자 등 세탁기 부문 판매 강자인 한국 기업을 겨냥한 조치였다. 북미 시장을 한국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LG전자는 이로 인해 상당히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우선 LG전자는 북미 시장에서 세탁기 가격을 인상하는 방식의 대응책을 내놨다. 덕분에 1분기에는 세이프가드로 인한 타격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로 인한 악영향이 확연히 나타나는 양상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소폭이나마 순이익을 냈던 북미 전자제품 판매법인(LG Electronics U.S.A, LGEUS)은 올해 하반기 들어 대규모 적자를 내기 시작했다. 3분기에 낸 손실만 1000억원이 넘는다. 수입 세탁기가 120만대를 넘어서며 50% 관세를 부과받기 시작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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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이를 이유로 북미법인 재편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LG전자에 따르면 북미 전자제품 판매법인과 휴대폰 판매 등을 전담했던 법인(LG Electronics Mobilecomm U.S.A, LGEMU) 합병이 올 3분기 이뤄졌다. 합병 완료 후 존속법인은 LGEUS가 됐다.

LGEUS가 휘청거리자 수익이 안정적인 법인을 흡수하는 방식의 돌파구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LGEMU는 흑자를 이어갔지만 LGEUS는 올 3분기 누적 기준 2000억원대 순손실을 낸 상태였다. 아울러 법인 슬림화는 인건비와 판관비를 감축시킬 수 있어 적자 폭을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합병 후에도 북미법인의 재무건전성 부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다. LGEUS는 올 3분기 말 기준 자본총계가 1076억원에 불과하다. 총자산은 3조5886억원, 부채총계가 3조481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3235.4%에 육박한다. 세이프가드 영향으로 올 4분기 역시 적자를 이어가게 되면 부채가 자산을 전액 초과하는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LGEUS가 재무 부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은 모기업 LG전자의 지원 외에는 많지 않은 상태다. 자본잠식까지는 아니더라도 대규모 흑자를 통해 재무부실을 단번에 벗어날 가능성은 낮다. 이를 보면 LGEUS를 향한 LG전자의 자금 지원 압박도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미국 현지 생산 물량 확대에 달렸다. 현지에서 생산하는 품목은 세이프가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LG전자는 이에 따라 지난 8월 착공한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세탁기 공장 가동 시점을 최대한 앞당길 계획이다. 내년 1분기로 잡혀 있던 가동 목표 시점을 이달 말로 잡아둔 상태다. 세이프가드 악영향을 서둘러 해소할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테네시주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LG전자 북미 법인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드럼과 통돌이 세탁기 제조에 주력할 예정인 테네시주 공장은 연간 최대 120만대 생산이 가능하다.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짓기로 한 공장이란 점을 볼 때 LG전자는 테네시주 공장 설비 가동률을 '풀가동'까지 점진적으로 높여갈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LG전자는 북미 시장에서 안정적 실적을 위해 프리미엄 생활가전 시장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지난달에는 뉴욕 백화점 블루밍데일스에 'LG시그니처' 매장을 열고 6종의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였다. 대표상품인 세탁기를 비롯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얼음정수기냉장고, 가습공기청정기, 식기세척기, 오븐 등이다.

북미 시장에서 이 같은 전략을 구사하며 LG전자를 이끌고 있는 인사는 조주완 부사장(북미지역대표)이다. 1962년생으로 부산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LG전자(당시 금성사)에 입사한 조 부사장은 이후 독일법인, 북미그룹장, 뉴저지법인 OEM 담당, 캐나다법인장 등 LG전자 해외법인을 두루 거쳤다. 지난해부터 북미지역대표 겸 미국법인장을 맡았고 올해 초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한편 LG전자는 북미를 제외하고 중남미와 인도, 베트남 및 중국 등 해외 시장 전반에서는 안정적 실적과 재무 흐름 등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도 가전 부문이 그만큼 선방해주고 있는 덕분이다. LG전자 가전 부문을 맡고 있는 H&A·H&E사업부는 올 3분기 매출 8조5600억원을 기록했고, 이 중 상당수는 해외에서 발생했다. 가전 부문 영업이익은 7348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8.6%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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