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금융그룹의 변화]대기업 집중 자산포트폴리오 '여전'② 대기업여신 비중 80% 육박…中企 여신은 제자리걸음
정미형 기자공개 2019-01-04 10:57:26
[편집자주]
KDB산업은행에 이동걸 회장이 부임한 지 1년하고 3개월이 지났다. 2016년 'KDB 혁신 추진방안'을 발표한 지는 2년여가 흘렀다. 산업은행은 당시 구조조정 역량 제고, 미래 정책금융 비전 추진 등 6대 혁신과제를 정했다. 이를 계기로 산업은행은 한계기업 구조조정 최전방에 있다 혁신창업기업 육성 등 신성장 동력으로 그 무게를 옮겨가고 있다. 혁신안에 비춰 이동걸 회장 부임 전후로 산업은행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점검해봤다.
이 기사는 2018년 12월 24일 14: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 여신의 대기업 편중이 심각하다. 중소·벤처기업을 실질적으로 도와야 할 정책금융기관의 차별적 기업 대출 형태가 지속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 산업에 마중물이 돼야 할 정책금융 자금이 대기업에만 고여 있는 셈이다.산업은행은 지난 2016년 혁신 추진 방안을 통해 특정 산업에 정책금융 지원이 편중되지 않도록 여신 심사와 자산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예비중견기업이나 중견기업 지원을 강화하고 신성장 산업을 육성함으로써 중장기 미래 정책금융 지원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혁신 과제와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역대 산업은행 회장들 역시 중장기 미래 정책금융 비전을 만들겠다며 포트폴리오 개선을 추구했다. 2016년 내놓은 혁신안에 포함된 여신 편중 완화도 이동걸(李東杰) 전 회장이 주문했고, 홍기택 전 회장과 강만수 전 회장 역시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 자산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이동걸 회장도 여러 차례 신산업 육성과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중소벤처·중견기업 초청 플랫폼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2021년까지 중소벤처·중견기업 자금공급을 40조원으로 늘리고, 비중도 62%까지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4차 산업혁명 선도 금융기관으로서 혁신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중소·중견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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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산업은행의 여신 비중을 살펴보면 대기업 집중이 오히려 심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산업은행 기업 여신의 80% 가까이가 대기업으로 편중돼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산업은행의 총 기업여신은 119조5554억원으로, 이중 대기업 여신은 95조2154억원에 달했다. 반면 중소기업 여신은 24조3400억원, 20% 내외로 상대적으로 낮다. 같은 기간 산업은행의 원화대출금 중 97.1%가 기업 대출인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산업은행 대출금이 대기업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10년치 데이터를 살펴보면 지난 2010년 58조8276억원까지 떨어졌던 대기업 여신은 2018년 6월 현재 95조2153억원으로 약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중소기업 여신은 19조5150억원에서 24조3400억원으로 불과 24.7%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2010년 75%에 이르던 대기업 여신 비중은 올해 6월 기준 80%까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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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산업은행의 설립목적 특성상 가계여신 비중은 미미하고 기업 여신 비중이 매우 높다. 산업은행은 한국산업은행법에 의거 국내 산업개발과 경제발전을 위한 설비투자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1954년 설립됐다. 특히 대규모 시설투자를 필요로 하는 해운, 조선, 가스, 석유화학 등에 대기업 거액여신이 집중돼 있는 상황이다. 구조조정 대기업에 대한 지원 부담이 늘면서 대기업 여신 편중이 심화된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정책금융의 맏형으로서 혁신 창업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4차 산업혁명 분야를 지원하는 등의 노력도 있었다. 산업은행은 성장단계 기업에 대한 자금을 지원하는 성장지원펀드를 조성하고 올해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12조원에 달하는 자금 지원을 밝혔다. 지난 2016년부터는 시장형 벤처투자 플랫폼인 ‘KDB넥스트라운드'를 시작하기도 했다.
문제는 대기업에 편중된 여신 비중은 산업은행 자산 건전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산업 침체로 신용위험 우려가 큰 조선·해운·철강 등 업종의 기업 여신 익스포져가 큰 점은 리스크 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015년에는 대기업 부실 발생 증가로 자산건전성이 크게 저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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