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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고의 결실 맺은 PE의 빛난 뚝심 [2018 PE 엑시트 리뷰]⑦ KTB프라이빗에퀴티의 전진중공업 매각

김혜란 기자공개 2018-12-31 08:32:45

[편집자주]

이제 더 이상 PE를 제쳐놓고 국내 M&A시장을 논할 수 없게 됐다. 그만큼 PE 비중이 커졌다는 방증인데, 2018년 역시 예외일 수 없었다. 특히 국내 PE시장 이력이 10년을 넘어가면서, 물론 셀러(Seller)로서의 PE의 시장 영향력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 2018년 한국 M&A시장을 뜨겁게 달군 주요 PE 엑시트 딜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12월 27일 11: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KTB프라이빗에쿼티(PE)가 콘크리트 펌프카 제조업체 전진중공업을 인수한 건 2009년 12월이다. KTB PE가 전진중공업을 웰투시인베스트먼트-모트렉스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거래가 종결된 게 지난 13일이니 딱 9년 만에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이뤄진 셈이다.

지난 9년 동안 KTB PE는 수차례 전진중공업 매각을 시도했지만 가격 문제로 번번이 무산됐다. KTB PE는 절치부심하며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전진중공업의 몸값도 뛰었다.

올해 6월, 전진중공업이 또다시 매물로 나왔다. 이번엔 7~8곳의 원매자가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고, 매각 가격은 KTB PE가 원했던 2000억원 중반을 훌쩍 넘겼다. 엑시트 시기를 미뤄서라도 제값을 받고 팔겠다는 KTB PE의 의지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위기에 베팅한 KTB PE, 부도 위기 전진重 인수

KTB PE에 먼저 손을 내민 건 전진중공업이었다. KTB PE의 투자 전에도 전진중공업은 콘크리트 펌프카 시장에서 국내 1위, 세계 3위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경쟁력이 있는 회사였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자금난에 시달리게 됐다. 2009년 대규모 적자를 내며 부도 위기에 몰리자 전진중공업은 회사 매각을 결정하고 KTB PE에 지원을 요청했다.

2009년 당시 KTB PE는 이미 전진중공업에 2007년 투자해 얻은 지분 23%와 자회사 전진CSM의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었다. 부도 위기에 직면한 기업에 투자금을 더 쏟아붓는 결정을 내리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려면 전진중공업의 경영권을 인수해 우량기업으로 탈바꿈시켜야 했다. 2009년 12월, 위기에 처한 전진중공업에 KTB PE가 베팅한 배경이다.

KTB PE는 2007년 설립한 블라인드 펀드 'KTB2007사모투자전문회사'(KTB2007)를 통해 전진중공업과 전진중공업의 100% 자회사 전진CSM에 총 920억원을 투자했다. 이로써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진중공업 지분 82.54%를 갖게 됐다.

◇밸류업에 집중하며 때를 기다리다

KTB PE는 전진중공업을 인수한 뒤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전진중공업 내 조재규 연구·개발(R&D) 센터장을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발탁했다. 기술 전문가에게 경영을 맡겨 본업인 콘크리트 펌프카와 콘크리트 장비 등의 품질 개선에 총력을 쏟았다.

재무 구조 개선에도 공을 들였다. 삼성중공업 출신의 재무담당자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했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사옥과 골프장 회원권 등 비업무용자산을 팔아 현금을 확보했다.

과감한 투자도 단행했다. 200억원을 들여 애프터서비스(AS) 공장과 크레인 공장을 인수했다. 이전까진 충청북도 음성에 있는 생산공장 내에서 생산과 정비까지 병행했는데, AS 공장을 추가로 사들인 것이다.

성과보상 시스템도 바꿨다. KTB PE는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던 전진중공업 주식 일부를 CEO와 CFO 등 경영진에게 성과급으로 내놓았고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임금도 올렸다.

이런 노력 끝에 전진중공업은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2008년 12월 말 연결 회계 기준 7641억원 적자를 기록했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지난해에는 약 319억원으로 뛰어올랐다. 괄목할 만한 성장이었다.

◇숱한 매각 무산에도...속도보단 '제값
'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엑시트는 KTB PE가 풀지 못한 오랜 숙제였다. KTB PE는 2013년 KTB2007 펀드 만기(2014년)를 앞두고 첫 매각 작업에 돌입했다. 당시 아이에스동서 등이 관심을 보였으나 인수 가격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2015년 다시 매각에 나섰고, 한양정밀이 인수 의사를 밝혔으나 역시 가격 문제로 무산됐다.

KTB PE 입장에서 성급할 것은 없었다. 이미 투자액을 대부분 회수했기 때문이다. 전진중공업과 전진 CSM 현금 배당과 유상감자 등으로 투자금 900억원가량을 회수한 상태였다.

같은 펀드 포트폴리오인 LG 실트론 투자가 손실을 내면서 펀드의 전체 수익률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전진중공업 매각을 통해 적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내야했다. 당시 해당 펀드의 유한책임사원(LP)들도 이런 판단에 동의했다.

올해 KTB PE가 '7전 8기' 끝에 찾은 새 주인은 웰투시인베스트먼트-모트렉스 컨소시엄이었다. 매각 대금 약 2564억원이 투자 차익으로 돌아왔다. 전진중공업의 가치가 크게 높아진 만큼 급하게 매각을 추진하지 않고, 제값을 주고 사겠다는 좋은 인수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린 데 대한 보상이었다. 서로 윈윈(win-win)하는 결과를 만든 KTB PE와 전진중공업의 '9년 동행'은 이렇게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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