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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증권이 진짜 입증하려 했던 것 [thebell note]

이경주 기자공개 2019-01-28 11:10:36

이 기사는 2019년 01월 24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 이탈로 영향력이 희석될 줄 알았는데 관계가 더 두터워진 것 같다"

SK증권이 사상 처음으로 SK그룹 계열사(SK케미칼) 공모채 발행을 대표주관하자 주변에선 이 같은 반응을 쏟아냈다. SK증권은 지난해 7월 SK그룹에서 사모펀드로 주인이 바뀌었다. 신용평가사들은 SK증권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SK그룹의 재무적 지원 가능성이 사라진데다 사업관계 약화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SK케미칼 공모채 주관은 시장 우려를 잠재울만한 상징적인 딜이 됐다. SK증권은 SK그룹 산하에 있었을 땐 당국규제 탓에 SK계열 대표주관을 하지 못했다. 그룹 이탈로 오히려 전면에서 활약하게 됐다.

주변반응과 달리 SK증권이 시장에 입증하려 했던 것은 SK와의 '관계 건재'만은 아니었다. 궁극적으로 노리는 바가 있었다. 대표주관사로서의 실력을 알리는 것이다. 그동안 규제 때문에 보여주지 못한 역량이다. 2012년 도입된 수요예측 제도로 대표주관사의 역량이 중요해졌다. 수요예측은 공모채 발행 전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수요를 조사해 수요와 공급의 적정한 수준을 맞춰 가격(발행수익률)을 결정하는 방법이다. 대표주관사는 발행 과정 전반에 걸쳐 핵심 역할을 한다.

대표주관사는 기업실사를 통해 발행사 실적과 재무 등을 점검해 증권신고서에 기재해야 한다. 또 실사결과를 토대로 발행사와 협의해 희망금리와 발행물량을 정한다. 이는 투자자들이 수요예측에서 가격과 물량을 제출하는 데 판단기준이 된다. 즉 대표주관사가 시장이 수긍할만한 객관적 보고서를 내고, 또 적정 금리와 물량을 제시해야 발행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

SK케미칼 공모채 수요예측은 성공적이었다. 1000억원 모집에 4100억원 가량의 수요가 몰렸다. 조달금리도 작년 3%대에서 2%대로 낮아질 전망이다. SK증권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던 대표주관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셈이다.

SK증권은 주관사 역량을 시장에 알려 사업영역 확대의 발판으로 삼고자 했다. 부채자본시장(DCM) 중심이었던 사업영역을 투자자문과 주식자본시장(ECM) 등으로 넓히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전략적으로 SK그룹에 대표주관사 역할을 맡겨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증권은 SK그룹이 지배구조 개선이나 대규모투자를 위해 필요로 하는 IB서비스 수요를 노리고 있다. SK그룹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요건 상향(비상장사 50%, 상장사 30% 이상)이 현실화 될 경우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하게 된다. SK그룹은 올 초 향후 3년 동안 8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자금조달과, 투자자문, M&A(인수합병) 등 다양한 IB서비스 수요가 생긴다.

SK증권은 위기를 기회로 살리고 있다. SK그룹은 이제 한 집안으로서 든든한 뒷배가 될 수는 없다. 그래서 실력으로 정면돌파하고자 했다. SK그룹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다. SK그룹을 가장 잘 아는 IB파트너가 더욱 필사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려 한다. SK증권이 어디까지 역할을 확장해 나갈지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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