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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엔지·중공업, 합병 반대 덕에 살았다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2014년 합병 무산 이듬해 1조 넘는 적자 동반 기록…적극적 의결 순기능 사례

김장환 기자공개 2019-02-13 08:14:34

이 기사는 2019년 02월 12일 15:4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은 국민연금이 합병 안건에 '반대'를 표명해준 덕분에 결과적으로 위기를 넘겼다. 국민연금의 반대로 합병이 무산돼 대규모 손실이 터지는 걸 막을 수 있었다.

양사는 합병 시도 이듬해 모두 1조원 넘는 순손실을 냈다. 합병이 앞서 성사됐다면 단일 법인으로서 손실 충격이 보다 컸다.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결국 양사를 살리는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연금은 2014년 10월 27일 열린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임시 주주총회에 각각 참석, 양사 '합병계약 승인' 안건에 모두 '기권' 의사를 밝혔다. 양사 합병을 사실상 반대한 것이다.

기권 사유로는 '주식매수청구권 확보'를 들었다. 근거는 의결권 행사지침 36조 2항이 됐다. △사안별로 검토해 주주가치 훼손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반대 △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경우 반대 또는 기권할 수 있다고 명시된 조항이다.

국민연금의 양사 합병 기권은 상당한 충격파를 줬다. 국민연금의 선택이 주주들의 합병 반대 기류에 불을 지핀 도화선이 됐다.

국민연금은 당시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6%, 삼성중공업 지분 5%를 보유하고 있어 주총 안건을 독자적으로 무산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주주로 보기는 어려웠다. 합병 등 특별결의 주총 안건은 출석 주주의 33.4%, 즉 3분의 1 이상 주주가 반대해야 기각된다.

하지만 국내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양사 합병 안건에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은 나머지 주주들의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다. 국민연금의 행보를 참고 삼아 주총 참석 주요 주주들이 기권 혹은 반대표를 잇따라 내놨다.

당시 삼성은 난처한 처지가 됐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주요 주주였다. 삼성중공업 주요 주주에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양사 통합 후 삼성물산 및 제일모직 등과 합병하게 되면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사실상 지주사인 삼성물산의 지배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양사는 결국 합병을 철회했다. 국민연금을 필두로 주요 주주들의 주식반대매수청구권이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이다. 주식매수청구대금 한도를 삼성엔지니어링은 4100억원, 삼성중공업은 9500억원으로 잡아두고 있었다. 양사 모두 이를 크게 웃도는 주식매수청구권이 들어왔고 합병 강행시 그 비용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으로 여겨졌다.

양사의 합병 무산은 전화위복이 됐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듬해 순손실 1조3053억원을 내며 부채가 자산을 전액 초과하는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2015년 말 연결기준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3129억원이다. 삼성중공업도 같은 시기 1조2054억원대 순손실을 냈다.

2014년 말 합병에 성공한 후 양사의 적자가 합산됐다면 그 충격은 감당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양사는 2015년 적자를 낸 후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다. 결국 양사 합병을 반대했던 건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견제 역할을 충실히 해 긍정적 결과를 낳았던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국민연금은 올해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 주주총회에서 적극적 의사 표명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해 6월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를 도입하며 올해 주총부터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이미 예고해둔 상태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주총에서 감사위원 임기가 만료되는 박봉흠 사외이사의 위원 재선임 혹은 교체 안건을 주총에 올려야 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김영세·오형식 사외이사의 연임 혹은 신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기다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주요 투자기업들에서 이사회 이사진의 장기 연임을 막는 추세를 최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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