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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뚜렷한 지배력'에도 관계기업으로 [지배력 변경 회계처리 점검]물적분할·M&A 등 의사결정은 지주사가, '한몸'보다 지분법 선호

구태우 기자공개 2019-02-27 08:26:25

[편집자주]

국제회계기준은 경제적 실질을 반영하는 원칙 중심의 회계다. 경영자의 재량권을 폭넓게 허용하면서도 회사의 경제적 실질을 충실하게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지분율과 함께 고려되는 '사실상 지배력'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은 기업들마다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지배력 변경 회계처리 논란의 핫이슈가 된 이래 기업들의 지배력 판단이 이전보다 엄격해졌다. 연결종속회사와 관계회사에 대한 기업들의 판단과 그 변화를 더벨이 확인해 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2월 26일 09:5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조선사 1위인 현대중공업은 그룹의 핵심이지만,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와의 연결고리는 느슨하다. 현대중공업의 실적이 지주사에 미치는 재무적 영향력은 크지 않다. 현대중공업의 실적이 자산, 매출, 영업이익에 연결되지 않는다. 현대중공업의 순이익만 지분법 손익에 반영되는 구조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대중공업이 지주사의 관계기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사업형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다. 지주사는 현대중공업 지분 31.67%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기업이 타기업의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는 경우 종속기업으로 분류된다. 2013년 '사실상 지배력(De Facto Control) 개념이 도입되면서, 50% 미만의 지분을 확보해도 종속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게 됐다. A사가 B사와 손익을 공유하거나, 지배력을 직간접적으로 행사해 영향력을 미칠 경우 B사를 종속기업으로 삼을 수 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사실상 지배력 개념을 이용, 현대중공업의 실적을 지주사 실적에 연결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종속기업 대신 관계기업을 선택한 건 현대중공업지주의 경영적·재무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지주 종속·관계기업 현황

◇지주사 전환 후 관계기업으로 빠진 현대重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구조는 지주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대 격변을 치뤘다. 지주사 전환은 외부적 요인 때문이었다. 지주사 설립 2년 내에 순환출자 고리(현대중공업 → 현대삼호중공업 → 현대미포조선 → 현대중공업)를 해소하고, 증손회사의 지분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도록 하고 있다.

지주사 체제 이전인 2017년에는 현대중공업㈜이 26개(상장사 2개)의 국내법인 중 13개를 종속기업 형태로 지배했다.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을 종속기업으로 분류했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삼호중공업의 의결권 과반수 이상을, 현대미포조선의 지분 42.34%를 확보해 실질 지배력을 갖고 있다는 게 종속기업으로 판단한 이유였다. 당시 현대중공업 최대주주는 아산재단 정몽준 이사장(지분 10.15% 보유)으로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었다.

그러다 현대로보틱스(현 현대중공업지주)를 중심으로 지주사 체제가 추진되면서 지배구조 개편이 시작됐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 4월 현대로보틱스,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등 신설법인을 설립했다. 지난해 3월 현대로보틱스가 현대중공업지주로 사명을 바꿔달면서 지주사 전환이 마무리됐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정유(현대오일뱅크·현대케미칼) △전기전자시스템(현대일렉트릭) △건설장비(현대건설기계)를 연결대상 주요 종속기업으로 배치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사업 지주사 형태로 투자사업과 로봇·자동화(현대로보틱스)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존속법인인 현대중공업은 조선 지주회사 형태로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사업 부문)을 맡고 있다. 2개의 지주사(현대중공업지주·현대중공업)를 필두로 한 이원화 체제가 갖춰진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의 지위가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분류됐다. 조선업 시황 회복으로 수주가 늘어도 현대중공업지주의 지분법 손익에 지분율 만큼 반영된다.

◇현대重지주, '사실상 지배력' 행사 中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이 지주사의 종속기업이 아닌 점을 의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주주 현황과 과거 의결 양상 등을 볼 때 지주사가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는 걸로 봐야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지배력 판단 시 투자자가 보유한 의결권과 다른 의결권 보유자의 분산 정도를 따져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최대주주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34.75%(최대주주 31.67%)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소액 주주가 보유한 주식은 42.87%(주주수 10만1638명)로 집계됐다. 최대주주가 과반수 미만의 지분을 보유해도, 주주들이 넓게 분산되어 조직적 담합이 없는 경우 사실상 지배력이 있는 걸로 본다. 이외에도 사실상 지배권 보유 여부를 판단할 때 △잠재적 의결권 △계약상 권리 △과거 주주총회의 의결 양상을 고려한다.

현대중공업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현대중공업지주 권오갑 부회장, 현대중공업 가삼현 대표이사 사장, 현대중공업 강환구 전 대표이사 사장(사임)이 사내이사다. 강 전 대표는 사임해서 사내이사 자리 1석은 공석이다. 현대중공업은 주주총회 때마다 원안이 가결돼, 부결된 전례가 없다.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등 주요한 의사결정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조선합작법인 설립을 결정하는 이번 주주총회도 원안대로 가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주총에서 관련 안건이 통과되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이 조선합작법인의 지배를 받게 된다. 합작법인은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분 28%를, KDB산업은행이 약 7%의 지분을 갖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한 지 1년 만에 지배구조를 바꾸는 셈이다. 현대중공업지주와 현대중공업의 의사 결정을 볼 때 현대중공업을 사실상 종속기업으로 봐야한다는 게 설득력 있다.

현행 제도에서 종속기업과 관계기업을 결정하는 건 기업이다. 재무상 연결대상 기업으로 둘지, 지분법 손익으로만 반영할지 결정하는 주체는 기업이다. 현대중공업을 연결대상 종속기업으로 볼 때 지난해 기준 13조1198억원의 매출이 현대중공업지주의 회계에 반영된다. 현대중공업의 영업손실이 지주사 회계에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이 3949억원 감소하는 단점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73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주사와 종속기업이 '한몸'처럼 움직일 때 장단점은 비교적 뚜렷한 셈이다. 그럼에도 SK㈜는 주요 계열사가 과반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지 않아도 종속기업으로 분류한다.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의 SK㈜ 지분은 각각 25.2%, 33.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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