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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은행, 대우조선 영구채 해법 '고심' 현대중공업 특혜 시비 우려…산업은행은 '관망'

안경주 기자공개 2019-03-08 08:22:36

이 기사는 2019년 03월 06일 1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조3000억원에 달하는 대우조선해양 영구채 처리 방안을 두고 수출입은행(수은)과 현대중공업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수은은 이달 8일 예정된 산업은행(산은)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매각 본계약 체결에 맞춰 협상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협상 당사자는 아니지만 이번 대우조선 인수·합병(M&A)을 총괄하고 있는 산은 역시 대우조선 영구채 처리 방안과 관련해 관망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대우조선 M&A 성사를 위해 수은이 현대중공업에 양보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조선을 인수하기로 한 현대중공업과 수은은 지난달 중순부터 2조3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처리 방안을 두고 협상을 해오고 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수은과 현대중공업이 논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며 "절충점을 찾아야 하지만 서로의 입장 차가 커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우조선 M&A 본계약 체결 시점인 이달 8일 이전에 합의할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라며 "본계약 체결 시점이 다가올수록 수은의 고심만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대우조선 영구채 처리와 관련해 수은의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다. 자칫 영구채 처리 방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대우조선 M&A가 깨졌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현대중공업에 유리한 협상결과가 나오면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수은과 현대중공업 간에 쟁점이 되는 부분은 금리와 CB 전환 여부다. 수은은 지난 2016~2017년 대우조선이 업황 부진 탓에 위기에 내몰리자 2년에 걸쳐 대우조선에 2조3000억원을 지원했다. 규정상 채권의 출자 전환이 안돼 대우조선이 발행한 CB를 인수하는 방식을 섰다. 이 과정에서 CB 만기를 30년으로 설정해 영구채로 분류, 대우조선의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돼 있다.

수은이 보유하고 있는 영구채의 금리는 2021년까지 연 1%이지만 2022년부터 대우조선의 무보증회사채 금리에 25bp(0.25%포인트)를 더해 부과된다. 현대중공업 입장에선 대우조선의 신용등급 추이나 조선업황, 회사채 시장 상황에 따라 이자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

업계는 최저 5%, 많으면 7%까지 금리가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매년 이자 부담은 880억~1500억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현대중공업이 이자 부담을 이유로 대우조선 M&A에서 발을 뺄 수 있는 셈이다.

수은이 영구채 금리 조건을 현대중공업에게 유리하게 바꿔주는 것도 쉽지 않다. 대우조선 정상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금리 조건을 바꿀 경우 자칫 현대중공업에 특혜를 줬다는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CB 전환을 놓고도 수은과 현대중공업의 생각차가 존재한다. 현대중공업은 수은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경영권의 위협을 받을 수 있어 부담스러운 반면 수은은 조건만 된다면 자금회수를 위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대우조선 M&A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곳은 현대중공업"이라며 "딜이 깨지지 않는 선에서 협상이 이뤄지려면 수은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우조선 M&A를 총괄하고 있는 산은은 영구채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서기 보다는 관망하는 모양새다. 오히려 대우조선 M&A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현대중공업에 상당부분 양보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 거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산은이 이번 M&A를 추진하면서 많은 부분에서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고 있고, 나름대로 통 큰 양보를 했다고 보고 있다"며 "수은도 감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수은은 현대중공업과의 협상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수은 관계자는 "현재 협상을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기 어렵다"며 "딜이 깨지지 않고 조만간 결론이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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