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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은 회장, 대우조선 공적자금 발언 왜? 헐값 매각 논란 피하고 WTO 제소·기업결합심사 염두한 듯

안경주 기자공개 2019-03-04 08:32:10

이 기사는 2019년 02월 28일 15: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적자금이 투입되려면 정부의 세금이 들어가야 하는데 (대우조선해양에) 투입된 것은 산업은행의 자금이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 지원을 위해 투입된 자금의 출처를 두고 한 말이다.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해 산업은행의 자금이 투입된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대우조선 인수합병(M&A) 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더라도 그동안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논란을 비켜가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산업은행의 최대주주가 대한민국 정부(기획재정부 등)라는 점에서 이 회장의 발언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선 다음달부터 시작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심사를 염두한 포석이란 관측이다. WTO(국제무역기구) 제소를 피하고 현대중공업의 원활한 기업결합심사를 돕기 위한 의도적 발언이란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 26일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기자실을 찾아 대우조선 M&A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그는 대우조선 M&A를 통한 공적자금 회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산업은행이 가지고 있던 대우조선 지분을 현대중공업 지분으로 바구는 것"이라며 "구조조정이 원만하게 마무리돼서 현대중공업 주가가 오르느냐에 따라서 (대우조선에 투입된) 자금을 전액 회수할 수도 있고 손실이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은 그런 논란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매각이 혈세 투입 논란으로 번져지는 것을 경계하는 모양새였다. 특히 이 회장은 "공적자금이 투입되려면 정부의 세금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투입된 것은 산업은행의 자금"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대우조선을 지원한 자금의 성격이 공적자금은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이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그동안 공적자금 회수 논란 속에서도 대우조선 지원 자금의 성격에 대해 발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적자금은 정부가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자금을 말한다. '공적자금'에 대한 정의만 본다면 이 회장의 말이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의 주주는 대한민국 정부다. 기재부는 산업은행 지분 91.62%를 보유하고 있고,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도 각각 7.68%와 0.7%를 갖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대우조선에 산업은행의 자금이 들어갔더라도 통상적 의미의 '공적자금'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대우조선 M&A와 관련해 공적자금 회수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더라도 대우조선 지원 자금의 출처에 대한 구분을 두지 않았다. 실제로 이 회장은 지난 1월31일 현대중공업과의 대우조선 M&A 합의안을 발표할 당시에도 "당장 공적자금을 회수하려는 목적보다 조선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대우조선에 투입된 자금을 공적자금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불과 한달도 안돼 대우조선 지원 자금의 출처를 거론하고 나선 것. 이를 두고 이 회장이 공적자금 회수 논란을 비켜가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크기변환_현대중공업 대우조선

대우조선 M&A 합의안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회수할 수 있는 자금은 2조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지분을 현물출자 하는 대신 현대중공업이 세우는 조선지주사의 지분을 받는다. 1조25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주당 13만7088원의 보통주 600만9570주다.

이를 감안하면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지분 56%를 넘기면서 받을 수 있는 돈은 2조700억원 정도 되는 셈이다. 최소 7조원이 들어간 회사를 2조원 남짓에 파는 것. 이런 계약조건 탓에 산업은행의 이번 대우조선 지분 처리를 두고 헐값 매각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회장은 그간 제값을 다 받지 못하더라도 언제든 매수자가 나타나면 시장가격에 매각을 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며 "공적자금 논란에서 벗어나게 되면 헐값 매각 부담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WTO 제소와 기업결합심사를 염두한 발언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이 회장은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의 통과 확률은 50% 이상"이라며 다소 낙관적으로 봤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대우조선 합병 이후 20%의 시장점유율, 기업결합에 따른 혜택 등 독과점 논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탓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해 한국정부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에 1조2000억엔(11조90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게 WTO 보조금 협정 위반이라며 WTO 분쟁해결절차 내 양자협의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이 직접 현대중공업 지원 사격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대우조선에 투입된 자금이 공적자금이 아닌 산업은행의 자금으로 분류되면 WTO 제소나 기업결합심사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상업적 판단에 따라 대우조선 지원에 나섰고, 자금의 출처 역시 공적자금이 아닌 만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가 문제가 없다는 취지인 셈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의 발언은) 상업적 판단에 따라 대우조선 지원에 나섰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채권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그간 자금을 투입했고, 대우조선 M&A로 회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 WTO 제소나 기업결합심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회장이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을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되면서 자칫 또 다른 혜택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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