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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리테일, 고심 속 IPO 연기…결정적 이유는 예심 지연 속 FI 엑시트부터…구주매출용 IPO 부담도 영향

전경진 기자공개 2019-03-26 11:46:21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2일 16: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랜드리테일이 기업공개(IPO)를 연기한 직접적 이유는 기존 재무적투자자(FI)에 대한 배려였다. 최근 상장 예비심사가 길어지는 가운데 FI들의 안정적인 투자금 회수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랜드리테일 입장에서는 시장 평판 저하까지 감수하며 IPO 연기를 선언한 셈이다. 유통업체에 대한 투심이 약화된 상태에서 IPO 통해 FI들이 투자금을 온전히 회수해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는 평가다.

예상보다 지연된 상장예심…FI 엑시트 시한에 '초점'

이랜드그룹의 의중은 22일 자회사 이랜드리테일의 IPO 연기를 선언한 발표문에서 드러난다. 이랜드그룹은 IPO 대신 FI 지분 매입(자사주 매입)부터 단행하겠다는 점을 명확히했다. 엑시트 지원을 우선과제로 올린 셈이다.

실제 이랜드리테일은 최근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가 지연되면서 검토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에 대한 회계 감리 강화 기조 역시 상반기 중 IPO 공모 가능성을 불투명하게 만들었던 요소다. 오는 6월 19일까지 FI 투자금 상환 기한을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했다는 평가다.

이랜드그룹은 FI들로부터 별도의 엑시트 '압박'을 받는 상황은 아니었다.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면 IPO 의지를 보인 데다 투자자 약정 사항까지 준수하고 있어서다. 이랜드리테일은 계열사 지원 한도 2500억원, 자본적 지출(Capex) 650억원 제한 등 재무적 통제를 따르고 있다. 이랜드그룹이 자발적으로 투자자 엑시트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모양새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그룹이 2015년부터 사업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선뜻 지원에 나서 준 것이 현재의 FI들"이라며 "제 때 투자금을 회수해 갈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회사의 '신의' 차원에서 가장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구주매출 최소 4800억…IPO 흥행 부담 속 현실적 '선택'

시장에서는 이랜드리테일이 IPO에 대한 낮은 흥행 가능성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FI의 투자금 규모를 고려했을 때 구주매출 위주의 공모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공모주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반응이 미온적일 수 있다는 평가다. 회사의 발전과 성장성을 보고 청약에 나서는 공모주 투자자들의 특성상 공모 자금 대부분이 회사의 외부 차입금 상환에 쓰인다면 그만큼 투자 유인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경우 자칫 FI들 투자금 회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IPO 부진으로 구주매출을 통해 회수해 가는 투자금 규모가 줄어들 경우 지주사 이랜드월드가 차익을 보존하긴 한다. 하지만 FI들 입장에서는 원하는 시점에 한번에 투자금을 회수하지는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랜드리테일이 IPO를 재차 보류하면서 시장 내 평판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FI 지분 매입부터 진행하기로 한 배경이다.

구체적으로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대표 주관사들은 이랜드리테일에게 상장 밸류에이션으로 1조2000억원~1조5000억원을 제시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유통업체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떨어지면서 2017년 IPO 추진 당시보다 예상 '몸값'은 크게 떨어졌다.

그런데 FI들이 투자한 원금은 4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엑시트 시점에 함께 지급하기로 한 연 배당수익금 10%를 가산하면 FI에게 돌려줘야할 투자수익금 규모는 총 4800억원이 된다. 이 자금을 IPO 구주매출 물량으로 모두 소화해야 하는 셈이다. 전체 상장 예정 주식의 40%가 구주매출로 공모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다.

이랜드그룹은 빠르면 내년께 이랜드리테일의 IPO를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엑시트가 완수되면 신주발행 위주로 IPO가 진행되기 때문에 공모 규모 결정과 흥행면에서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시장 관계자는 "이랜드리테일의 경우 자체 보유 현금이 2500억원 있는데다가 부동산 자산도 많아 엑시트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며 "향후 공모 흥행과 '우군'이었던 FI들의 적기 엑시트를 모두 감안해 IPO 일정 중단을 선언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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