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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등생' 신한은행, 계열사 퇴직연금 과외 나선다 중하위권 증권·생명 역량강화 초점…그룹 전용상품 확대

최필우 기자공개 2019-04-22 08:37:43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9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그룹이 은행권 퇴직연금 1위 사업자 신한은행을 필두로 계열사 역량 강화에 나선다. 퇴직연금 매트릭스 체제를 구축하고 영업과 고객 관리 전략을 공유해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생명의 점유율을 끌어 올리려 하고 있다. 다른 계열사들은 신한금융그룹 전용 퇴직연금 상품을 개발해 경쟁력을 갖춘다는 목표다.

◇고객관리체계 손질 '급선무'…퇴직연금 전문센터 '핵심'

신한금융그룹이 퇴직연금 매트릭스 체제를 구축한 건 계열사간 적립금 격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적립금 19조640억원으로 은행업계 1위 사업자다. 계열사 자금 덕을 보고 있는 삼성생명을 제외하면 전체 업권을 통틀어 적립금이 가장 많다.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생명은 각각 2조2839억원, 4625억원으로 중하위권을 전전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생명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신한금융투자는 증권업권 12개 사업자 중 적립금 규모 6위, 신한생명은 보험업권 17개사 중 14위다. 은행업권 1위 신한은행과 전략을 공유하면 업권별 상위권 사업자로 도약하는 게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신한금융그룹은 퇴직연금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기에 앞서 고객관리 체계를 보완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을 제외하면 사후관리 체계가 제대로 갖춰진 곳이 없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6년 퇴직연금 전문센터를 구축했다. 퇴직연금 전문센터는 퇴직연금 가입자 대부분이 영업점 방문이 어려운 법인 고객이나 근로자라는 점에 착안해 만들어진 비대면 채널이다.

신한은행은 6월 퇴직연금 매트릭스가 출범하면 퇴직연금 전문센터 운영 시스템을 관계사에 이식할 예정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DC(확정기여형) 제도 이용 고객을 관리하는 DC전담팀을 신설했다. 이곳은 퇴직연금 전문센터와 유사한 기능을 담당한다. 신한생명은 현재 사후관리 체계가 전무한 상태지만 매트릭스 출범에 맞춰 유사한 조직을 구축할 것으로 관측된다.

영업 전략도 정비 대상이다. 신한은행은 전통적으로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DB(확정급여형) 제도 영업에 장점이 있어 관련 노하우를 주로 전수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영업점이 많다는 점을 활용해 IRP(개인형퇴직연금) 적립금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탄탄한 중소기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DC 제도 영업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사후관리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으면 적립금을 늘리는 게 의미가 없기 때문에 고객관리 시스템 손질이 우선"이라며 "신한은행을 중심으로 각사별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영업 전략이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 상품 '양과 질' 잡는다…원리금비보장 '확대 기조'

신한금융투자는 상품공급 측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 퇴직연금에 편입되는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발행 기능이 있다. ELB는 예·적금 대비 금리가 높으면서 원리금이 보장돼 퇴직연금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다. 신한금융투자가 다른 사업자들에게 공급하는 ELB에 비해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것은 어렵지만 퇴직연금 편입 ELB 발행이 몰리는 연말 관계사를 우선순위에 놓고 충분한 물량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투자는 상품 외연 확대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얼마전 퇴직연금 전용 상장지수채권(ETN)을 선보인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 상품은 지난해 시장에서 인기를 끈 옵션매도 전략을 사용하면서 손실을 최대 30%로 제한하는 게 특징이다. 손실이 40%를 초과할 수 있는 상품은 편입이 불가능하다는 퇴직연금 규정을 고려하면서 자산관리 시장 트렌드에 부합하는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레포펀드도 신한금융투자가 특화돼 있는 상품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인하우스 헤지펀드 비히클을 활용해 레포펀드 설정액을 꾸준히 늘려 왔고 최근 3조원을 돌파했다. 안정적인 운용 역량을 입증한 만큼 퇴직연금 편입 레포펀드를 꾸준히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과 신한생명 퇴직연금에 편입될 신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다.

신한금융그룹 GIB사업부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신한대체투자운용, 신한리츠운용 등은 매트릭스 조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상품 관련 협의체를 꾸려 비정기적으로 회의를 갖는다. 이들은 부동산펀드와 인프라펀드를 비롯한 퇴직연금 전용 상품을 발굴해 계열사 지원에 나선다. 경쟁력 있는 상품을 그룹 전체에 공유하고 리스크 관리 기능을 상향 평준화 하는 게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다. 특히 원리금보장형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을 발굴하는 데 집중한다.

신한은행은 이같은 지원을 바탕으로 원리금비보장형 비중을 꾸준히 늘려 간다는 목표다. 신한은행이 원리금비보장형으로 운용하는 적립금 비중은 지난해말 기준 18.54%다. 10%에 미치지 못하는 대다수 사업자에 비해 2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연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원리금보장형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고객관리와 영업 전략을 제시할 수 있다면 나머지 회사들은 상품공급 측면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신한그룹 전용 퇴직연금 상품을 선보이고 원리금비보장형 비중을 늘려 수익률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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