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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시장 개방 7년…외국계 로펌 현주소는 야심찬 출발 불구 정착은 아직…'용두사미' 중론

최익환 기자공개 2019-04-25 08:27:34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4일 11:2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법률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30개의 외국계 로펌이 본사에서 가지는 입지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내외부의 평가가 나온다. 국내 법률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클라이언트 문화 등의 차이로 인해 본사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다. 결국 본사와 서울사무소가 어떤 관계를 설정하느냐가 핵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법무부와 법률시장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활동 중인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외국계 로펌)는 30곳으로 집계됐다. 한편 국내에서 외국법을 자문할 수 있는 외국변호사(외국법자문사) 자격을 얻은 사람은 177명이다.

로펌 조직 개편으로 인해 본점소재지를 변경하거나 재인가를 받은 경우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철수한 외국계 로펌은 심슨대처바틀렛(Simpson Thacher & Bartlett LLP) 단 한 곳이다. 다른 외국계 로펌들 중에서도 국내에서 고전하고 있는 수 곳은 최근까지도 진지하게 철수를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새로 국내에 진출하려는 로펌들도 존재한다는 것이 법률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 2월 15일 법무부는 미국계 로펌 아놀드 앤 포터 케이(Arnold & Porter Kaye Scholer LLP)의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설립을 인가한 바 있다. 이외에도 영미계 로펌 일부가 국내 진출을 추가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각종 규제·협소한 법률시장…본사에 대한 기여도는 '미미'

그러나 이들 외국계 로펌이 한국에서 가져가는 자문 수수료 매출은 비슷한 규모의 국가에 비해 크지 않다는 것이 법률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외국계 로펌의 한국 매출은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았으나 본사에 대한 기여도 역시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법조계 관계자는 "한국사무소의 경우 설립 초기 수익을 바로 내기가 힘든 만큼 본사의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는 자체적으로 사무소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매출이 나와야만 존속을 결정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국계 로펌은 국내에서 송무 등 분쟁해결 업무를 할 수 없는데다가, 직접 한국 변호사를 고용할 수도 없다보니 국내 업무도 제한된다. ‘외국법자문사법' 제34조는 외국계 로펌의 국내 변호사·법무사·변리사·공인회계사 등의 고용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외국계 로펌은 국내법사무와 외국법사무가 혼재된 업무는 국내 법률사무소나 법무법인과 공동처리할 수 있다. 이 마저도 개별 계약으로 이뤄져야 한다.

외국계 로펌 관계자는 "외국법자문사법이 개정되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결국 국내 변호사들을 고용할 수 없는 조항은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본다"며 "이러한 규제를 피하려면 국내 대기업과 외국기업의 국경간 거래나 자본시장에 역량을 쏟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국경간 인수합병(Cross-border M&A)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는 점은 외국계 로펌에게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국내 주요 로펌 역시 국제분야에 대한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어, 종합적인 서비스 경쟁력에서는 다소 밀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본사와 관계설정이 핵심…한국 대표 입지도 중요

본사에 대한 매출 기여도가 높지 않은 만큼, 한국사무소는 본사와의 관계설정 역시 신경써야하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특히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본사에 인지시킬만한 입지를 가진 인물이 한국사무소를 주도해야 유리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수한 한국의 문화 역시 본사를 이해시켜야하는 내용 중 하나다.

다른 외국계 로펌 관계자는 "본사 관계자 중 일부는 글로벌 로펌이 한국에서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지속적으로 궁금해한다"며 "국내 법률시장의 상황과 문화적 특수성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내부 입지가 좋은 인물이 한국사무소를 맡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실제 외국계 로펌 수 곳은 해외 본사에서 파트너로 수십년간 재직한 한국계 인물을 한국 사무소 대표로 임명한 사례도 있다. 이들 로펌은 한국 시장에서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다. 결국 한국 팀을 누가 이끌고 로펌 내부에서 어떤 입지인가에 따라 한국 사무소의 운명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화상회의나 이메일·전화통화보다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것을 선호하는 한국적 비즈니스 문화 역시 본사를 설득시켜야하는 과제다. ‘굳이 한국에 사무소를 둬야 하느냐'는 로펌 내부에서의 비판을 잠재워야하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로펌이 국내에서 서비스하면 직접 만나는 고객 역시 나쁠 것은 없다"며 "일부 로펌이 한국 시장을 떠나 해외에서 업무를 보면 자연스레 불편함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동아시아 각국과 인접한 서울…전략적 진출이라는 시각도

한편 외국계 로펌이 외형적인 손실을 감수하고 전략적으로 한국 사무소를 유지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의 지리적 위치가 동아시아 각국의 정보를 얻기 용이한데다, 단시간 내에 이동할 수 있는 주요 도시도 많은 것이 이유다.

외국계 로펌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서울에 진출한 것은 국내 대기업의 자문업무를 수임하기 위한 이유만이 아니라 일본과 베트남 등지로 이동하기 용이하다는 측면이 작용했다"며 "도쿄에 비해선 정보교환이 잘 일어나는 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신 해외에서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기업들이 많아지는 점은 외국계 로펌에게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존에도 크로스보더 M&A를 지속해온 △삼성 △LG △SK 이외에도 해외 사업 진출을 모색하는 중견사 역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결국 '버티는 자가 강한 자' 아니겠느냐"며 "한국 시장에서 영업을 지속할 만한 외국계 로펌들은 신규 고객사 발굴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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