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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F 주타깃 퇴직연금마저 '외면'…희망의 빛 '디폴트옵션' [한국형 TDF 진단]①투자자 예·적금 등 원리금보장형 선호…퇴직연금 공략 '관건'

김진현 기자공개 2019-05-27 13:00:00

[편집자주]

은퇴시점에 맞춰 알아서 자금을 굴려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가 예상과 달리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연금 운용에 여전히 보수적인 개인들이 예금과 적금을 여전히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TDF의 높은 수수료와 운용 불투명성 등도 시장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국내 상륙 3년이 지난 TDF 시장의 현황과 과제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5월 23일 09: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금 상품으로 등장한 타깃데이트펀드(TDF)가 주 공략대상이라고 여겼던 퇴직연금 시장에서마저 외면받고 있다. 매년 외형은 커지고 있지만 퇴직연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가 되지 않는다. 은퇴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는 투자자 심리와 규제 등의 영향으로 퇴직연금 시장에서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업자가 지정한 포트폴리오에 맞춰 퇴직연금을 자동적으로 굴려주는 디폴트 옵션 제도가 추진되고 있어 이와 메커니즘이 유사한 TDF 시장에 희망을 주고 있다.

◇ 퇴직연금 절대강자 '예·적금'…TDF 포함 펀드 '무관심'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TDF 설정액은 1조7000억원가량이다. 이 가운데 연금 클래스 펀드 설정액은 약 1조1196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190조원을 넘긴 퇴직연금의 0.6% 정도만 TDF로 흘러 들어간 셈이다.

투자자의 위험회피 성향이 높다 보니 펀드로 유입되는 자금 자체가 적었다. 지난해 말까지 펀드로 유입된 퇴직연금은 17조원이다. 펀드에 투자하는 투자자조차 채권형, 채권혼합형 등 안정적인 자산운용 방식을 선호했다. 17조원 가운데 11조원(64%)이 채권형과 채권혼합형 펀드로 흘러 들어갔다. 은퇴 예상시점이 2025년인 TDF 중에서도 주식 비중이 50% 이상인 주식혼합형 상품이 존재한다. 은퇴시점이 2015년, 2020년인 펀드를 제외하면 대부분 TDF는 주식혼합형 상품인 셈이다. 그러나 퇴직연금 자금 중 주식형, 주식혼합형에 투자된 자금은 3조원(19%)에 불과하다.

퇴직연금 자금 대부분은 은행의 예금과 적금 상품에 투자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190조원의 퇴직연금 가운데 76조원(40.2%)이 예금과 적금에 투자됐다. 자산운용 방식을 사용자(기업)가 선택하는 확정급여형(DB) 자금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예·적금이 인기를 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말까지 DB형에 적립된 자금은 121조원(63.8%)이었다. 사용자는 위험부담이 적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주로 퇴직연금 운용을 맡겼다. 121조원 가운데 113조원(93.6%)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투자됐다. 개인투자자 또한 안정적인 자산운용 방식을 선호했다. 근로자가 직접 자금을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에서도 원리금보장형 비중은 80%(39조원), 64%(12조원)로 높게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DB형 운용 주체인 사용자는 근로자 퇴직연금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생기는 문제를 피하려고 한다"며 "개인이 자금을 운용하는 DC, IRP에서는 원금보장형 비중이 그나마 조금 낮지만 은퇴 자금이라는 이유로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퇴직연금운용추이
*출처=금융감독원

◇ 위험자산 편입비중 제한…규제도 '한몫'

퇴직연금에 위험자산을 편입하는 비중을 제한한 것도 TDF가 자금을 끌어모으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9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퇴직연금에 편입 가능한 위험자산 비중은 70%였다. 금융당국이 규정한 위험자산은 주식비중이 40% 이상인 모든 펀드를 의미했다. 주식 비중이 70~80%로 높은 TDF는 편입조차 불가능했다. 주식비중이 40% 이하인 채권혼합형 펀드라고 하더라도 전체 자금 가운데 70%만 편입이 가능했기 때문에 나머지 30%는 예금이나 적금 등 원리금보장형상품을 함께 투자해야만 했다.

TDF 사업자의 건의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위험자산비중을 완화했다. 퇴직연금감독규정을 개정하고 DC형과 IRP형에 한해 TDF를 100%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주식 비중이 80%를 넘지 않는 펀드에 한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여전히 DB형에서는 투자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TDF가 받을 수 있는 수혜도 한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감독규정
*출처=금융위원회

퇴직연금 계좌에 포함되기 위해 TDF의 주식 비중을 낮추면서 수익률 제고에도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은퇴 시점을 2050년으로 예상하고 출시됐던 KB자산운용의 'KB온국민TDF2050 증권투자신탁(주식혼합-재간접형)'는 투자설명서에 주식투자 비중을 95%이하로 정해뒀다. 투자 초기에 높은 수익률을 내기 위해 주식 비중을 높게 가져갔다. 그러나 퇴직연금감독규정 개정으로 주식 비중을 80% 이하로 낮춰 운용되고 있다. 은퇴 예상 시점이 동일한 뱅가드(Vanguard)의 TDF 'Vanguard Target Retirement 2050 Fund' 주식 투자 비중은 90%가량이다.

올해 초 출시된 '삼성한국형TDF2050증권투자신탁[주식혼합-재간접형]'과 '신한BNPP마음편한TDF2050증권투자신탁[주식혼합-재간접형]' 역시 주식 비중을 80%이하로 투자한다고 명시해 놓았다. 이러한 이유로 은퇴시점이 2045년인 펀드와 수익률 격차를 벌리긴 더 어려워졌다. 2045년 목표 상품과 2050년 목표 상품의 수익률 차이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 비중 확대를 포함해서 위험자산 비중을 늘려달라고 건의했던 것"이라며 "더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주식 투자 비중이 더 높아질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 디폴트옵션 도입…TDF 빛 볼까

자산운용사는 디폴트옵션(자동투자 제도)이 도입되면 TDF가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폴트옵션이란 투자자가 투자상품을 지정하지 않더라도 금융회사가 알아서 투자자의 성향에 맞는 투자 상품에 투자해 자산을 운용해주는 제도다. TDF를 운용 중인 대부분 자산운용사는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판매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어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TDF 설정액 규모가 커지기 유리한 구조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을 제외한 나머지 TDF 사업자 7곳은 퇴직연금 금융회사로 지정된 판매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디폴트옵션 도입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금융위원회는 디폴트옵션 도입을 위해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늦어도 이달 내에는 퇴직연금 개정안이 발의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판매사에서 개인연금 상품으로 TDF를 추천하면서 마케팅을 하는 것처럼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TDF를 추천할 가능성이 높다"며 "디폴트옵션이 도입된 미국이나 호주에서는 별도의 운용지시없이도 자산을 배분해 운용해주는 TDF와 같은 자산배분형 상품을 적격 대상으로 정해두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평균 연 1% 정도의 낮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좀 더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돼 투자상품으로 자금이 유입되면 낮은 수익률도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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