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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커지는' 퇴직연금, TDF 각축전 시작되나 [한국형 TDF 진단④2022년 퇴직연금 의무도입…신규 사업자 진출 가능성 '고조'

김진현 기자공개 2019-05-27 13:03:00

[편집자주]

은퇴시점에 맞춰 알아서 자금을 굴려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가 예상과 달리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연금 운용에 여전히 보수적인 개인들이 예금과 적금을 여전히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TDF의 높은 수수료와 운용 불투명성 등도 시장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국내 상륙 3년이 지난 TDF 시장의 현황과 과제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5월 23일 13: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타깃데이트펀드(TDF) 사업에 뛰어드는 자산운용사가 늘고 있다. 아직은 '먹을 게 없는 시장'이지만 퇴직연금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조짐을 보이면서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모든 근로사업장은 2022년까지 퇴직연금을 의무도입해야 한다. 1위를 다투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그리고 한국투자신탁운용과 KB자산운용 등 후발주자들이 어떻게 극복해낼지가 관건이다. TDF 시장에 신규로 진입하는 사업자도 크게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삼성·미래, 1위 격돌…한국·KB 등 후발주자 '추격'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TDF는 55개다. 21일 기준 전체 설정액은 1조7101억원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1개로 가장 많은 수의 TDF를 설정해 운용 중이며 삼성자산운용이 8개로 뒤를 이었다.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각각 7개씩, 하나UBS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이 6개씩을 운용 중이다. 키움자산운용은 5개로 가장 적은 수의 TDF를 설정했다.

TDF 사업자 가운데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모은 곳은 삼성자산운용이다. 삼성자산운용은 8개 펀드로 6341억원(37%)을 모았다. 가장 규모가 큰 상품은 '삼성한국형TDF2020증권투자신탁H[채권혼합-재간접형]'으로 설정액은 1206억원이다. 이 가운데 퇴직연금 클래스에만 845억원이 몰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압도적인 라인업으로 삼성자산운용을 추격하고 있다. 11개의 펀드를 설정해 5739억원을 끌어모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앞서 2011년 '미래에셋맵스평생연금만들기'라는 명칭으로 7개의 펀드를 론칭하고 자산배분형 펀드 사업에 뛰어들었다. 다만 부진한 수익률로 인해 인기를 끌지 못했고 펀드를 대거 청산했다. 남은 펀드 일부는 리뉴얼해 2017년 '자산배분'과 '전략배분' 두 종류의 TDF 라인업을 구축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 중인 '미래에셋자산배분TDF2040년증권자투자신탁(주식혼합-재간접형)'은 '미래에셋맵스평생연금만들기2035년증권투자신탁(주식혼합-재간접형)'의 전략과 명칭을 변경한 상품이다. 이 펀드는 2017년 2월 리뉴얼 이후 1.34%(대표펀드 기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후발 주자 가운데 1000억원 이상을 모은 사업자는 한국투자신탁운용과 KB자산운용 두 곳이다. 양사는 나란히 7개씩 펀드를 설정해 운용 중인데 한국투자신탁운용이 2482억원(14.51%), KB자산운용이 1374억원(8.03%)을 모아 각각 3, 4위를 차지했다. 한편 2014년 자산배분형 펀드를 론칭한 뒤 리뉴얼해 사업에 뛰어든 하나UBS자산운용은 전체 펀드 설정액이 35억원(0.21%)에 불과했다.

TDF비중

◇ 교보악사·NH아문디, TDF 사업 진출…추가 사업자 진입 가능성

교보악사자산운용은 내달 TDF 상품 6개를 내놓고 퇴직연금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뒤늦게 TDF 사업에 뛰어든 만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관계사 악사(Axa)가 고유재산을 투입했다. 악사는 총 360억원을 각각 60억원씩 개별 펀드에 나눠 투입하고 책임운용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NH아문디자산운용도 올해 TDF 사업 진출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조만간 사업자 수는 10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자산운용사가 TDF 사업에 힘을 싣는 건 퇴직연금 의무 도입을 앞두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7월 2020년까지 퇴직연금이 210조원대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2022년 이후 전체 근로 사업장에서 퇴직연금을 의무 도입해야 하므로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TDF 전체 설정액은 퇴직연금 전체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1%에 미치지 못하지만 시장이 성장하면서 TDF로 유입되는 자금이 늘 것이란 계산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의무 도입이 되면 300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며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본격적으로 TDF에 자금이 몰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연 1%대의 낮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을 준비 중인 디폴트옵션은 TDF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보인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로 운용지시를 하지 않더라도 금융회사가 성향에 맞는 투자 상품에 투자해 자산을 운용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미국에서는 2006년 도입 이후 타깃데이트펀드 등 자산배분형 상품이 적격투자상품(QDIA)으로 등록됐다. 적격투자상품에는 원금보장펀드(capital preservation fund), 자산균형펀드(balanced fund) 등이 있는데 80%가량이 TDF로 지정돼 운용되고 있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TDF로 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후발 주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공모펀드 투자를 위한 발길이 뜸해진 상황에서 자금이 늘어나는 퇴직연금 시장을 자산운용사가 외면할리 없다. 현재 운용 중인 연금 상품 가운데 일부를 자산배분형으로 재정비해 TDF 상품으로 선보이고 퇴직연금 시장을 공략하는 안이 유력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TDF로 자금이 몰릴텐데 이를 손놓고 보고 있을리는 없다"며 "기존 운용 중인 연금펀드에 자산배분 전략을 가미해 TDF로 출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TDF 사업자들은 신규 사업자들의 진입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라이더가 연착륙하는 모양새를 닮았다고 해 이름 붙여진 글라이드패스(glide patch) 자산배분 전략은 오랜 시간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모방이 어렵다. 이 때문에 종합자산운용사는 대체로 글로벌 TDF 사업자와 손을 잡고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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